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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시어머니의 간섭과 알뜰함 사이

by 프라우지니 2017.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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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는 참 알뜰하신 분입니다. 남편처럼 점잖게 말이죠.

 

남편이 딱 시어머니 스타일인지라 제가 알아도 너무 잘 알고 있죠.

알뜰하기는 한데, 대놓고 알뜰하지는 못하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서..

 

- 할인품목이라고 샀는데, 영수증에 할인가가 아닌 정가로 기록되어있으면 그걸 따지지 못하고 그냥 돌아옵니다. 부끄러워서 따지지 못합니다. 아님 남세스러워서?

-슈퍼마켓 인포센터에 가면 25%할인 쿠폰을 받아서 물건을 살 수 있는데, 그걸 달라고 하기 거시기해서 그냥 정가주고 물건을 삽니다.

-“할인 하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제대로 알뜰한건 아니죠.

저와 시아버니는 제대로 대놓고 알뜰한 타입입니다.

 

- 할인쿠폰이 있는걸 알면 당장에 슈퍼마켓 인포센터에 가서 할인쿠폰을 받은 후에 물건을 사러 갑니다. 이미 슈퍼에 입장을 했는데, 나중에 할인권이 있는걸 알았다? 빨리 나와서 받아서 다시 가야죠. 25%는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죠.^^

-할인이라고 해서 샀는데, 영수증에 정가라? 이건 바로 이야기해서 환불받습니다.

-“할인 하는 곳”은 가능하면 찾아가서 꼭 그 품목을 삽니다.

 

그 차이를 조금 아시겠죠?

점잖게 알뜰한 타입은 딱 2% 부족한 알뜰함입니다.^^

 

평소에 다름없이 2층 주방에서 호작질( 글 쓰면서?)하면서 놀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초인종도 안 누르시고, 열쇠로 문을 따고는 2층 주방까지 급직진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지니~”하면서 이름을 부르시던가, 아님 초인종을 누르신 후에 문을 따시는데..

오늘은 그냥 오셨습니다.

 

웬 우편물을 들고 오시는지라,

우리 것인 줄 알았는데 시누이것이라고 방에 두려고 오셨답니다.

 

평소에 시누이 우편물을 시어머니의 거실에 있다가 시누이한테 전해지는데..

아마도 오늘은 며느리가 뭐하고 노는지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테이블 위에 반지가 2개 있으니 그걸 얼른 들고는 물으십니다.

 

“이건 뭐냐?”

“다이아반지요.”

“샀냐?”
“하나는 제꺼구요. 하나는 한국에 언니가 반지 2개 사달라고 천유로를 보낸 걸로 샀어요.

중고라 꼬질꼬질해서 깨끗이 닦고 백금을 다시 코팅하는데 보내려고요.”

 

혹시나 싶어서 시어머니가 묻지도 않으시는데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습니다.

언니가 보낸 돈으로 산 언니반지라고 말이죠.

 

“나한테 클리닝용액 있는데 거기에 한번 담갔다 빼면 다시 새 것 같다.”

 

내가 아는 클리닝용액은 은전문 용액인디? 다이아 박힌 백금반지를 거기에?

 

“엄마, 그거 은 전용제품 아니에요?”

“아니다, 금도 된다.”

“아니에요, 그냥 금방에 보내서 깨끗이 닦은 후에 다시 백금코팅하려구요.”

“그건 비싸잖아, 용액은 있는 것에 그냥 넣기만 하면 되는데..”

“닦는데 15유로에 백금코팅이 15유로 합이 30유로면 된데요.”

“그렇게 비싼데 뭘 그렇게 하니?”

“중고반지라 다시 새것처럼 끼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죠.”

“네가 정 그렇다며 할 수 없지만.. 너무 비싸지 않냐?”

 

시어머니가 크린닝 용액에 넣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 일이지..

며느리가 간만에 시어머니께 말대꾸를 꼬박꼬박 합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이었지 싶습니다. 시어머니가 하라고 하시는데 안한다고 반항(?)한 것이..)

 

 

 

언니가 사라고 한 반지중 하나는 맞는 사이즈라 줄일 필요가 없었지만,

다른 하나는 큰 사이즈라 줄이려고 금방에 갔었고, 거기서 조언을 받았었습니다.

 

“줄이는 건 30유로구요, 줄인 후에 때 빼고, 광(백금코팅) 내는데 30유로예요.

보이시는지 모르겠는데, 때가 껴서 백금이 군데군데 누리끼리 하거든요.

원하시면 일단 줄인 다음에 보시고 때 빼고 광내셔도 되구요.“

 

한국에 갈 때 언니한테 갖다 줄 중고반지지만 이왕이면 새것같이 보이는 것이 좋죠.

 

그래서 거금 60유로지만 반지가격이 정가보다 할인이 됐던지라 그냥 질렀었습니다.

때 빼고 광내니 완전 새것이 된 반지를 보고는 정말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디에서도 중고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보이시나 모르겠는데, 앞의 반지가 뒤의 때 빼고 광낸 반지에 비해 때깔이 거시기 합니다.

 

그래서 때 빼고 광내는데 가져가려고 꺼내놨다가 시어머니께 딱 걸린 거였습니다.

언니가 보낸 돈으로 산 다이아반지 이야기는 남편한테도 안 했었는데..

 

시어머니가 말씀하신 클리닝 용액은 사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은반지라면 한번 담가 볼 용의가 있었지만, 백금에 다이아까지 박힌, 중고라고 해도 가격이 상당한(300유로?) 반지를 가지고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반지를 끼게 될 두 언니가 이왕이면 새 것같이 반짝이는 것 끼는 것이 좋죠.

약간의 지출을 한다고 해도 말이죠.^^


 

 


 

 

역시나 내 선택은 옳았습니다.

 

다이아가 박힌 백금반지는 한평생 귀금속 가공에 몸담고 있는 마이스터(장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꼬질꼬질하던 때를 벗고, 백금코팅까지 새로 입고 말이죠.

 

이렇게 2.5부와 3.2부 다이아 반지는 광채 나는 예쁜 모습으로 제가 한국에 갈 때까지 서랍에서 잘 쉬고 있을 예정입니다.

 

알뜰하신 시어머니도 가끔씩은 지르십니다. 할인했음에도 500유로짜리 코트를 사시기도 하고, 또 시시때때로 메이커 제품의 옷을 사십니다.

알뜰함과는 별도로 말이죠.

 

며느리도 마찬가지라는 걸 시어머니는 아실까요?

 

평소에는 알뜰한 며느리지만 내 언니들이 앞으로 끼게 될 다이아반지를 싸구려용액에 담가서 깨끗하게 하는 거 보다는 전문가가 제대로 만져줘서 중고지만 새 것 같은 반지를 갖다 주고 싶은 마음을..

 

마지막으로 제가 산 반지 2개의 다이아반지 가격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알려드리자면..

2개의 가격+ 하나 줄이고 때 빼고 광내고(60유로)+ 하나 때 빼고 광내고(30유로)=800유로입니다.

 

혹시나 해서 알려드립니다.

“거기 다이아 반지 싼데, 나도 돈 보낼 테니까 사서 좀 보내주슈~”

 

이런 부탁은 받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보내서 거기까지 잘 가란법도 없거니와 중간에 세금을 엄청 두드려 맞을 수도 있고,

여기서는 다이아를 보냈는데, “왜 큐빅 반지가 왔소?” 해도 확인이 안 되니 말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시간이 많이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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