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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다시 돌아온 실습요양원

by 프라우지니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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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과 11월에 방문요양 실습을 하느라,

제가 제 실습요양원을 두 달간 떠나있었습니다.

 

방문요양 실습시간이 160시간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학교가고,

나머지 2~3일 일을 하게 되니 160시간인데도 2달이나 걸렸습니다.

 

두 달 전에는 당분간 요양원을 떠나는 것이 너무 신났었습니다.

아마도 조금 벗어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도 두 달 후 다시 요양원으로 출근 하는 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니 신났었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습니다.

내가 아는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저에게는 짧은 두 달이지만, 두 달 동안 요양원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두 달 후에 돌아온 절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그 짧은 시간임에도 절 기억 해 주지 못하시는 분들(치매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가장 슬픈 것은 두 달 동안 돌아가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긴, 어르신들의 건강이라는 것이 예측불허인지라 단 3일만에도 하늘나라로 가시는지라, 두 달 동안에 두어 분이 돌아가신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분이 가시지 않으셨으니 말이죠.

 

 

 

 

전 언제나처럼 1층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2층입니다. 유럽에서는 1층을 지층으로 부르거든요.)에서 근무하고, 안드레아 밑에 제 이름이 있는걸 보니 ..

전 오늘 안드레아에게 물어보고 일을 하게 됩니다.

 

그 밑의  소냐는 제게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나이 차로 보자면 언니지만, 제게 모든 걸 가르치고 제가 배웠던지라 농담 삼아서 곧잘 “엄마”라고 부르고, 소냐또한 제게 “딸”이라고 하는 사이입니다.^^

 

오늘 1층은 환상의 팀입니다.^^

 

간호사인 브리타는 요양보호사로 10년 일하고 다시 공부해서 간호사가 됐다고 하는데..

간호사라고 해서 어르신들에게 약이나 나눠주고 주사나 놔주는 일만 하지 않고,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손 걷어붙이고 어르신들 궁디도 닦아드리고,

기저귀도 갈아드리는 정말 “본받고 싶은 직원”중에 한 사람입니다.

 

사실 어르신들 닦아드리는 일은 자기들이 꼭 해야하는 업무가 아닌지라 안해도 되고, 다른 간호사들은 왠만하면 안 하려고 하는데,브리타는 안 가리고 열심히 하는 존경하고픈 직원입니다.

 

안드레아, 소냐라면 저는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를 처음 가르친 사람들이고, 저를 인정 해 주는 사람들이거든요.

 

물론 저는 아직 실습생인지라 물어보고 해야 하는 일들이 꽤 있지만, 저의 질문에 자상하게 답을 해주고,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은 따로 알려주는 선생님이자 동료인 사람들이죠.

 

1층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실습생인 저를 포함^^) 몸을 사리면서 일을 살짝 피해가는 타입이 아닌지라 일하기가 수월합니다.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일 안 하려고 몸부림치는 부류면 함께 일하는 제가 아주 많이 피곤합니다.

 

어르신이 도움이 필요해서 벨을 누르면 얼른 달려가야 하는데, 어르신 방에 (도움을 요청하는) 불이 반짝이는 걸 보고 달려가지 않고 얼른 피해서 화장실로 가 버리면..

몸 사리지 못하는 제가 달려가야 하거든요.

 

저는 이 방 저 방 도움을 요청하는 방으로 뛰어다니는데, 뺀질거리면서 일을 살짝 피해 다니면 직원과 근무하면 제가 고달픈지라 이런 직원은 딱 질색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100여명의 직원이 있고, 제가 근무하는 1층에는 2~30명의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는지라, 그날 어떤 직원이 나와 근무하게 되는지 중요하거든요.

 

나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 중에 뺀질거리는 직원이 한명이라도 끼면, 제가 힘들어지고, 제가 힘들다고 해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는 것이 실습생 신분입니다.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것이 뒷담화가 되고,

“어디 실습생 주제에..”뭐 이런 이야기도 나오게 되죠!

 

제가 실습생이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웬만하면 많이 웃고 활발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직원들이 절 예뻐해 주는 건 아니거든요.

 

일을 너무 잘해도 “눈에 가시 같은 존재”도 될 수 있고. 살다보면 “주는 거 없이 미운사람!”도 생기지만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도 될 수 있죠.

 

더군다나 저는 독일어 서툰 외국인인지라,

어느 것을 해도 밉게 보는 사람이 없지는 않거든요.

 

항상 운 좋게 날 좋아하는 사람과 근무하는 건 아니지만, 그

래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신나는 요양원 실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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