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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10-누군가 남기고 간 것으로 만들어 먹는 한끼 요리

by 프라우지니 2017.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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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아히파라 홀리데이파크.

 

하지만 저희부부는 멈춤 상태인지라 매일 이 자리에서 매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만나죠.

 

 

 

아침을 먹으면서 떠나는 사람들을 봅니다.

 

인사말이라도 한 적이 있는 경우는 “잘 가라!”고 인사를 하지만,

그저 얼굴만 빤히 본 사이는 그 사람들이 갈 때도 빤히 쳐다보고 말죠.

 

조금 늦게 아침을 먹으니 오늘은 사람들이 다 빠져서 조용합니다.

 

오늘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난 주방에서 “대박아이템”을 건졌습니다.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여행자들이 자기 물건을 넣을 때 이름과 떠날 날짜를 써서 넣어둡니다.

청소하는 사람이 청소를 하면서 “버릴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말이죠.

 

물론 이렇게 써놔도 누군가가 먹어버리면 “분실처리”되지만 그렇다고 “보상”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본인이 알아서 잘 밀봉해서 구석에 넣어두는 수밖에는..

 

사람들이 다 떠났으니 비어있어야 할 냉동실에서 건진 대박 아이템.

누군가가 간 고기와 냉동야채를 두고 갔습니다.

 

사실 여행 중에는 물건을 정말로 깜빡해서 놓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가져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건진 것도 이 두 경우 중에 하나겠죠.

중요한건 이것을 가지러 그 여행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두 가지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간 고기로는 미트볼을 만들었고, 냉동야채는 볶으면서 카레카루를 넣으니..

나름 궁합이 맞는 요리가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산 적이 없고, 가지고 있는 기억에 없는 재료가 등장하는 날, 남편은 묻습니다.

 

“이거 어디서 났어?”

 

하지만 마눌은 항상 같은 대답을 하죠.

 

“알면 다쳐! 그냥 먹어!”

 

이 대답인 즉은 어디선가 생긴 재료라는 뜻이죠.^^

 

 

 

간 고기로 만든 미트볼은 넉넉해서 점심은 야채랑 같이 먹었고..

저녁은 미니 버거도 만들었습니다.

 

버거용 빵은 없는지라, 통밀로 반죽을 해서 버거 모양을 빗기는 했지만..

맛이 버거용 빵은 사실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배고픈 여행자에게는 뭐든지 맛있는 법이니..^^

저녁을 먹을 때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한 로스할매도 간만에 한 개 드렸습니다.

 

뭘 얻어먹어도 갚을 줄 모르는 로스할매이고,

자기가 사놓고 안 먹는 야채는 나에게 먹겠냐고 물어봐도 좋으련만,

그냥 “Free무료“통에 넣어서 내가 꺼내야 하는 수고를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짜로 생긴 간 고기로 만든 것이니 기분 좋게 하나 드렸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4등분을 해서 이제 일 시작한 독일커플 알렉스&코라와,

주인장, 샌디와 그의 어머니 맛보기용으로 나눠줬습니다.

 

나도 공짜로 생긴 것으로 만들었으니 이왕이면 여럿이 나눠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말이죠.

 

알고 계셨습니까?

 

여행 중에 내가 깜빡 잊고 혹은 일부러 가져 나오지 않는 냉장고나 냉동고의 재료를,

활용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통 홀리데이파크는 냉장고/냉동고의 대청소를 1주일 단위로 하며,

이때 여행자들이 놓고 간 것은 다 폐기처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혹 아직 상태가 괜찮은 것들은 “Free무료”딱지를 붙여서 다시 넣어두기도 합니다.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다른 (가난한) 여행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말이죠.

 

하지만 내가 안 먹을 음식은 큼지막하게 'FREE'라고 써놓고 가면..

가난한 누군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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