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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에게 좋은 동료, 밀라나

by 프라우지니 2017.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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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습하는 요양원은 2개의 병동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2병동으로 3병동에 근무하는 직원하나가 지원을 왔었습니다.

 

3 병동의 어르신들은 씻을 때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2병동은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시거나, 중증 치매라 혼자서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지라, 3 병동에 비해서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3병동에 근무하는 같은 반 친구인 슈테피 말에 의하면..3병동은 어르신에 비해서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서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장실 가시겠다고 하면 따라가서 옷을 내려드리고, 일 보신 후에 올려드리고 다시 자리에 모시고 오면, 또 다른 어르신이 가시겠다고....^^; (뭐 이러니 직원은 시간이 절대 부족하죠.^^;)

 

반면에 2병동은 침대에 계신 어르신들은 씻겨드리고, 식사를 먹여드리는 시간외에는 따로 요구하시는 것이 없으니 오후에는 직원들이 조금 편안하구요.

 

직원들이 종종거리면서 병동을 돌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죠.

 

(이것도 옛날 이야기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방에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신지라 시시때때로 호출벨을 눌러대서 전보다는 많이 힘들고, 조금 바쁩니다.^^;)

 

아무튼 그렇게 밀라나는 우리 병동에 왔습니다.

우리학교인 카리타스 학교를 5년 전에 졸업해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나처럼 외국인입니다.

 

요양원에 카리타스 학교를 나온 선배들이 몇 분 계시기는 하지만, 나에게 살갑게 해주는 사람은 사실 없었습니다.

 

그들은 다 현지인이고 나는 외국인인 것도 있지만, 사실 근무시간에 서로의 사생활을 캐묻고 할 만한 시간도 없거니와 그럴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저 또한 요양원에서는 누군가 묻지 않는 한 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디서 뭘 했고, 몇 개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는지, 이 사람들은 전혀 궁금해 하지 않고, 내가 학교에서 시험은 잘 봤는지, 성적은 어떤지도 관심이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밀라나는 제가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직원들도 나에게 해주지 않은 이런저런 정보들을 줬습니다.

 

“지금쯤은 이 요양원에 입사원서를 접수해!”

“난 일단 2개의 시험을 합격 하는 것이 목표인데,

입사원서 내놓고 시험에 떨어지면 웃기잖아.”

“아니야, 입사원서는 미리 넣어야 해!”

 

라거나..

 

“우리 요양원은 일요일에 근무하면 추가로 50유로가 나오고,

철야근무를 하면 추가 30유로가 추가수당으로 나와!”

 

이건 몰랐습니다. 실습생들을 일요일에 자주 근무시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날 실습생 근무를 시키면 요양원측에서는 경비를 조금 절약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정보도 줬습니다.

 

“철야근무는 직원 혼자서 12시간동안 거의 50여분의 어르신들을 다 관리해야하고,

또 사고도 밤에 많이 일어나니 웬만하면 안하는 것이 좋아!“

 

전에 우리병동에서 철야 근무를 한 (남자)간호사가 “내 평생에 그렇게 많은 피를 보기는 처음이야. 바닥이 완전 피바다에 피냄새가 완전 진동했다니깐...” 했었는데..

 

밤에 화장실에 가시던 어르신이 넘어지셨는데, 침대에 머리를 찧으셨는지, 허벅지가 찢어지셨는지, 아무튼 엄청난 피를 흘리시고 구급차에 실려 가셨었습니다.

 

간호사도 놀라는 그 상황을 초보 요양보호사인 직원이 당했다면..

절대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피나는 곳을 눌러서 지혈을 해야 하고, 응급차도 불러야하고,

그 외 이런 저런 일들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런저런 정보 외에 그녀는 정말로 저의 동료로 일을 했습니다.

 

동료가 함께 일을 할 때는 일을 분담하는 일이 흔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동료로 인정 해 주는 직원은 없었습니다.

그저 너는 아무거나 시킬 수 있는 “실습생”이니 말이죠.

 

실습생인 제 눈에는 할 일이 계속해서 보이는데, 직원들은 앉아서 노닥거린다고 해서 실습생인 제가 그들에게 “이것 좀 해”하고 요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난 그들과 동등한 관계가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밀라나는 제가 해 줬으면 좋겠는 일을 흔쾌히 들어줬습니다.

 

“밀라나, 오늘 목욕하신 어르신 3분 몸무게를 재야하는데,  내가 2분은 2층으로 모셔가서 잴게, 너는 1층으로 모셔가서 재줄래?”

 

아무래도 나무늘보처럼 행동이 마냥 굼뜨신 어르신들을 한분씩 모시고 다녀오는 것이 더디기도 했지만 누군가 함께 하면 더 빨리 끝날 수 있으니 말이죠.

 

이런 부탁을 저는 기존의 직원에게 할 수 없습니다.

실습생이 건방지게 직원에게 뭘 하라고 시키는 짬밥은 절대 아니니 말이죠.

 

실습 초기부터 항상 저를 봐준 직원인 소냐에게 물어봤었습니다.

 

“실습생인 내가 직원에게 뭘 좀 하라고 혹은 해 달라고 할 수 있는지?”

 

그녀의 대답 또한 “아니였습니다.

 

아무리 직원이 근무시간에 놀고 먹어도 할일이 넘치는 실습생은 함께 일을 해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긴 실습생도 할 일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면 일이 없기는 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앉아서 노닥거리거나, 치매어르신과 동문서답형의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하루가 보람차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치매어르신과 말도 안 되는 대화를 하면서 그분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정말로 내 손길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에게 찾아가는 것이 더 보람찬 하루가 될 거 같아서 저는 할 일을 모른 척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3병동의 직원들 사진

 

실습생인 나에게 동료 같았던 밀라나는 다시 3병동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였고, 친하고 싶었던 선배였는데..

 

한 동안이나마 저에게 힘이 되어주고, 제 옆에서 동료로 함께 일해준 것에 감사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그녀는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갔습니다.

 

(사실은 근무 날이 맞지 않으면 사실 마주치지가 힘든 것이 이곳의 동료직원입니다.)

 

요양원에서는 직업교육이 끝날 때까지 저는 그냥 실습생딱지를 달고서 직원들이 하기 싫다고 등 돌리는 일이나 찾아서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절 동료로 챙겨주고 일도 나눠서 해준 밀라나를 만나고 보니 좋은 동료 한사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았습니다.

 

직업교육이 끝날 때까지 전 항상 실습생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겠지만, 그래도 저를 동료로 인정 해 주고 제 일도 함께 나눠서 해줄 직원이 지금쯤은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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