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찾아 매주 찾아오는 딸이 있었습니다.

 

사실 어르신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어린 요양원 거주자입니다.

평균 연령 80세 이상인 요양원에 입주 10년차이면서 65세의 거주자이니 말이죠.

 

다른 어르신에 비해서 20년 이상 어리지만,

중증 장애가 있는지라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온몸이 서서히 마비되어가는 병으로 처음에는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이 한 손에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나마도 힘들어서 식사 때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딸은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왔었는데, 어느 순간 배가 부른 거 같다 싶더니..

 

어느새 넷째까지 낳아서 대가족이 찾아오는지라,

그녀에게는 매주 딸과 손주들을 보는 것이 삶의 기쁨인거 같았습니다.

 

매 주말 오던 딸의 가족들이 한동안 안 보인다 싶어서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그 딸? 남편이 아이를 때렸던 모양인데, 학교 선생님이 아이 이마에 멍이 든 것을 보고는 바로 Jugendamt 유겐트암트 (청소년청)에 신고 했나봐.

 

유겐트암트에서 아이 셋(아들8, 아들6, 딸3) 을 다 데려가 버리고, 아직 돌이 안 된 막내(아들)만 남겨뒀는데, 그 아이도 남편과 이혼하지 않으면 데리고 가겠다나봐.

 

가정이 한 순간에 완전 박살 난거지.”

“아니, 아이 넷 키우느라 직업도 없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낙한테 돈 벌어오는 남편이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라고?”

“인간도 아니지, 왜 아이를 때려서 가정을 박살낸 것인지..”

 

사실 요양원에 올 때마다 아들 둘이 참 꼴통이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말도 안 듣고 뛰지 말라는 요양원 내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든요.

 

조금만 부딪혀도 바로 넘어지시는 어르신들은 살짝 넘어져도 뼈가 부러지는 위험이 있는지라, 주의를 줘도 말도 참 안 듣고, 말대꾸만 꼬박꼬박 했었거든요.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린 것도 부모가 한 올바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런 행동을 반성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냥 그 가정을 박살내는 것이 복지국가의 현실이었습니다.

 

아이 셋은 유겐트암트에서 데려가 버려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고, 막내아이도 남편과 이혼하지 않으면 데려가 버린다니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면 이혼을 해야 하고!

 

당장에 직업이 없어 돈벌이도 불가능한 아낙이 ..

돈 벌어오는 남편과 이혼하면 어찌 살라는 이야기인지.

 

물론 나라에서 이런저런 수당을 주고, 임대주택도 저렴한 가격에 알아봐주겠지만..

아빠 없이 아이들 넷을 데리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는 여자 혼자 벅찰 텐데..

 

지금 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딸은 더 이상 엄마를 찾아오지 못하고, 매주 딸아이가 데리고 오는 손주 보는 낙으로 살던 그녀는 심한 스트레스로 매일 식은땀을 흘리는지라 몸이 더 많이 나빠진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겐트암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었네요.

 

카리타스 학교에 다닐 때, 우리 반 학생 중에 한 아낙이 유겐트암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포르노를 다운받아서 그걸 친구들에게 돌린 모양입니다. 8살치고는 참 간이 큰 짓을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부모를 협박하면 안 되는 거죠.

 

유겐트암트에서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삐딱해서 아이가 포르노까지 봤다고 생각했으니,

적절한 교육을  해서 아이를 데려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 일은 그녀는 어떻게 수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유겐트암트에 접수가 되면 시시때때로 감시 같은 걸 받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에 엄마의 아이큐가 정상 이하인 64라는 이유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유겐트암트가 강제적으로 아이들 데리고 갔다는 기사도 났었습니다.

 

정상아이큐(85~115)에 못 미친다고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테고.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복지국가의 관청은 엄마와 자식 간의 애틋한 관계보다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조건에 더 치중하는 듯 합니다.

 

부모가 정상이 아니라고 가정교육을 못 시키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덜 주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러고 보니 전에 봤던 할리우드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숀펜이 장애인 아빠로 나와서 사랑하는 딸과 헤어져야하는 아빠 역을 정말 멋있게 연기했었는데.. 이런 일이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닌 이곳의 현실입니다.

 

복지국가여서 좋은 것도 많겠지만, 복지국가의 이면에는 이런 비극들이 있습니다.

 

장애인이여서 아이를 뺏겨야 하고, 아이를 때리는 순간의 실수로 다시는 아이를 못 보는 상황이 되기고 하고, '아이냐 남편이냐 '하는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슬픔을 겪는 가정이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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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 2. 3. 00:30
  • 레니 2018.02.03 04:54 ADDR EDIT/DEL REPLY

    아이가 있는 저는 참 쉽지 않는 이야기네요.
    저도 키우면서 한번씩 때릴때도 있고
    눈물이 쏙 나도록 혼낼때도 있는데...
    그런다고 자주 혼낸건 아니예요.
    아이들은 대화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엄한 교육도 가끔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앞뒤 재지 않고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리다니....
    별 말썽없이 커준 제 아이한테 고맙네요.
    자는 아이 얼굴한번 만져보게 되네요.

  • 2018.02.03 05:2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4 02:56 신고 EDIT/DEL

      복지국가라고 해서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건 아닙니다. 뜨거운물에 아이를 목욕시킨다고 넣었다가 아이가 온몸화상을 입은 것들도 신문에 나오고, 이런저런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행한 친부모들의 사건/사고를 보면 법적으로 아동을 보호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사고는 아니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dolnadle.tistory.com BlogIcon 도랑가재 2018.02.03 07:32 신고 ADDR EDIT/DEL REPLY

    무서운 현실이군요.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도의 정책이 간절해 보이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4 02:58 신고 EDIT/DEL

      그러게요. 지금 아이 엄마는 막내아들과 복지청에서 내준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있는데 결정에 따라서 나머지 아이마져 뺏기던지 아님 아이넷을 키우면서 가난에 찌들고 아빠없는 가정으로 살아남지 싶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네요.^^;

  • Favicon of https://booklog.obj17.site BlogIcon 은결애비 2018.02.03 12:32 신고 ADDR EDIT/DEL REPLY

    정말 헐 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요
    전후 사정을 보고 무엇이 옳고 그런지 판단후 집행을 해야 하는건데 안타깝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4 03:00 신고 EDIT/DEL

      선진국의 제도라는것이 마음으로 만든것이 아니라 자로 잰듯이 규정밖의 "예외"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듯이 보입니다.^^;

  • 2018.02.04 07:2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5 03:11 신고 EDIT/DEL

      오스트리아도 초딩중 부모가 외국인같은 경우의 아이들은 거의 독일어를 못하는지라 교육개혁 어쩌고 하던데.. 내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아니라서 개혁이 잘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도 알게모르게 "아이를 키울수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어버리고 아이를 뺏기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거 같더라구요, 단지 내 주변의 일이 아니니 내가 모를뿐이죠.^^;

  • Favicon of https://praguelove.tistory.com BlogIcon 프라하밀루유 2018.02.04 07:31 신고 ADDR EDIT/DEL REPLY

    참 어려운 문제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5 03:13 신고 EDIT/DEL

      그러게요. 아이를 데려간것이 장기적으로 봤을때 아이의 인생이 도움이 되는것인지를 생각해볼만도 한데.. 상습적 구타가 아닌 경우는 한번쯤 기회를 줘도 좋을거 같지만..내가 법을 만든 인간이 아니여서리..아쉽습니다.^^;

  • Favicon of https://gocoder.tistory.com BlogIcon 고코더 2018.02.05 08:37 신고 ADDR EDIT/DEL REPLY

    영화 아이엠 샘이 생각나네요

  • Favicon of https://woobro.tistory.com BlogIcon 우브로 2018.02.05 16:32 신고 ADDR EDIT/DEL REPLY

    주말부터 이글을 읽고 답글이 달고싶었는데 일이 많아 계속 미뤘었어요,
    지금 읽어도 안타까운 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 저희 나라에서 벌어지는 많은 아동학대와 노인문제를 보면 조금은 도입했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프라우지니님 덕분에 다른나라의 이야기, 복지, 경제등을 알게되어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5 19:46 신고 EDIT/DEL

      아동학대와 노인문제가 없는건 아닙니다. 요새는 며칠째 독일방송의 노인문제 다큐를 봤습니다. 늙어서 일을 해야하고, 먹을것이 없어서 고민은 하는 독일사람들을 보니 살아도 너무 오래사는것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되더라구요.^^;

  • 시몬맘 2018.02.06 11:54 ADDR EDIT/DEL REPLY

    몇일전 관련 신문기사를 기사를 읽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아니고 미국이었는데.. 둘째아이가 선천적으로 멍이 잘 드는 체질이었다고 합니다. 아기 검진갔다가 의사가 멍든아이를 보고 아동폭력으로 신고를 해서 갑자기 생이별을 하게된거죠..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였는데 말이죠.. 다행히(?) 엄마 남동생도 같은 병을 가지고있어서 유전이라는 것을 확인후에야 아이와 다시 만날수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기간이 8개월 정도 걸렸다는게 문제죠..ㅠ
    미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오스트리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걸 알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