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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에게 필요 없는 선물 처리하는 방법

by 프라우지니 2018.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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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에 시부모님이 시누이가 사는 비엔나에 다녀오셨습니다.

 

해마다 가는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새로울 것도 없을 텐데..

두 분은 매년 비엔나를 가시는 이유는 아마도 딸과 시간을 보내시기 위함이겠지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외국 사람들이 하는 선물을 참 쪼잔 합니다.

받으면서도 “아니, 왜 이런 어디에 쓰라고 주냐고?” 하는 투정이 절로 나오는 선물입니다.

 

나는 면세점에서 비싼 터키 젤리를 식구 1인당 하나씩 팍팍 쏘지만,

내가 비싼 젤리 선물했다고 식구들에게 비슷한 가격의 선물을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식구중 가장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누이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올 때 식구들을 위해 사오는 선물이라는 것이 소소한 과자나, 초콜릿. 물론 시부모님께는 나에게 주는 저렴한 선물보다는 조금 더 값이 나가는 것이겠지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 비엔나 시누이에서 시간을 보내시고 크리스마스 시장구경까지 하시고 돌아오신 시부모님이 우리부부에게 갖자주신 선물은...

 



조금한 크기의 1유로 내외의 가격에 살 수 있는 Lebkuchen 렙쿠켄입니다.

 

동화“헨델과 그레텔”에 보면 마녀는 과자로 만든 집에서 두 아이를 노예로 부리면서 살죠.

 

그때는 상상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과자로 만든 집”의 재료가 바로 렙쿠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과자가 아니라 두툼하고 약간 부드러운 빵 같은 과자죠.

 

크리스마스가 되면 렙쿠켄으로 (작은)집을 만드는 세트가 판매됩니다.

 

빵으로 벽과 지붕들을 만들어 집을 완성하면 지붕이나 창문, 문을 데코레이션 할 수 있는 것들도 다 들어있는지라, 아이들 선물용으로 좋을 거 같은 제품이죠.

이런 렙구켄은 선물로 줘도 사실 탐탁지 않은 선물인디..

엄마가 남편과 며느리 몫으로 사오셨네요.

 

남편은 이 선물을 받자마자 까서 홀라당 먹어버렸는데..

이런 거 안 좋아하는 며느리는 그냥 내내 모셔뒀습니다.

 

생각해서 사오신건 고마운데, 이런 거 먹어봤자 배 둘레의 지방으로 갈 테고..

맛도 그리 좋지 않은지라, 정말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 아닌 이상 먹을 일은 없죠.

 

안 먹고 모셔두니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왜 엄마가 사다준 렙쿠켄 안 먹어?”

“나 이런 거 안 먹는 거 알면서..”

“그래도 엄마가 먹으라고 사다줬는데 먹어야지.”

“먹고 싶으면 당신이 내 것도 먹어.”

“엄마가 당신 먹으라고 사다준 선물인데 내가 왜 먹어?”

“난 이거 안 먹을껀데..”

“그럼, 엄마한테 다음부터는 이런 거 사오지 말라고 해.”

“그런 말을 어떻게 해, 나름 생각해서 사다주신 걸!”

“그렇다고 버리면 안 된다.”

 

먹는 걸 버리면 벌 받죠.

 

나는 안 먹을 것이고, 남편은 마눌꺼라고 안 먹겠답니다.

 

맛있는 음식 같으면 마눌 것도 다 (뺏어)먹는 인간형인데,

맛이 없으니 “당신꺼”라면서 안 먹겠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날리는 한마디.

 

“이거 빨리 먹어치워.”

 

남편이 러시아 출장 가기 전에 “먹어 치우라”고 한 렙쿠켄인데..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렙쿠켄이 있으면 안 되는 거죠.

 

남편이 올 때쯤에 얼른 렙쿠켄을 가방에 넣어버렸습니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있으니 남 줘도 욕먹지는 않을 거 같았습니다.

 

내가 다니는 독일어 학원에 오는 아낙 중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아낙들이 꽤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아낙이 데리고 오는 15개월짜리 남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워낙 순한지라) 며칠 전 내가 안아봤었는데, 울지도 않고 내 품에 폭 안겨있었습니다.

 

아이가 워낙 내 품에 폭 파묻혀있으니 다른 아낙들이 나에게 묻는 말.

 

“네 아이니?”

 

이 15개월짜리 흑인아이가 내 아이면, 내 남편은 흑인이여야 하는디..^^;

얼른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 아이가 생각난지라 가방에 챙긴 렙쿠켄은 그 꼬맹이엄마에게 전해줬습니다.

나는 유효기간이 지날 때까지 안 먹을 것이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말이죠.

 

시어머니가 주시는 선물을 내가 안 먹는다고 다음에 사오지 말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고, 그렇다고 나를 생각해서 사 오신 선물이니 내가 안 좋아하고 안 먹는 품목임에도 꾸역꾸역 먹을 수도 없고.

 

엄마가 주신 선물을 버리는 것 보다는 나보다 더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성의 없이 버리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고, 선물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줘보니 남에게 주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앞으로도 나보다 그 선물에 감사할 사람을 찾아서 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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