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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에게 선물 받는 법

by 프라우지니 201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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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있고, 날이 짧아지고 있는지라 저는 슬슬 월동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새벽 6시에도 이미 훤한 상태이고, 저녁 10까지도 훤하지만, 겨울에는 아침 7시가 넘어도 침침하고 오후 4시만 되도 어둑해지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저는 미리 겨울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지난겨울에는 스키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탔었고, 후레쉬도 나사가 하나 빠진 것을 사용했던지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다 바꿨습니다.

 

사실은 바꾸려고 마음먹고 바꾼 것은 아니구요. 슈퍼에 갔는데, 기획 상품으로 자전거 액세서리가 나왔던지라 그냥 사들고 왔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전거용 후레쉬를 샀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조금 빛도 약하고, 깜빡이는 점등기능이 없는지라, 이 제품을 보자마자 얼른 집었습니다. 가격은 별로 저렴하지 않은 10유로였지만, 일단 밝은 LED이고, 아무 자전거에나 장작이 쉬운지라 탐이 나서 업어왔습니다.

 

완전 춥고, 눈이 오는 경우는 남편이 마눌을 출근길에 실습 요양원에 데려다주겠지만, 보통은 마눌이 직접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콧등이 조금 쎄~하게 차갑긴 하지만 말이죠.^^

 

마음에 드는 자전거 후레쉬를 샀다고 그날 저녁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남편이 돈 썼다고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을 봐서는 남편이 봐도 꽤 괜찮은 제품이었던 모양입니다.

 

남편의 긍정적인 반응이 힘을 얻어서 살짝궁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이걸 마눌의 선물로 사 준다면 고맙게 받고!

....

 

오예~ 남편이 대답을 안 하는 것을 보니 긍정의 표현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일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선물을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날임에도 남편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

 

선물이라는 것이 꼭 줄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는 거 같습니다.

내가 원하면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장보러 갔다가 또 사고 싶은 제품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자전거 장갑자전거용 전용장갑이고, 전에 끼던 내손보다 큰 스키용 장갑이 아닌 제대로 제 손에 딱 맞는 장갑도 이번에 샀습니다.

 

 

 

 

사놓은 자전거 장갑을 그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디밀었습니다.

 

남편, 이러 봐라! 나 자전거 장갑 샀다. 전에 끼던 것은 내손보다 크고, 손가락 쪽에 다 벗겨져서 이번에 바꾸고 싶었는데, 완전 딱 맞는 장갑을 찾았어. 괜찮지?

....

당신이 이것도 선물로 주면 고맙게 받고...

....

 

저는 이렇게 후레쉬 값 10유로와 장갑 값 5유로를 남편에게 환불받을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특별한 날 예상치 못한 제품을 예쁘게 포장된 것 받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필요한 것을 사고 상대방이 그 가격을 내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선물이니 예상치 못한 제품에 대한 기쁨만 없을 뿐이지 받는 기쁨은 동일합니다.

 

오히려 나에게 필요도 없는 것을 선물로 받아서 한구석에 처박아두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방법이고 말이죠.

 

특히나 제 남편처럼 무뚝뚝하고 이벤트 같은 거 전혀 모르는 경우라면, 내가 필요한 것을 산후에 이것을 당신이 선물로 준다면 고맙게 받고..가 제대로 빛을 발휘하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저는 아무런 때도 아닌데 선물을 줄줄이로 2개나 받았습니다.^^

 

최근에 발견한 저의 남편사용법이 모든 남편들에게 통용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성격에 따라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으니 사용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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