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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하루 휴가내고 타고 싶었던 노르딕스키

by 프라우지니 2018.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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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특별한 일 아니면 마눌에게 전화하는 일이 절대 없습니다.

 

대낮에 남편이 마눌에게 전화를 걸었다?

볼 일이 있다는 이야기죠.

 

“당신 낼 뭐해?”

“내일 독일어 학원 가는데, 왜?”

“내일 같이 Gosau 고사우에 스키 타러 갈까 싶어서..”

“나 내일 학원가야 하는데...”

“그럼 일요일에 갈까?”

“안되는데.. 나 금, 토 일하고,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또 일 해야 해서 일요일은 쉬어야 하는데...”

“하긴, 일요일은 날씨가 안 좋다. 내일이 딱 좋은데...”

“그럼 나 내일 학원가지 말까?”

“그래도 안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미 다 배운 거라 복습하는 개념이여서 하루 빠져도 상관이 없기는 해.”

“그래, 그럼 내일 스키 타러 가자.”

 

남편이 마눌에게 전화를 해온 것은 하루 휴가를 내려고 했던 거죠.

 



남편이 스키를 타러 가자고 했던 곳은 Gosau 고사우.

 

우리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할슈타트 호수 옆의 마을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마을인데, 겨울철에는 스키관광객으로 넘치는 곳이죠.

 

이 곳에 있는 여러 종류의 노르딕스키 슬로프는 무료입니다.

 

보통 노르딕스키 슬로프는 소정이 이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숙박업소에서 관광객유치를 위한 용도인지 무료이용이 가능합니다.

 



남편이 내일 스키를 타러 간다고 하니 내 독일어 학원은 땡땡이 치기로 했고,

저녁에 슬슬 차 안에서 먹을 간식을 준비해야 하는 거죠.^^

 

땅콩에 건포도를 섞고,

냉장고에 당근과 샐러리도 썰어서 준비완료!

 

간식은 가면서 먹게 될 지, 스키를 타고 올 때 먹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준비만 해 놓으면 아무 때나 먹기 쉬운 간식이죠.^^

 

 

 

스키 타러 간다고 하면 “돈 많이 들겠다.”싶으시겠지만,

돈은.. 기름 값만 듭니다. 차를 타고 가야하니 말이죠.

 

노르딕스키는 독일어로 Langlaufen 랑라우펜이라고 불리는 스포츠입니다.

스키 하나만 있으면 저렴하게 즐기는 겨울 스포츠이죠.

 

제가 타는 스키도 10년도 전에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사준 스키세트인데 아직도 잘 타고 다닙니다. 시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스키를 봐도 50년은 넘은 제품이지만 아직도 잘 타시죠.

 

랑라우펜 슬로프는 이렇게 새겼습니다.

패인 홈에 두발을 맞추고 노르딕 워킹 하듯이 스키를 쭉쭉 밀고가면 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심한 운동인지라,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죠.

한 번 타기 시작하면 시간은 꽤 빨리 지나갑니다.

 

약간 내리막길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도 나쁘지 않고..

시작이 힘들지 한번 타기 시작하면 3~4시간은 후딱 지나갑니다.

 

 

 

지난번에 4시간 스키타고 온 날 네 번째 발가락이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하도 아파서 발톱이 빠지는 줄 알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통증은 가셨는데, 또 스키를 타러 간다니..

스키를 타면 2시간정도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지라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나마도 발이 아프다고 중간에 돌아온 것이 4시간이었죠.

 

출발 전에 마눌이 아프다는 네 번째 발가락과 더불어 세 번째 발가락까지 같이 반창고 봉합.

남편도 뒤꿈치가 아픈지 출발 전에 항상 반창고를 붙이는데 이번에는 마눌까지 붙여줍니다.

 

이렇게 반창고를 붙이면 덜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남편이 붙여주니 군 소리 없이 발을 디밀고 있었습니다.

 



요새 유럽한파라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영하 10도를 후딱 내려가는 날씨입니다.

 

모자 안 쓰고 외출하면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고,

목도리로 가리지 않으면 볼은 금세 벌겋게 얼어버립니다.

 

날씨가 이렇게 많이 추워졌다고 해도 외출할 때 옷을 더 껴입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소에 외출하는 차림에 입던 외투 그대로!

 

남편이 휴가를 낸 오늘은 햇볕도 겁나게 뜨거워서 날씨가 많이 풀린 줄 알았었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밖의 온도를 보니 영하 5도.

 

일단 출발했으니 오늘 하루도 옷이 다 젖도록 스키를 타야하나부다..했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한지 30분 만에 남편이 고개를 가우뚱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차에 이상이 있는 거 같다는 남편.

 

차에 이상이 있는데 더 달려가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중간에 차를 돌렸습니다.

 

결국 30분 달려갔다가 다시 30분 달려 집에 돌아온 꼴이 된 거죠.

 

차의 이상의 이상을 확인하러 간 남편은 정비소에 들러, 차의 이상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스키를 타러 가기는 이미 조금 늦어버린 오후 2시에 말이죠.

 

마눌의 독일어 학원 땡땡이친 하루도,

남편이 낸 하루의 휴가도 결국은 한 일이 없는 하루가 됐습니다.

 

휴가까지 낸 남편은 스키를 타러 가지 못해서 조금 섭섭했을 수도 있겠지만,

별 사고 없이 집으로 돌아왔으니 불만은 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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