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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생에 첫 수술

by 프라우지니 2017.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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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사는 모든 한국 사람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의 건강상태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내 땅 떠나서 사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내 몸까지 아프면..

안 될 일인거죠. 그래서 내 몸 단속은 열심히 합니다.

 

“입안이 헐고 안에 물집이 잡힘”

 

“좌측 배 아래쪽에 눌림 증상”

 

몸의 어디가 안 좋은지와 증상까지 달력에 빨간색으로 써놓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몸에 이상이 시작됐는지 쉽게 알 수 있죠.

 

꽤 오랫동안 좌측 아랫배가 묵직했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으로 나의 증상과 비슷한 것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왼쪽 아랫배는 대장이 있고, 여성들은 자궁이 있는 곳.

대충 대장에 대한 질병이나 여성 질병에 대한 설명을 읽을수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갔을 때는 내과, 산부인과에 대장과에 가서 대장내시경까지 했었지만 나온 병명은 없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묵직한 내 아랫배.

 

심심 할 때마다 찾아가는 의사는 아니지만 나름 꽤 자주 의사를 찾아다니는 아낙.

이번에는 눌림 증상보다 조금 더 진행이 된지라 다시 찾아가 “가정의“

 

하필 내가 찾아간 기간이 여름휴가였던지라 그곳에 표시된 다른 가정의를 찾아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에는 꽤 많은 외국인 의사가 있습니다.  외국인 의사는 내국인에게는 참 친절한 모양인데, 외국인에게는 다 친절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내가 다니던 가정의 샘이 은퇴을 하시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쿠바출신 여의사 샘.

환자가 한 마디 하는데 열 마디를 하는지라 나랑은 맞지 않는 거 같습니다.^^;

가정의가 바뀌면서 너무 수다스러운 쿠바여의사인지라 새로 가정의를 바꿔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히 가정의는 휴가중이고, 덕분에 저는 그곳에서 지정한 다른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새로 찾아간 (오스트리아 아저씨) 가정의 선생님인데 나를 보고 하시는 첫마디.

 

“여기 전에도 온 적이 있지 않아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다는 말인거죠.

 

“혹시 요양원에 진료하시러 오세요?“
”네, 가끔 가죠.“

“아마도 거기서 만난 듯 싶은데요, 저 거기서 일해요.”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각자 “가정의”선생님이 계십니다.

 

그래서 몇 분의 가정의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셔서 자신들의 환자들을 돌아보고, 처방전을 새로 쓰시던가, 병원으로 가시게끔 조치를 취해주시기도 합니다.

 

요양원에 따라서 의사가 상주하거나 일주일에 두어번 요양원 진료를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당신들에게 익숙한 "가정의"에게 진료받기를 원하시는 관계로, 우리 요양원에도 일주일에 2번 진료를 오시는 "가정의"선생님이 계심에도 여러 "가정의"선생님이 진료를 오십니다.

 

그렇게 처음 만났지만 조금은 익숙한 가정의 선생님께 진찰을 받았습니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잘 들으시고는 배의 여기저기도 눌러보시고는 소견을 말씀하시는데..

의사 샘이 말씀하시는 그 단어를 못 알아들으니 직접 그림을 그려서 설명까지 해주십니다.

 

그리고는 “초음파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방사선과 Überweisung 위버바이중(이송표)을 작성 해 주십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는 아프다고 무조건 큰 병원에 가는 일은 없습니다. 일단 동네 가정의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은 후에 이송표를 들고 초음파나 다른 진단기관으로 갈 수 있죠.

 

초음파에서 나온 진단 결과는..

아주 미약하기는 하지만 탈장.

 

 

다음에서 캡처했습니다. http://blog.daum.net/proctoclinic/1337

 

 

 

진단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간 가정의.

선생님은 이번에는 병원으로 갈수 있는 소견서를 주십니다.

 

그래서 가게 된 병원.

 

이왕이면 익숙한 병원에 간다고 선택한 병원은..

직업 교육받는 동안에 제가 2달 동안 실습을 한 “자비로운 수녀병원”

역시나 큰 병원답게 예약은 3주후에나 잡을 수 있었습니다.

 

탈장이라고 해도 초음파상으로 나온 크기는 너무 미약한 7mm인지라 사실 병원에 가기는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단지 탈장이 심해져서 장폐색이 오면 생명이 위험하다니,

이왕이면 수술을 했음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수녀병원에서 만난 아주 예쁜 여의사는 배의 이곳저곳을 눌러보더니만 나에게 날린 한마디.

 

“수술하기로 합시다. 날짜는 바로잡을게요.”

 

앗, 생각지도 못한 의사의 첫마디지만 당황하지 않고..

 

“수술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한 시간 정도 소요 될 거에요.”

“그럼 수술은 입원 없이 당일수술을 하는 건가요?”

“아니요, 일단 입원하셔서 검사하고 수술하고, 3일정도 있으셔야 해요.”

“그럼 5일간 입원이네요.”

“그렇죠, 수술 후에는 6주 동안 무거운 것을 들면 안 되요.”

“무거운 거면 어떤 무게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전 요양원에서 일하는지라..”

“그럼 병가를 내야죠. 5kg이상을 들면 안되요.”

“아, 그렇군요. 그럼 입원 날 뵙겠습니다.”

 

 

그렇게 잡힌 날짜는 2주후!

 

내가 수술 해 달라고 사정 해 보려고 했었는데..

수술 날짜가 잡고는 나오면서 무지하게 신이 났었습니다.

 

“앗싸~ 수술한다. 그럼 더 진행되면 나오는 장폐색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네..”

 

철이 없는 것인지 배에 칼이 들어온다는데 신이 나다니..

조금 더 생각 해 보니 눈물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일단 배에 난 구멍(?)을 메우는 수술날짜는 잡혔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 나 수술해야 한다네.”

“뭐? 의사가? 그 의사랑 통화 할 수 있어?”

“지금 의사샘 방을 나왔는데..”

“그럼 다시 예약을 잡아. 수술 전에 어떤 식으로 수술을 하는지 설명을 들어야지.”

“뭔 설명을 들어. 수술은 1시간이면 되고, 구멍 뚫어서 한다고 했어.”

“마취는 한데?”

“그럼 배를 째는데 당연히 마취는 하는 것이 아닐까?”

“일단 의사한테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그렇다고 수술을 안 할꺼야? 입원 날 다시 검사하니 그때 의사샘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마눌의 만류에도 남편은 병원에 전화를 해서 마눌 입원 며칠 전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마눌이 수술하는 것이 무서운 것인지..

마눌이 마취에서 못 깨어날까 봐 무서운 것인지..

마눌의 수술에 대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인지..

 

저는 그렇게 내 생에 첫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불안하거나 떨리지는 않고, 아무래도 생에 처음으로  몸을 칼을 대는 입장이라..

(저는 예뻐지려고 성형수술 같은 것도 안 해 본지라..)

 

“째면 아프겠지? 수술한 후에 수술부위가 많이 아프겠지?”

 

뭐 이런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수술 전에 하는 마지막 근무입니다.

“탈장수술”이 잡혀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병가를 낸 상태가 아닌지라, 근무는 해야 하거든요.

 

수술하고 6주 동안은 무거운 걸 들면은 안 된다니 요양원 근무는 쉬게 될 거 같고..

수술을 하면 항상 갖고 있는 이 아랫배의 묵직함은 없어지겠지요?

 

병원에 5일 동안 입원하면 여러분께 다음에는 오스트리아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실습생과는 또 다른 환자로서 보이는 병원은 다를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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