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남편의 생일이 돌아왔습니다.
“생일선물로 돈을 달라“ 던가 ”뭘 사달라“하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뭐가 갖고 싶냐는 마눌에 질문에 항상 같은 대답을 합니다.
“내 생일날 말이나 잘들어.”
내가 언제 말을 안 들었다고? 말도 잘 듣는 마눌인디...^^;
아무리 딸기능이 있는 마눌이지만, 이래봬도 연상의 마눌이거늘..
왜 그리 마눌을 귀엽게만 보시는 것인지..^^
마눌이 생일인 1월이 지나고, 남편의 생일인 4월이 올 때까지 단 4달간의 기간이지만,
이 기간에는 나와 남편의 나이 차이는 2살입니다. (15개월 차이지만^^)
올해는 뜬금없이 GPS시계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일 선물로 뭐 사줄까?”
“GPS (내비게이션) 시계!”
“그게 왜 필요한데?”
“뉴질랜드서 낚시 가게 되면 어느 루트였는지 바로 확인 되잖아.”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희부부는 올해 또 떠날 예정이거든요. 아닌가? 모르시나?^^;)
“알았어.”
“그거 비싸!”
“얼만데?”
“300유로”
“사! 내가 사줄게.”
짠순이 마눌이 300유로나 하는 시계를 쏜다니 남편이 다시 확인사살을 하십니다.
“정말 사도 돼?”
나도 이번기회에 내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확인(운동량)되고 심장박동수도 체크되는 시계를 하나 살까?
우리 세트로 사는 건 어때? 나도 GPS 확인이 되면 당신 마눌 어디있는지도 알잖아.“
“...”
“내건 비싼 거 아니어도 돼.”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
“아니야, 당신 시계는 사. 내가 사줄게!”
“됐어. 다음에 사지 뭐!”
마눌 돈도 자기 돈처럼 아끼는 남편이니 마눌이 사준다고 해도 덥석 받을 인간형은 아니죠.
혹시나 싶어 마눌에게 비싼 시계를 이야기 했던 모양인데, 마눌도 쓸 때는 쓰는 타입이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 남편 생일선물이라고 변변하게 해준 것이 없어서리...^^;
그렇게 시계는 물 건너갔고,
이번 여행에 필요할 배낭을 사겠다고 한동안 인터넷 검색을 했었었는데..
“내 생일선물로 배낭 사줘!”
“알았어. 주문해! 생일날 도착할 수 있게.”
“...”
배낭도 물 건너갔습니다.
사달라고 그냥 이야기만 해 보는 것인지..^^;
그렇게 남편의 선물 "희망 리스트“는 사라져갔고!
작년에 비해서 올해는 시간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편의 선물은 미리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갖고 싶다는 것이 없으니 사줄 수도 없고,
괜히 잘못 샀다가는 또 궁시렁 거릴 테니..^^;
사실 작년에 줬던 생일선물도 아직까지 쓰지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정말로 자전거를 타러 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몸도 바쁘고, 마음도 바쁜데 자전거를 타다나요.
그렇게 미 사용된 쿠폰을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유효기간이 안 적혀있으니..
아니나 나를까!
생일선물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남편이 쿠폰이야기를 합니다.
“작년에도 생일선물이라고 줘놓고 가자고 해도 가지도 않고...”
역시 궁시렁거리십니다.
그렇게 작년에 선물한 쿠폰은 대충 정리가 됐지만..
올해 생일 선물은 뭘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둥 마는 둥 남편 생일을 기념해서 저는 점심으로 김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마침 시금치가 세일 하길레 김밥 해 먹으려고 샀었거든요.^^;
시간은 흘러서 생일날 출근한 남편이 돌아올 시간!
마침 남편이 야채크림스프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손 믹서가 고장이 났는디..
그거 망가뜨렸다고 어제까지 궁시렁댔는디..
남편의 생일선물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주방용품으로 낙첨이 됐습니다.^^
급하게 슈퍼로 뛰어가서 비싸지 않지만 좋은 품질의 핸드믹서를 하나 고르고..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크도 줘야지...하는 생각에 구입한 케이크용 세트.
파운드 롤 케이크, 딸기 그리고 생크림!
요즘은 엄마도 케이크를 안 구우시거든요.
그래서 얼렁뚱땅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핸드믹서는 후다닥 남아도는 크리스마스에 쓰고 남았던 포장지로 싸주시고.
롤케잌을 잘라서 접시에 깔고, 중간에 생크림과 딸기를 넣어주시고,
나머지 롤 케이크로 위를 덮고 생크림 뿌리고 딸기를 썰어서 장식!
딸기 마지막 장식할 때쯤에 남편이 입장하셨습니다.^^
(배가 고프니) 케이크 시식을 하고나서야 선물을 뜯어본 남편!
뜬금없는 핸드믹서가 생일선물이라고 내놓는 마눌에게 “왜”냐는 질문은 없었습니다.
필요한 순간 이였으니 말이죠.^^
역시나 올해 시어머니는 남편의 생일케이크를 제과점에서 사온 초코 케이크로 대신했습니다.
가족들이 생일 때마다 이 케이크를 받는지라 이제는 낯익은 케이크입니다.
크기도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로 둘이 맛있게 한번 먹을 분량입니다.
올해는 과일바구니는 생략하시고 현금 100유로를 준비하셨습니다.
어머니도 저처럼 많이 게을러지신 모양입니다.
과일바구니를 건너뛰신걸 보니 말이죠.^^;
핸드믹서를 생일선물이라고 디밀기는 했지만, 사실 이건 사야하는 물건이라 샀던 것이고..
정말 남편이 갖고 싶다는 물건이 나오면 "생일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사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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