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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만병의 근원지, 병원

by 프라우지니 2016.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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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실습 320시간의 절반인 160시간을 내과에서 일하는 동안 감사하게도 저는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병을 치료하는 곳과 동시에 만병을 얻을 수도 있는 병원인데 제가 잠시 방심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나름 건강하고 면역력도 꽤 남다르다고 자부했던 제가 병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숭이가 까불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꼴이 된 거죠.^^

 

병원실습의 후반기를 시작한 비뇨기과&종양학과의 실습 첫 날 저는 방사선과를 견학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에 유방암, 전립선암 등등의 증상을 가진 환사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곳에 (방사선)기사들 옆에서 그들의 설명을 듣고, 방사선 치료에 들어가는 환자를 따라 들어가서 정확한 위치에 방사선의 닿을 수 있게 그들을 기계에 눕히고 자세를 교정하는 일을 방사선 기사들과 함께 들어가서 하고, 치료가 끝나면 환자를 기계에서 내려오게 도와드리고, 다음 환자를 준비시키고..

뭐 이런 일들을 도우면서 어떻게 치료가 들어가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습 첫 날 오전시간을 방사선실에 가서 구경겸 견학, 도우미로 활동하고 다시 병동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모르는 일들을 따라잡기를 하느라 바빴고,

 

둘째 날은 하루 종일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띵~ 하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셋째 날은 일하는 도중에 내내 코에서 떨어지는 콧물을 닦기가 바빴지만, 그런가보다 했는데..

 

넷째 날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니 목소리가 제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감기도 아닌 것 같은데..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아무리 실습생이라도 해도 제가 빠지면 무단결근을 하면 제 성실성에 금이 갈수도 있고, 기존의 직원들 근무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안 나오는 목소리로 일단 전화를 했습니다.

 

“나 실습생 지니인데.. 아무래도 오늘 출근을 못할 거 같아.”

 

쇳소리로 내 결근소식을 전하니 다시 건강해지면 출근하라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행이 이날은 목요일이라 제 가정의 선생님이 오후진료를 하시는 날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대부분의 병원은 일단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지라 당일진료는 거의 힘든 편인데, 제 가정의 선생님의 진료실은 완전 선진국 시스템이라 예약 없이 환자가 오는 순서대로 진료를 하십니다.^^

 

제가 요양원에서 찍어온 의사들 리스트에 있는 제 가정의 선생님의 진료시간에는 목요일에 진료가 안 나와있지만, 실제로 목요일은 1시30분~4시까지 진료를 하시는지라 1시쯤에 가서 줄을 섰습니다.

 

다른 기존의 의사들은 일단 예약을 하면 짧게는 2주후에 예약이 잡힙니다.

아파죽겠는데, 누가 2주나 기다릴 수 있을까요?

 

제가 전에 다녔던 가정의는 예약필수였지만, 저는 가끔 예약 없이 가서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예약을 하고 가도 짧으면 30분, 길게는 1시간씩 기다리던 곳인데, 예약 없이 가서 대기자명단에 이름 올려놓고 기다리면 의사 샘이 퇴근하시기 전에는 봐주시더라고요.

(대부분은 오전 혹은 오후만 진료를 합니다.)

 

의사 샘께 제가 병원에서 실습중이고 월욜(방사선과 견학), 화욜 (두통과 구역질), 수욜(약간의 두통과 하루 종일 콧물 줄줄)의 증상을 이야기 하면서 혹시나 제가 방사선에 노출이 돼서 부작용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신 분들의 치료가 끝나고 기계가 완전히 꺼진 다음에 방사선 기사들의 꽁무니를 따라서 들랑날랑 했으면서 무신 방사선 부작용???)

 

증상은 감기 같은데, 편도선도 안 부었고, 가래는 나오는데 목도 안 아프고…….

 

“저 감기 걸렸나요? 독감일까요?”

“독감이면 열이 한두 시간 만에 39도로 올라가는데, 열은 없잖아.”

 

나의 주절거림이 이어져도 여기저기를 살피시던 의사 샘은 폐에 문제가 있는지 등 쪽을 청진기도 확인하시더니만... 한마디 하셨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이구먼.. 호흡기에!”

"어? 저는 조심한다고 매순간마다 손을 소독했는데요?“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턱을 괴고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하는데...

그때 바이러스가 침입을 한거지.”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가래를 삭이는 약이랑 두통&해열제를 처방 할 테니 일단 집에서 목, 금 병가로 쉬고, 주말 쉰 다음에 월욜에 증상이 안 가라앉으면 다시 와요.”

 

 

 

 

사실 제가 가정의를 찾아간 이유는 제가 제출해야하는 서류때문이였습니다.

 

제가 아파서 출근을 못하면 일단은 가정의 선생님의 “병가”서류가 필요합니다.

 

저는 3월10일~13일까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의사 샘의 증명서를 들고 선생님이 처방 해 주신 약을 사들고 집에 와서 저는 2일 동안 하루 종일 침대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한동안 잊고 있었었습니다.

제가 실습하는 병원에 온갖 바이러스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병원 내에는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이 (많이)있습니다. 이것들은 면역력 약한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며 수술 중에 수술부위에 침입해서 환자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게 하는 일들도 자주 하죠.

그래서 병원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혹시나 환자가 설사라도 한다면 그건 완전히 박테리아의 발상지로 잘못 관리(?)하게 되면 간호사들도 박테리아에 감염이 되는지라 설사환자가 있다면 그 방에 들어갈 때는 따로 1회용 비닐 앞치마, 마스크까지 하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건 요양원도 마찬가지)

 

재미있는 건 의사 샘은 가래를 삭이는 약과 혹시나 두통과 열이 나면 먹으라는 약만 처방하셨을 뿐 다른 것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혼자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라는 뜻이었을까요?

 

사실 오스트리아의 의사는 항생제 같은 건 처방하지 않습니다.

매년 두어 번 감기가 걸리는 남편에 의사 샘에게 처방 받는 건 항상 한결같습니다.

 

“집에서 푹 쉬면서 차 많이 마셔라!”

 

그래서 남편은 감기가 걸리면 보통 3주는 침대에 누워서 코푼 휴지를 바닥에 널어놓고 살죠!

따로 약을 먹지 않으니 감기가 알아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냥 쉬어주는 것이 다인거죠.

 

저는 그렇게 내리 4일은 침대에서 살았습니다.

푹 자고, 자고, 또 자고...

 

덕분에 월요일에는 많이 나아진지라 출근을 해서 못 나온 이유를 설명하면서..

 

“호흡기에 바이러스감염이 된지라 못 나왔었어.”

 

내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마디씩 했습니다.

 

“너 다 나은 거 아니면 빨리 집에 가! 네가 우리들이나 환자들에게 옮기면 곤란하니...”

 

이곳의 문화가 그렇습니다.

내 걱정을 해서 집에 가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기네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으니.

 

사실 월욜도 완전치 않아서 기침을 하면 무지하게 크게 하고, 가래까지 나왔지만..

그런 말 했다가는 정말 다시 집으로 가야할거 같아서 기침이 나올라치면 재빨리 화장실로 도망가서 문 잠가놓고 가슴이 아프도록 기침을 해서 가래를 뽑아내야 했습니다.(웬 더러운 소리를?^^;)

 

마음이야 집에서 푹 쉬고 싶었지만, 지금 병가로 푹 쉬어버리면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여전히 병원실습을 해야 하는 지라 가능하면 빨리 병원실습을 끝내는 것이 중요한지라, 일단 일을 다시 한거죠.

 

그리고 4일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기침할 때 가슴까지 통증이 와서 정말로 다시 의사 샘을 찾아가야하나? 했었는데, 나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지라...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제가 조심해야하지 않으면 병균을 집으로 업어올 수 있는걸 알았으니 지금은 조심 또 조심하고, 아주 자주 손소독도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병원에 가실 때는 항상 조심하세요.^^

아픈 마눌을 위해서 요리해서 마눌을 감동시킨 남편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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