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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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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의 대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남자가 하나 있습니다.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계를 선물받기 전에도 했었고..

“어떻게 마눌한테 세이코 시계도 안 사주냐?

전에 XX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세이코 시계를 가지고 왔더라..”

 

괜히 심술이 나면 이야기를 했습니다.

“XX는 미국에서 티파니 목걸이를 사서는 국제우편으로 보냈었는데..

어찌 내 남편은 여때까지 마눌한테 티파니는 커녕 목걸이 하나를 안 사주네 그려..“

 

(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그 보석상 티파니)

 

위에 등장하는 XX는 일본사람입니다.

 

사실은 나랑 대놓고 사귄 적도 없었고,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어서 나에게는 그냥 친구 같은 상대였죠. 남자임에도 참 수다스럽던 친구!

 

아직까지도 XX가 날 사랑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것이 사랑 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죠!

 

자! 여러분이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그는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요?

 

 

1995년쯤에 그를 만났던 거 같네요.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를 방문한 “스위스 친구”와 함께 판문점을 갔다가 XX를 만났습니다.

 

나도 실업자일 때라 시간만 널널했고, 나도 안 가본 판문점인지라 가이드 삼아서 가게 됐죠.

 

판문점을 돌아보고 다시 돌아올 때 문산역 앞에 서서 만두를 먹고 있던 한 일본남자를 봤었습니다.

 

그냥 지나쳐서 기차를 탔는데, 스위스 친구가 하는 말.

 

“아까 역에서 만났던 일본인 있잖아.

 내가 이야기 해 봤는데 괜찮은 거 같아서..  같이 가도 되지?”

 

나야 어차피 스위스 친구의 하루 말동무이니 그가 누구를 데리고 와도 상관이 없었죠.

그렇게 나, 스위스인, 일본인이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다보니 신당동에 가서 떡볶이를 먹었고, 어쩌다 보니 종로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안주만 먹습니다.^^)

 

함께 먹고, 마시는 동안 이 일본인은 유난히 나와 스위스 친구관계를 신경 썼습니다.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닌가 했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라고 했고, 그냥 친구 부탁으로 하루 가이드 해 주는 거라 했건만 눈치 또 눈치를 보던 그!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헤어지는데 일본인 XX가 나에게 묻는 말!

 

“내가 너한테 연락해도 되지?”

 

그리고 이틀 후쯤에 XX를 만나서 함께 롯데월드(인가?)를 놀러갔었습니다.

 

그는 한국어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남아도는 시간이라 하루 종일 XX와 보냈습니다.

 

그렇게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고(이때가 7월이였나?), 12월에 회사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때 XX가 제 선물로 들고 온 것이 바로 세이코 시계였죠.

 

 

 

 

필리핀 언니네 집에서 그가 선물했던 시계를 찾았습니다.

 

참 예쁘고 앙증맞은 시계였는데.. 20년이 지나니 많이 낡았습니다.^^;

이 시계를 보니 XX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사랑 이였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그렇게 XX는 2년 동안 매주 토요일에 저에게 전화를 해왔습니다.

 

“매주 자기는 축구를 하는데 자기는 골키퍼” 라던가..

 

“인도에서 바이어가 왔는데, 호텔에서 밤 12시에 전화를 해서 피자를 사오라고 한다. 인도 바이어는 내가 자기 몸종인줄 아나봐!”라던가..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어김없이 전화를 해서 2시간 동안 수다를 떨어댔죠.

 

매주 토요일에 오는 2시간 수다떠는 전화!

오죽했음 저는 그런 생각까지 했었더랬습니다.

 

“지금 이 인간은 영어공부(연습)하려고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아!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XX는 일 년에 서너 번, 2~3일 여정으로 나를 만나러 오는데, 오면 갈 때도 없고 해서, 그때 언니 친구 아빠의 환갑을 강원도에서 한다고 해서 XX랑 같이 고속버스를 타고 그곳을 찾아갔었습니다.

XX랑 나란히 앉아서 버스를 탔는데, XX가 자는지 갑자기 그의 손이 내 허벅지 위에 툭 떨어졌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은 빼고^^)

 

XX의 손이 내 허벅지에 닿자마자, 제가 벌떡 일어나서는 얼른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지니, 자리로 다시 와, 다시는 안 그럴게!”

 

자는 것이 아니라 신체접촉을 시도하려고 일부러 그랬던 걸까요?^^;

그것이 XX가 나에게 한 최초의 신체 접촉이자 마지막 접촉 이였습니다.

 

 

그 이후 XX랑은 나란히 앉아서 차를 타는 일은 만들지 않았거든요.^^

 

그는 매번 자기가 사는 “센다이”에 놀러오라고 했지만..

그 당시 저는 초대하는 사람이 당연히 비행기 표를 보내 주는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비행기 표를 안 보내주니 당연히 놀러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친구처럼 2년을 보내고 97년 전 유럽여행을 떠났죠.

(이때까지 저는 매주 토요일 저녁 XX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2시간씩)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98년도에 영어 통역 가이드 시험을 본 후,

바로 필리핀에 취직이 돼서 떠났죠.

 

필리핀에서 남친이 생겼고, 남친의 질투가 너무 심해서 XX와는 연락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사귄 적도 없는 XX 때문에 자꾸 남친이랑 싸우니 말이죠.^^;

 

연락이 끊기기 전, 그 해 뉴욕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던 XX가 티파니(보석상)에서 하트모양의 목걸이를 샀는데, 필리핀으로 보내면 중간에 분실될 위험이 있다고 한국으로 보냈다고 하면서 이상한 말을 했었습니다.

 

“내년에는 너랑 같이 여기 와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

 

이런 말을 하나마나 내가 그랑 사귄 사이도 아니고..

난 새 남친이 있으니 사실 신경 써서 듣지도 않았죠.^^;

 

그리고 2~3년이 지난 후에 자유의 몸 (남친과 헤어지고)이 되어서 XX에게 잘 살고 있는지 연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필리핀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에게 연락이 안 되자, 내가 보냈던 편지의 마지막 필리핀 주소만 들고서 저를 찾아서 왔더랬답니다. 물론 저는 이사를 가서 그 주소에 없었구요.

 

저를 찾아 헤매다가 거리에서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할머니의 짐을 그 댁까지 들어다주고는 할머니가 주는 물을 한 잔 얻어마셨는데..

 

나중에 일어나 보니 거리이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은 다 털렸었다는..

날 찾아 필리핀에 와서는 장편소설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만드셨네요.^^;

 

연락없는 나를 찾아서 헤맸다던 그는 나와 연락이 된후에, 필리핀에 두어 번 휴가를 왔었습니다.

 

내가 (지금의) 남편을 소개받아서 연애를 시작하던 때에 XX가 필리핀으로 휴가를 오겠다고 했었습니다.

 

하필 남편(그때는 남친)이 나를 보러 필리핀에 오겠다던 시기에 맞춰서 말이죠.

 

그래서 XX에게 물었었습니다.

 

“너는 왜 필리핀에 오려고 하는데?”

 

대답도 하지 않던 XX. 삐졌는지 그해는 필리핀에 오지 않았죠.

그리고는 흐지부지 연락이 끊어졌었습니다.

 

 

그는 날 사랑했던 걸까요?

아님 그냥 친구로 생각했던 걸까요?

 

나중에 그가 회사의 “인도 지사장“으로 근무할 때는 쪼매 후회도 했었습니다.

내가 쪼매 노력만 했었다면 지금쯤 인도에 살고 있겠지?”하고 말이죠.

 

내가 만났던 몇몇의 일본사람들에게 XX의 이야기를 하니 그는 날 사랑했던 거라고 합니다. 단지 말을 못했던 것뿐이라고요.

 

사실 XX 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난 말없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XX는 왕수다!^^;

 

하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나왔었다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바보! 좋아한다고, 사귀어 보자고 말이나 해 보지.

여자는 싫은 남자도 자기를 좋다고 하면 맘이 가게 마련인데..”

 

몇 년 전에 그가 페이스북으로 나에게 “친구신청”을 해 왔습니다.

 

대문사진으로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놔서 이미 내가 결혼 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지금도 그를 페이스북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그의 페이스 북에서도 그는 외로운 혼자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그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그것은 사랑 이였을까요? 아님 그냥 친구를 대하는 마음 이였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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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0

  • 단유 2017.06.16 01:52

    로맨틱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일본인(?)이라 속으로만 앓고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한걸까요. 그사람과 좋은 결과가 있었어도 행복하게 지내셨을수도있겠단 생각드네요. 지금 남편님께는 실례!ㅋ 그분은 이성으로 많이 좋아하셨나봐요. 먼나라까지 만나러오기도하고 전화도 길게 하시는걸보니.. 말이많아서 지니님한테 매력이 없었군요ㅋ 근데 저도 결혼해살아보니 무뚝뚝하고 말없는 남편보다 말많은 남편이 좋을것같드라구요ㅋ
    답글

    • 남자가 말이 너무 많아도 여자를 피곤하게 합니다.^^

      여자인 나보다 말이 더 많은 남자는 싫더라구요. 내가 쫑알거리는 이야기를 아빠미소 지으면서 웃어주는 남자가 좋습니다.^^

  • Youna 2017.06.16 10:28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ㅋㅋ
    젊었을땐 다들 그렇게 서툴고 둔하고 그랬었죠.
    저도 대학때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썸남과 나이차가 꽤 나는지라(10년이상) 삼촌처럼 오빠처럼 편하게 대했는데 상대방은 뭔가 섭섭한 눈치더니, 어느날 갑자기 청첩장이 날라와 저혼자 배신감에 씩씩거렸던 적이 있었네요.
    졸업후 지금 남편과 연애하면서 일본남자들의 성향을 알게 됐어요.
    연애에 소극적이고 수줍음 많고, 상대방이 자기한테 호감이 있는지 확신하기 전에는 속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절대 한국남자처럼 적극적으로 들이대지 않아요.
    제 주위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 한 번도 안해본(못해본) 남자들도 꽤 있거든요.(아내한테도)
    그런 낯간지러운 단어는 입에서 안나온대요ㅋㅋ
    다년간 일본남자를 다뤄본 전문가입장에서,
    아마도 지니님의 썸남은 지니님을 좋아했던건 확실하구요(그것도 상당히 많이)
    지니님 반응이 미적지근하니까 그 이상 표현은 못했던것 같습니다. 자신한테 호감이 없는 상대한테 막무가내로 들이대는건 민폐라고 생각하거든요.
    암튼 결혼은 타이밍, 부부의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이 진리인것 같네요.
    답글

    • 그냥 들이댔다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좋아한다."고 말을 하거든요. 상대방이 아니라면 마음을 접는것이고 좋다면 사귀고.. 그때 말 못해놓고 "내가 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하면서 내 속만 끓이느니 그냥 화끈하게 질러버려야 내속이 편하죠.^^ 그 일본친구는 인연이 아니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이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잖아요. 내 주변의 모든 남자, 특히 사귀기 시작하면 나와의 결혼을 가상결혼을 생각해보죠.^^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7.06.16 10:52 신고

    남자는 여자가 맘에 있으면 직진이지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그분도 지님을을 좋아했는데 말로 표현을 못했나봐요.좀 안타깝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krtiptiptip.tistory.com BlogIcon 줌마토깽 2017.06.16 11:12 신고

    왠지ᆢ
    사랑이었을것 같습니다ㅎ
    남자분들이 관심없이는
    자기시간과 돈을 함부로
    쓰지않는다는 말을들은것같아요ㅎ
    답글

  • 연주 2017.06.16 21:48

    그 일본분이 지니님을 많이 좋아했던것같아요 ~~ :)
    일본인들이 사랑한다는말을 직설적으로 잘못해서 돌려서 표현한대요 ㅎㅎ지니님이 그때 잘 알아차렸다면 두분이서 잘되어있을지도....ㅎㅎㅎ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래도 로맨틱한 추억이네요 😊😊
    답글

  • 느그언니 2017.06.16 22:01

    그걸 요새말로 썸이라고 합니다..ㅎㅎ
    답글

  • 한랑 2017.06.17 16:06

    확실히 좋아한거 같아요. 어느남자가 좋아하지 않는 여자에게 그런 비싼 선물을 해줄까요... 사귀어도 해주는 선물은 아닌것 같아요
    답글

  • 느림보 2017.06.17 17:52

    만나는게 썸이라구 생각햇던 모양임돠
    근데 혼자만의 착각이엇더니 쪼매 슬퍼질려구 합니다 ㅠㅠ
    답글

  • 진희 2017.06.18 00:42

    아구~~~아까웡~;;;;;;;
    답글

  • Favicon of https://mikamom.tistory.com BlogIcon 코부타 2017.07.11 07:17 신고

    그 일본분, 지울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고 사실듯하네요.
    바보같이.....그렇게 좋아 했으면 화악 밀어 붙였어야쥐~~~
    내가 그 일본분의 친구 였다면 두분이 지금쯤 부부가 되어 있을지도.ㅋ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