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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요즘 내 늦은 밤 귀가길

by 프라우지니 201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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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럭셔리 취미인 오페라/연극을  위해 저는 매번 저녁에 시내로 나갑니다.

극장들의 공연시간은 저녁 7시 30분인지라, 6시 30분경에 집을 나서야 하죠.

 

저녁 6시라고 해도 여름에는 대낮처럼 환한데,

겨울에는 오후 4시면 어둑한지라 집을 나설 때 이미 깜깜하죠.

 

시내까지 전차를 탄 후에 조금 걸어서 극장에 도착하면 7시 전후.

 

공연은 7시 30분에 시작되어 중간에 공연 휴식시간(15분 내외)을 포함하면..

작품에 따라서 조금 길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연은 10전후에 끝납니다.

 



관객들이 공연장을 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나처럼 (무료)차표 기능이 있는 극장표로 (무료)대중 교통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전차타고 극장가는 길에 검표원을 만났는데, 극장표 보여주니 무사통과)

 

극장 입장권에 있는 무료차표 기능은..

공연시간 2시간 전인 5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유효합니다.

 

자가용으로 와서 주차료(3유로)를 지불하고 극장에 딸린 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린츠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무료) 극장버스를 타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린츠 근처의 소도시에 사는(연)회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버스)

 

극장 관객 중에 대부분은 연 회원으로 10여작품(오페라/연극/뮤지컬등)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연회원은 작품의 종류나 좌석에 따라서 5~600유로가 되기도 하고 5~60유로가 되기도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출연한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면 날 슬슬 집에 가야할 준비를 합니다.

 

나는 데리러 오는 버스도 없고, 자가용도 없이 전차로 시내를 간지라,

얼른 시간 맞춰서 역으로 가야하지만!

 

공연을 마친 배우들은 보통 10분 내외로 무대를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무대 인사를 합니다.

 

두어 시간 내내 앉아서 그들의 공연을 보기만 한 관객들은 손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치는 시간이죠. 박스를 치면서 흘끔흘끔 시계도 봐야합니다.

 

제가 좌석을 선택 할 때는 이왕이면 앞자리 쪽으로..

공연이 끝나면 빨리 뛰어 나갈 수 있는 문과 가까운 자리를 선택합니다.

 

 

 

평일 저녁 10시경의 린츠시내는 정말 조용합니다.

 

우리 집 가는 전차는 30분에 한 대씩 오는지라 이왕이면 정거장에 시간을 잘 맞춰서 오려고 하죠.

 

인적이 드문 시내에 무더기로 몰려다니는 술 취한 젊은이들이 종종 나타나는지라,

일단 아낙은 몸을 사려야 합니다.^^

 

요즘은 시내에 젊은 난민(신청하고 승인받기를 기다리는) 청년들도 밤, 낮 구분 없이 몰려다니는지라, 대낮에도 별로 안전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라, 저녁에 시내에 나가는 일은 안 만들지만..

공연은 보러가는 일은 웬만한 일이 아닌 특별한 일인지라, 저녁임에도 시내로 나갑니다.^^

 

집 나올 때 남편에게 공연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나왔고, 공연이 끝나면 남편에게 “공연이 끝났고 몇 시 전차를 타고 가는지”를 알려주죠.

 

저녁에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네요.

 

남편이 마눌이 공연을 보러간다고 하면 다른 소리는 전혀 안하고 딱 한마디 합니다.

 

“문자 보내!”

 

마눌이 시시때때로 저녁마다 외출을 하는데, 어떤 작품을 보러 가는지, 왜 그리 자주 나가는지 묻지도 않습니다. 마눌을 믿어도 너무 심하게 믿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요즘입니다.

 

 

 

저녁 10시가 넘은 우리 동네 전차 정거장.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동네이고 정거장입니다.

 

마눌이 몇 시 전차를 타고, 동네 정거장에 내리는 시간도 대충 알고 있는 남편이지만,

마눌을 마중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기다리죠.

(마눌이 공연 보러갈 때마다 마중 나오는 것도 무리가 있구요.)

 

 

 

전차에서 내려서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길목.

가로등도 있지만, 인적은 없는지라 참 음산한 거리입니다.

 

전차에서 내려서 나 혼자 이 길을 걸어가면 그래도 덜 무서운데..

내 뒤에 누군가 따라오면 사실 떨립니다.

 

이때는 남편에게 일부러 전화를 해서는 묻지도 않는 질문을 합니다.

 

“남편, 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지금 오토바이 가게를 지나고 있고....“

 

내 뒤에 따라오는 누군가에게

“여차하면 내 남편이 달려온다” 는 걸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지나서 우리 집이 있는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더 어둑 컴컴.

 

나 혼자면 가끔 누가 따라오는지 뒤를 힐끗 보면서 뛰듯이 가는데,

뒤에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면 쪼매 무섭습니다.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우리 단지에 사는 사람인 것인지, 아님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한지라,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죠.

 

매번 집으로 올 때마다 조금은 무서운 귀가를 해야 하지만..

당분간 저의 저녁나들이는 계속 이어지지 싶습니다.

 

“기회”가 되고, “시간”이 있을 때 즐겨야 하는 취미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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