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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재주는 메주,

by 프라우지니 2018.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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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먹을 것에 유난히 욕심이 많아졌습니다.

(살이 찌는 징조인거죠.^^;)

 

사 먹을 수 있는 건 사 먹는다고 쳐도 사먹을 수 없는 것까지 만들어 먹는 정성을 보이며 말이죠.

 

또한 요새 생긴 이상한 습관은 다른 블로거님들이 올린 음식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해 먹어야 하는 거죠.^^

 

남편이 없었던지라 내가 먹는 걸 말려줄 사람도 없어서리..

먹고 싶은 건 밤 늦게라도 해 먹습니다. (미친거죠.^^;)

 

며칠전 블로그 이웃님이신 엘리님이 올리신 호떡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미국에는 있다는 “냉동 디너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엘리님의 블로그로 초고속 이동 가능합니다.^^

http://smileellie.tistory.com/573

 

이거 하나만 있음 완전 만능입니다.

호떡도 되고, 찐빵에 단팥빵까지.

 

미국에는 있다는 냉동 도우.

하지만 이곳의 슈퍼에서는 냉동 도우는 못 봤습니다.

 

모르죠, 평소에 내가 이용하는 제품이 아니니 봤는데 그냥 지나쳤을 수도.

 

이곳의 슈퍼에서는 “냉동고”가 아닌 “냉장고”에 모든 반죽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곳에 비슷한 것들이 있나 어슬렁거려 봤습니다.

 



역시나 찾으면 뭔가를 발견하기는 합니다.

 

내가 가끔씩 사는 반죽은 패스츄리 반죽이었던지라, 그 외 다른 것은 무신경했었는데..

의외로 다양한 냉장 반죽들이 있습니다.

 

Hefe(효모/이스트) Kuchen(케잌) teig(반죽) =헤페쿠켄타익

Germ(맥주효모) Teig(반죽) =게암타익

 

둘 중에 고민하다가 “유명메이커가 더 맛있겠지” 하면서 덥석 비싼 제품을 집어들었습니다만,

사실 비싸다고 더 고급 재료를 쓰고, 더 맛있거나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겠고, 거기에 브랜드 이름값이겠지요.

 



발효 반죽은 처음 사봤는데, 열어보니 이렇게 생겼네요.

잘라서 만들기도 쉽게 포장이 되어있습니다.

 

일단 먹고 싶었던 호떡을 만드는디..

견과류는 집에 있는 걸 볶았는디.. 황설탕이 없는지라, 그냥 하얀 설탕^^;

 

그래도 호떡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지라..

일단 호떡을 만들었습니다.

 



반죽을 잘라서 안에 견과류도 듬뿍, 설탕도 넉넉하게!

푸짐한 몸매를 가진 아낙들이 다 그렇듯이 기름은 아주, 굉장히 조금만!

 

호떡 속까지 익으라고 냄비뚜껑도 이용했습니다.^^

 

난 하얀 설탕을 넣었으니 시중에서 파는 호떡처럼 그런 꿀(황설탕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견과류랑 섞인  꿀(설탕물)은 기대했었는데..

 

 

 

망했습니다. 기름을 너무 조금 넣어서 그런 것인지..

호떡 안에는 견과류랑 설탕이 서로 엉겨 붙어서 견과류에 설탕이 씹히는 호떡이 완성됐습니다.

 

설탕이 다 녹아서 견과류와 잘 어우러지는 호떡을 기대했건만..

이건 내가 기대한 맛이 아니지만..

 

그래도 3개나 해 먹었습니다.

설탕이 씹히는 호떡을 말이죠.^^;

 

너무 늦은 시간에 먹은지라 먹고 나서는 후회를 했습니다만,

다음날 되면 다 잊고 또 같은 시간에 먹는 실수를 합니다.^^;

 

 

 

호떡 3개 해 먹고 남은 반죽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건 찐빵과 단팥빵.

우리 집에는 찐빵을 해 먹을 수 있는 찜통이 없는지라, 오븐에 구울 수 있는 단팥빵으로 결정.

 

집에 있는 팥을 밤새 불리고, 다음날 삶으면서 설탕도 적당히 넣어서 적당히 달달한 단팥완성.

 

이걸 반죽에 싸서 구우면 단팥빵이 되는 거죠.^^

반죽을 가위로 썰어서 안에 내가 만든 적당히 달달한 단팥을 넣었습니다.

 

 

 

우리 집 오븐에 들어가는 오븐용 쟁반이 작습니다.

 

모양을 빚어서 2차 발효하는 거라고 했었는데, 2차 발효할만한 공간이 없는지라..

그냥 오븐에 넣었습니다.

 

이제 구워지면 단팥빵이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서 말이죠.

 

내 생전 처음 해 보는 단팥빵입니다.^^

 



그렇게 오븐에 넣고는 알맞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서 꺼냈습니다.

(저는 빵을 구울 때 “몇 도에 몇 분“굽기 보다는 그냥 열어봐서 갈색이 띄면 꺼냅니다.)

 

내가 제과점에서 보는 그런 단팥빵의 비주얼은 솔직히 아닙니다.

 

단팥빵과는 거리가 꽤 있어 보이고, 단팥만 먹을 때는 나름 적당히 달달했는데,

반죽이 단팥의 달달함을 잡아먹은 것인지 별로 달지도 않습니다.

 

제가 빵을 구울 때 시어머니가 “빵 구웠는데 먹을래?”하시면서 오셨었습니다.

직접 음식을 가지고 오셨으면면 모를까, 그냥 “먹을래?”하면 사양합니다.

 

줄 마음이 있으면 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 생각하는지라,

저도 묻지 않고 그냥 음식을 가지고 갑니다.

 

나도 빵을 굽고 있으니 시어머니의 질문에는 “사양”을 하고,

내가 굽고 있는 빵을 시어머니께 갖다드리겠다고 하니 시어머니가 거절을 하십니다.

 

사실 한국인 며느리가 빵을 굽는다니 시어머니는 조심하셔야 하는 거죠.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사실 팥은 이곳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 곡물입니다.

 

그래도 맛있게 구워졌음 시부모님께 맛보기로 2개 갖다드리려고 했었는데..

비주얼에서 탈락하고, 거기에 단맛도 영 아닌 못난이가 된지라,

그냥 저 혼자 다 먹기로 했습니다.^^;

 

나에게는 별로 달지 않는 빵이지만, 달달의 극치를 달리는 이곳의 입맛으로 보면..

영 아닌 맛인지라 시부모님께 드리면 “음식으로 하는 고문”이 될까봐 참았습니다.

 

 

 

처음 오븐에서 단팥빵을 꺼내면서 혼잣말을 했었습니다.

 

“넌 월병이냐?”

 

난 분명히 단팥빵을 굽는다고 시도를 했는데,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월병.

 

뜨거울 때 먹어도 월병 같았던 단팥빵.

식으니 더 월병스럽습니다. 맛도 월병, 모양도 월병.

 

반죽하나 사와서 호떡도 실패, 단팥빵도 실패.

하는 족족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닌지라 영 실망스럽습니다.

 

“울엄마가 난 손재주가 많다고 하셨었는데..”

“아닌가? 내가 원래 음식을 못하는 거였나?”

 

혼자서 궁시렁~ 궁시렁~

 

맛도 없게 해놓은 것들을 다 먹어치워야 하니 난 살이 더 찔 테고..

 

아무리 “팥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데..”로 위로를 해 보지만, 설탕이 꽤 들어갔고, 거기에 밀가루 반죽도 한몫을 할 테니 엄청난 칼로리를 품고 있는 건 부인하지 못합니다. ^^;

 

호떡도 단팥빵도 한국에 있을 때는 많이 먹어야 1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했던 음식들인데..

 

요새는 내가 왜 이런 음식에 목숨을 거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정말 나는 “손재주가 없는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나날입니다.

 

내가 만든 월병을 다 먹어치우려면 3박4일은 걸릴 거 같습니다.

 

이것이 못난이지만, 심하게 달지도 않고 맛은 있는지라..

다음에는 단팥빵이 아닌 월병을 빚게 될지도 모를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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