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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당신은 커리, 나는 카레

by 프라우지니 2018.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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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쫌 하는 남편은 국적을 넘나드는 요리를 합니다.

 

오이가 나는 계절에는 요거트 드레싱을 만들어 그리스 요리인 짜지끼(샐러드)를 하고,

인도커리도 남편이 자주 하는 요리 중에 하나입니다.

 

남편이 인도커리를 하면 마눌은 일찌감치 남편에게 알려줍니다.

 

“나는 안 먹어, 나 줄 생각은 하지도 마!”

 

남편은 자신의 요리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라,

옆에서 아무리 기를 죽여도 절대 수그러드는 법이 없습니다.

 

“자화자찬+ 먹을 때 마다 감탄“까지..

조금은 과하게 자신의 요리 솜씨를 자랑하죠.

 

 

남편이 만든 가지를 넣은 양고기 커리

 

이번에도 남편은 자신이 해서 냉동 보관했던 인도커리를 해동해서 먹을 준비를 하며,

마눌의 몫으로 가지,양고기 커리와 인도 난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나는 안 먹는다니깐, 왜 그래?”

 

마눌의 투정 따위는 안 들리는 듯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죠.

 

 

 

남편의 요리는 기름이 과하게 들어가고, 거기에 코코넛밀크가 한통씩 들어가는지라,

중년아낙에게는 피해야할 위험한 종류의 음식입니다.

 

칼로리가 엄청나거든요.

그리고 저는 인도식 커리보다는 한국식 노란카레가 더 좋습니다.^^

 

남편은 인도식 커리에 꽂힌 것인지..

슈퍼에서 인도음식을 판매하는 기간에 다양한 종류의 인도커리를 사들고 들어옵니다.

 

인스턴트 음식은 질색하는 남편인데,

인도 커리는 인스턴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국의 노란 카레가루나 이 병에 담긴 인도 커리가 뭐가 다른 것인지..

 

 

 

이번에 한국에서 들어올 때 1kg짜리 노란 카레 한 봉지를 사왔습니다.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는 왔다 인 음식이거든요.

 

우리가 뉴질랜드 길위에 살 때 이 노란카레 한 봉지가 꽤 도움이 됐습니다.

 

추울 때 카레를 만들어서 스프로 먹기도 했고,

아무 야채나 때려넣고 하기는 손쉬운 요리였죠.

 

남편에게 “카레 해 줄까?”했더니만...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남편에게는 먹을 거 없을 때 먹던 "야채가 들어간 노란 카레스프" 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남편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날을 잡아서 카레를 만듭니다.

 

간단하게 하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면 항상 양이 많아집니다.

나는 애초에 종갓집 맏며느리 감이었던 것인지..

 

일단 요리를 시작하면 최소 10인분은 기본입니다.^^;

 

치킨 카레를 한다며 살코기대신에 닭다리를 1,5kg이나 샀습니다.

 

솥 하나에는 닭다리를 끓여서 육수를 내고, 또 다른 냄비에는 야채를 넣고 볶다보니..

양이 많아져서 결국 작은 들통 + 냄비까지 동원됐습니다.^^;

 

 

 

일본의 케이님이 지난번 보내주셨던 선물 소포속의 일본카레.

 

어쩌다보니 유효기간이 살짝 지나는 것도 모르고 잘 넣어뒀던지라,

남편의 “유효기간 검열”에 당해서 벌금을 내기 전에 얼른 해치워야 했습니다.

 

남편은 가끔 식료품을 전부 꺼내놓고 혹시 마눌이 깜빡해서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에 대해서 “벌금 1유로”을 때리는지라, 억울하게 벌금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삶은 닭다리는 살만 발라서 넣고,

닭 육수를 이용하니 나름 맛있는 차킨카레가 완성됐습니다.

 

만들어서는 한 김 식힌 다음에 2인분씩 통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을 준비도 완료!

2인분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1,5인분입니다.

 

 

 

야채에 닭육수가 너무 많이 들어간지라 조금 싱거웠던 솥에는 노란카레가루를 세 수저나 넣어서 간을 맞추고 나니 아주 맛있는 카레 완성입니다.

 

저는 아주 맛있게 먹고 남편 것도 남겨둘까 싶어서 전화를 해 보니..

 

“난 저녁에 토마토치즈구이 해 먹을 거야.”

 

 

남편이 직접 해 먹는 요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05

 

남편이 만드는 건강한 저녁, 토마토 치즈구이

 

그래도 혹시 몰라서 2인분 정도는 얼리지 않고 그냥 뒀습니다.

남편이 안 먹으면 다음날 내가 밥이랑 해서 먹을까싶어서 말이죠.

 

 

 

저녁에 극장에 공연을 보러 갔다 와 보니 솥에 남겨뒀던 2인분의 카레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남편은 카레를 덜어다 먹은 커다란 그릇만 남았습니다.

 

“카레 갖다 먹었어?”

“...”

“저녁에 토마토 치즈구이 해 먹는다며?”

“.....”

“다 먹은걸 보니 맛있었던 모양이네?”

“....”

 

남편은 여간해서는 마눌의 요리를 칭찬하지 않습니다.

한 그릇 더 먹으면 “맛있었나 보다..”하는 거죠.

 

마눌이 한 수저 떠먹이려고 노력할 때는 고개를 돌리며 거부를 하더니만..

마눌이 외출하고 나서 치킨카레를 한 번 떠먹어 봤던 모양입니다.

 

한 수저 떠 먹어보니 맛있어서 한 그릇 떠다 먹었고,

한 그릇 먹고도 또 먹고 싶은 맛이라 다 먹어치운 모양이지만..

 

그날 저녁 마눌은 남편에게 “치킨카레가 맛있었다.”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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