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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 졸업식

by 프라우지니 2017.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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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모든 시험을 마치고, 실습 요양원에서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이제야 진짜 졸업을 합니다.

 

졸업하기에 앞서서 우리 반 사람들은 몇 번 노래연습을 한다고 했었습니다.

 

아주 짤막한 노래지만, 그래도 12명이 화음을 넣어서 연습을 했었습니다.

"oh Happy day~ oh happy day~ when jejus washed~"

 

 

 

학교 내에 있는 작은 예배당에서 졸업식을 하는지라,

그곳에 짬짬이 모여서 노래할 때는 어떻게 서고,

어떻게 “감사와 부탁”인사를 할지,

누가 처음으로 누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할 지 등등등..

 

이런 저런 연습을 했었었는데...

오늘 정말로 졸업을 합니다.^^

 

난 아무도 초대를 하지 않았었고, 당연히 아무도 오지 안올꺼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졸업식 초대장을 남편에게 보여주기는 했지만, 오라고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냥 사진이 나왔다고 보라고 디밀었었습니다.

 

아시죠?

졸업식 초대는 이미 두주 전에 나와서 대부분의 주변인에게 돌렸었습니다.

 

 

졸업식이 당장 내일인데...

갑자기 남편이 “학교 주소는 어떻게 돼?”해서 제가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안와도 되는디.. 왜 오겠다는 것인지..

 

하필 이날 남편이 부러졌던 발목 물리치료를 받는 날인지라 시내에 가는 길이고..

 

학교도 시내에서 가까우니 남편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마눌의 졸업식을 보러 갈 심산이었던 모양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남의 집 남편들은 자기 마눌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고 많이 오고갔었지만, 제 남편은 한 번도 학교에 온 적이 없었습니다.

 

회사가 린츠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출 퇴근 시간도 남다른지라 마눌의 학교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는데..

 

마지막 졸업식은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 지. 만..

마눌은 내내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왜 따라 오겠다는 것인지...

꿰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멀뚱 있는 것을 보게 될까봐 걱정도 되는디..

 

졸업식은 오전 10시라 집에서 9시에 나와도 됐는디..

남편의 물리치료가 8시인지라 변함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부부가 나란히 차를 타고 시내의 병원에 가서 남편 물리치료를 받고는,

학교로 갔습니다.

 

졸업식을 잘하고, 증서도 잘 받았습니다.

 

 

 

 

마지막 학기 성적은 지금까지의 학기보다 훨 우수합니다.^^

 

마지막 심리학 시험에 “제발 낙제만 아니기를..”을 빌었고,

낙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제발 조금 더 좋은 성적이기를“을 빌었었는데..

 

선생님이 돌려주신 제 시험지에 적힌 1등급이 절 아주 많이 기쁘게 했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학기는 전 과목을 “very good"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요양보호사 시험도 잘 치르고 받게 된 마지막 졸업장.

ausgezeichnet 아우스게짜이흐넷

 

사전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ausgezeichnet 매우 좋은; sehr gut 제어 굿(=Very good)

 

요양보호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지라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졸업장이 됐습니다.^^

 

 

 

 

꿰다놓은 보릿자루가 될까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남편은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무뚝뚝한 인간이 밖에서는 사교적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남편은 학교장과도, 제 실습 요양원에서 온 원장과 간병 책임자와도,

2년 동안 노동청과 우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Alis알리스 와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뭣이 그리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인지..

 

 

 

 

전 많은 선물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열쇠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 열쇠로 학교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업교육이 끝났으니 한쪽 문은 닫혔지만 앞으로 원하면 더 놓은 레벨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언제든지 다시 와서 학교 문을 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제 실습요양원 원장에게는 20유로 레스토랑 식사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냥 돈이나 쇼핑몰 상품권으로 줄 것이지...^^;)

 

안에 축하 카드에 휘갈기듯이 써놓은 독일어는 판독불가인지라 남편의 눈이 필요합니다.^^;

 

Alis알리스 에서는 오늘 저녁 편하게 쉬면서 차 마시라고 차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알리스는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세용~^^

http://jinny1970.tistory.com/1877

기분 나쁜 대우, 알리스

 

인도아낙은 우리 반 전체에게 팔찌를 선물했습니다.

 

그녀는 매번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는디, 그 마음은 고마운디..

어디에 하고 다닐만한 것은 아닌지라 그냥 모셔놓는 용도로만 가능할거 같습니다.

 

제가 선물을 드리려고 했었던 선생님을 오늘 만나지 못해서 진주 팔찌 하나는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날 항상 칭찬해주셨던 그 분에게 감사 인사는 꼭 하고 싶었는데..

 

그분이 오늘 수업이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드릴 껄...^^;

 

남편이 왔던 졸업식인지라 내가 하는 “감사”인사는 남편이 받았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큰 감사”를 했거든요.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수월하게(는 절대 아니지만..)

직업교육을 끝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리포트를 쓸 때면 교정을 해 주고, 시험 준비를 할 때면 내가 정리 해놓은 것들을 다 녹음해서 내가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스트레스 때문에 소리을 지르면 군소리 없이 받아주고...

 

고마운 것이 참 많은 기간이였습니다.

앞으로 딱 2년은 남편에게 기죽어서 살아야 할거 같습니다.

 

지난 2년간 남편이 그렇게 살아줬으니 말이죠.

“잘 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동네방네 “내 마눌 공부 잘한다고 자랑” 해 줘서,

마눌의 기를 살려준 남편이 눈물나게 고마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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