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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나의 딜레마

by 프라우지니 201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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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을 봐야하고, 실습을 하면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지라 항상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지만 학교를 가는 날 제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학교의 언덕길을 걸어서 가고 , 걸어서 내려오는 것!

 

약간의 언덕이라 오르려면 숨도 차지만, 전차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가는 이 10여분(더 걸리려나?) 은 제가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좋은 데로, 눈이 왔던 날은 눈이 왔던 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제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만 누릴 수 있는 저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지라 혼자서 즐기는 시간이죠.

 

이 학교를 오르고 내려가는 길에 저희 첫 번째 딜레마가 숨어있습니다.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차를 몰고 등, 하교를 합니다.

 

생활수준으로 보자면..

다들 영세민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전부 실업자이고, 직업교육을 받는 댓가로 노동청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수입으로 보자면 아이가 몇이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900~1500유로정도를 보조금으로 받고 사는 사람들이죠.

 

보조금을 받으면서 생활하면 더 아껴야 하니 차보다는 전차나 버스를 타고 올만도 한데, 집이 먼 사람은 그렇다고 쳐도 집이 시내에 있는 사람들도 학교가 있는 언덕까지 차를 몰고 오다보니 학교를 오가는 길에 몇 십대의 차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 카리타스 학교는 10개정도의 반이 운영되는 관계로 한반에 20명이면 학생 200여명에 선생님, 직원 분들까지 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학교로 가는 언덕길은 1차선인지라 뒤에서 차가 오면 제가 옆쪽의 밭이나 잔디 쪽으로 더 피해서 걸어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나만 다치니 더 조심하는 구간이죠.

 

 

 

하교길에 보게되는 린츠시내 풍경

 

혼자서 열심히 걷는데, 뒤에서 차가 와서는 그냥 지나가면 좋은데..

가끔은 차가 내 옆에 섭니다.

 

운전자가 내가 아는 선생님일 때도 있고, 우리 반 학생일 때도 있고, 나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학교 방향이니 같은 학교 학생으로 짐작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차를 세운 목적은 하나같이 같습니다.

 

“나도 학교 가는 길이니 타세요!”

 

나는 걸어가고 싶은데 타라니..

 

처음에는 계속해서 거절을 했었습니다.

 

사실 오르막길에 차를 세웠다 다시 출발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차를 세우는 사람들에게 매번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가끔씩 차를 타기는 하는데, 타면서도 참 마음은 불편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빼앗긴 기분도 들고, 그렇다고 안타겠다고 거절 하겠다는 것도 미안하고..

 

이른 아침 등교 하는 길!

차가 내 뒤에서 오는 소리가 들리면 항상 마음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제발..제발.. 내 옆에 서서 ”타세요!“ 하지 말기를..”

 

이 중얼거림은 절반은 성공을 하지만, 등굣길에 내 옆을 스쳐가는 차가 한두 대가 아닌지라, 내 옆에 서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운전자에게 “NO"라고 해야 할 지 ”Yes"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합니다.

 

 

나의 두 번째 딜레마는 집에서 일어납니다.

 

주말에 조금 늘어지게 잘 수 있는 날,

그리고 시어머니가 점심을 해 주시는 날.

 

주말에는 늘어지게 자고 11시경에 주방으로 갑니다.

(평일에는 부부가 나란히 새벽6시에 일어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지라, 잠이 턱없이 부족한지라 주말에 잠을 자둬야 피로가 풀리거든요.)

 

엄마를 도와서 점심을 만들어 먹고, 설거지 정리를 대충 정리를 하면 그때는 시어머니가 “게임”을 하자고 하십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훌쩍이고 그렇게 되면 저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우리 방으로 돌아옵니다.

 

시부모님과 하는 게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389

게임할 때 한 성격 하시는 시어머니

 

주말에는 시험공부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4시간 시부모님과 보내고 나면 마음이 조금해집니다.

 

시험공부 할 시간은 주말뿐인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나의 기억력은 20대가 아닌지라, 암기시간도 많이 필요한데, 자꾸만 주말이면 놀자고 하시는 부모님께 매번 “안 된다”고 하지 못합니다. 저는 며느리거든요.^^;

 

시험 볼 때마다 “1등급”을 받으면서도 놀아달라고 하면 공부해야 한다고 거절하는 며느리가 섭섭했나봅니다.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 너무 열심히 해서 1등급 받을 필요 없다. 그냥 적당히 해서 3등급 받아도 되잖아.”

 

엄마의 이 말씀에 며느리가 욱했었습니다.

 

“엄마,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건 1등급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해서 1등급을 받은 건 정말 운이 좋은 것이고, 최선을 다했다면 전 3등급도 만족이예요.

 

그리고 엄. 마! 나는 외국인이고 지금 배우고 있는 과목들의 대부분의 단어들을 외우지 않으면 시험지에 답을 못써요. 그나마 암기해서 시험을 보니 답안지를 메울 수 있는 거예요.

 

1등급 받겠다고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해야 제가 이 직업교육을 이어갈 수 있어요.“

 

시부모님은 제가 1등급을 받기위해 미친듯이 공부하는 며느리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조금만 적당히 하고 시간을 할애해서 놀아주면 좋을 거 같은데, 안 놀아주는 며느리니 섭섭한것이겠구요. 정작 며느리는 발이 땅에 닿을 새도 없이 열심히 발버둥을 치면서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거리에서 사용한지 1주일도 안된 월정액 카드를 주었습니다. 나는 이미 가지고 있는지라 시어머니께 쓰시라고 드리니 그때부터 시어머니가 매일 저에게 물어오셨습니다.

 

“너 시간 있냐? 나랑 시내에 쇼핑 갈래?”

 

며느리는 학교로 실습으로 바쁘게 살고 있고, 남은 시간에는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지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주말에 놀아달라고 하시는 것도 부족하셔서 평일에 같이 쇼핑을 가시자고 하십니다.

 

며느리는 매번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죄송하면서도 “외국인 며느리가 받고 있는 직업교육 때문에 미친듯이 살고 있는 걸 모르시나?” 하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합니다.

 

연휴 때는 시누이까지 와서 “같이 놀자”고 하는 통에 거절하는 것이 더 많이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외국인인 제가 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1등급 받기위해 하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받고 있는 직업교육에서 낙제를 면하기 위해 서바이벌로 공부를 한다는 사실도 말이죠.

 

제 직업교육이 끝날 때까지 저는 함께 사는 며느리와 놀고 싶으신 시어머니의 제안을 받을 때마다 “된다”고 할지 “안 된다”고 해야 할 지 저의 딜레마는 이어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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