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67 - 가난한 여행자의 식사초대,

by 프라우지니 2016. 11. 5.
반응형

제가 길 위에 살면서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집 떠나 사는 것도 서러운데....”

 

“춥고 배까지 고프니 거지가 따로 없다. 거지가...”

 

마눌이 이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편 또한 먹는 것에 투자를 많이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투자는 길 위에 살아도 변함이 없어서 부부는 길 위에서도 잘 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 위에서 저희가 만난 모든 여행자들이 이렇게 저희처럼 여행하는 동안에 먹고 싶은 거 다 먹어가면서 여행을 하지는 않습니다.

가지고 있는 경비를 생각해야하니 항상 절약에 또 절약을 하죠.

 

집 떠나 살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생각인데...

심하게 절약하는 여행자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렇게 힘들게(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여행을 하면 나중에 이 나라를 떠올리면 뭐가 생각날까?”

 

뭐 이건 중년아낙의 생각입니다.

젊은 여행자들 나름대로는 “돈 없이 힘들게 한 여행” 이 젊음이 있어 할 수 있는 일 일수도 있으니 말이죠.

 

우리가 머물고 있는 홀리데이파크에 젊다는 이유로 몸으로 때우면서 여행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호박스프 식사에 초대했던 아르헨티나 청년 가스통이 바로 그 젊은이죠.

 

차 대신 자전거로 이동하니 따로 차비는 안 들고, 홀리데이 파크에서는 하루에 두어 시간 청소나 잡일을 해 주면서 무료로 머무니 숙박비도 안 들고, 먹는 음식 또한 여행을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나는 사람들이 놓고 가는 것들을 이용하거나 슈퍼에서 최대한 저렴한 것을 사서 이용합니다.

 

이런 청년을 조금 넉넉하게 했던 음식으로 한 끼 식사에 초대 하는 건 정말 바람직한 일인지라,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자주 초대를 했었습니다.

 

가난한 여행자인 가스통이 먹는 끼니를 가만히 살펴보면,

밀가루나 콩등 저렴한 것들이지만 나름 영양 면에서는 완벽한 거 같기도 합니다.^^

 

매 끼니 식사 준비를 하는걸 보면 항상 하는 밀가루 반죽.

뭘 하나? 싶어서 어깨너머로 보니 인도음식인 “차파티(맞나?)”

 

밀가루, 물, 소금만 들어가면 반죽이 되니 이걸 반죽해서 얇게 펴서는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앞뒤로 구우면 나름의 빵 준비 완료.

거기에 곁들이는 음식은 가장 저렴함 콩들로 콩 카레를 해서 차파티랑 먹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한 끼를 해결하는 가스통이 우리부부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남편과 가볍게 탁구 한게임을 친다 싶었더니만...

 

“이따가 내가 너희에게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줄 예정이야.”

 

가난한 여행자가 우리부부를 위해서 뭔 만들어 준다니 기대도 되면서 괜히 부담도 됐습니다.

조금 더 가진 우리가 넉넉한 한 끼를 해서 나눠 먹는 것은 별 부담이 없는데, 항상 혼자 해 먹던 사람이 다른 두 사람 분을 더 만드는 건 조금 버겁죠.

 

아무튼 마음의 부담은 살짝 접어놓고 우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던 가스통한테 가봤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만의 “차파티”반죽을 하길레 뭘 만드나? 했었는데...

그의 차파티 반죽위에 토마토와 치즈를 얻어서 피자를 구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식료품에는 치즈가 없었는디...^^;

 

대부분의 장기 여행자들은 홀리데이파크 주방 한쪽에 작은 박스를 갖다놓고, 자기 것이라는 표시로 자기 이름을 써놓고 거기에 자기가 가진 모든 식료품을 다 보관하는지라 장기여행자들은 서로 뭘 먹고 사는지 아주 잘 압니다.^^

 

“치즈는 어디서 났누?”

“어, 여기 떠나는 사람들이 놓고 가는 것 중에서 건졌어.”

 

아하~그래서 오늘 피자가 탄생하게 됐군요.^^

 

 

 

 

가스통이 우리부부의 몫으로 내놓은 접시 2개입니다.

 

“에게? 겨우 이거야? 이거 먹고 배가 차겠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반죽도 아주 얇은 피자 조각이니 말이죠.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총동원해서 우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준 가스통의 마음은 접시 위의 피자,

그 몇 십 배 혹은 몇 백배이니 그 마음만으로 배가 부릅니다.

 

저희는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우리 식사에 초대했고, 또 많은 사람들의 식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인) 정” 이라는 것이 한국 사람만 가지고 있는 문화인줄 알았었는데...

길 위에서 만난 여러 외국인들에게도 이 “(인) 정”을 시시때때로 느꼈습니다.

 

그 상대가 아시아 사람 일 때도 있었고, 남미 사람일 때도 있었고, 키위일 때도 있었고, 유럽인 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단어는 다르겠지만 그들도 우리가 말하는 그 “(인)정”이 있습니다.

 

정이 있어서 길 위에 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서양인들은 주고받는 걸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들도 얻어먹으면 돌려줄 줄 아는 우리와 같은 “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