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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남편의 연어요리

by 프라우지니 201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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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사는 남편은 요리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브로콜리나 컬리플라워 혹은 호박으로 크림스프를 한 냄비 끓여서 본인의 일용할 양식을 할 목적으로 냉동실에 넣을 때나, 퇴근해서 본인이 먹을 샐러드나 만드는 정도이지 마눌을 위해서 혹은 둘이 같이 먹을 목적으로는 평소에는 요리를 잘 하지 않는데...

 

남편이 간만에 요리를 했습니다.^^

 

슈퍼에서 연어를 사나 싶더니만, 마눌은 방에 넣어놓고 혼자서 열심히 요리를 했습니다. 오늘은 마눌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아니고, 뭐 이런 날이라고 해서 이벤트도 없지만 말이죠.^^;

 

남편이 요리하겠다고 사들인 식료품을 보자면..

연어(스테이크용), 감자, 치즈!

그 외 마당에서 잔뜩 따온 방울토마토!

 

방에 앉은 마눌이 대충 예상하기로는..

 

“연어를 굽고, 감자는 남편이 좋아하는 메쉬포테이토를 하고, 방울토마토로는 샐러드를 할 모양이다.”

 

정말로 남편이 준비하는걸 보니..

감자 삶아서 으깨고 하는지라 제가 예상하는 대로 가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요리가 끝났다고 하면서 마눌 앞에 내놓은 접시는 정말로 의외였습니다.

 

으깬 감자가 접시 위에 덩그러니 있고, 그 위에 방울토마토 몇 개!

그 위에 장식을 한다고 민트 잎까지 뿌렸습니다.^^

 

아까 분명히 프라이팬에 굽는 연어스테이크도 봤었는디..

감자도 삶아서 으깨는 걸 봤었는디..

예상 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올라온지라 일단은 물어봤습니다.

 

“이게 뭐시여? 연어 스테이크 하는 거 아니였나베?”

“일단 먹어봐!”

 

 

 

 

 

남편이 했던 요리는 으깬 감자 이불을 덮고 누운 헐벗은 연어요리였습니다.^^;

연어만 깔끔하게 굽고, 그 옆에 으깬 감자를 사이드로 해도 좋았을 것을..

 

연어를 일단을 프라이팬에 굽고, 감자도 삶아서 으깬 후에 구운 연어 위에 으깬 감자랑 치즈를 올려서 다시 오븐에 치즈가 늘어지게 구웠습니다.

 

문제는 남편은 요리를 하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도구들을 사용하는지라, 싱크대에는 프라이팬에, 냄비에, 오븐용 쟁반에다가 이런저런 작은 조리기구들이 한가득!

 

이럴 때마다 마눌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 다음에는 그냥 내가 요리할께!”

 

요리하는 동안에 얼른 씻어서 치울 그릇들도 있는데, 남편은 다 어질러 놓으니 씻어야할 그릇들이 싱크대 위에 가득입니다.^^;

 

마눌의 투정은 안 들리는지 일단 마눌을 의자에 앉히더니만 맛보라고 권합니다.

 

남편은 자신이 한 요리는 자화자찬하면서 먹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마눌의 칭찬도 듣고 싶은 모양인지, 자꾸 실실 웃으면서 마눌의 반응을 살핍니다.

 

“맛있게 잘했네. 그런데 이 요리법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히힛~”

“연어기름이 몸에 좋은데, 여기에 치즈가 많이 들어가서 칼로리는 많이 나가겠다.”

“히힛~”

 

그렇게 부부는 나란히 앉아서 이상한 형태의 요리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눌은 조용히 남편이 쌓아놓은 설거지를 다 해치웠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한 요리가 맛있어서 인지, 아님 마눌이 맛있게 다 먹어줘서인지 웃기만 합니다.

 

“남편, 그런데 그 이상한 요리는 어디서 배운 거야? 회사 식당에서 나왔던 메뉴인감?

당신이 잘 보는 요리프로에 나왔었어?”

 

마눌이 여러 차례 질문을 했지만 남편은 말을 안 합니다.

 

정말로 어디에서 봐서 한 것인지, 아님 어쩌다보니 이런 요리가 탄생한 것인지는 남편이 입을 열지 않으니 알 수가 없지만, 맛은 정말 있었습니다.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니니 앞으로도 남편이 요리를 하겠다고 하면 그냥 군 소리 없이 믿어 봐야 할까요?

 

마눌이 요리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조리 방법 때문인지^^;) “조리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남편이고, 자신이 가끔씩 하는 크림스프도 항상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분량만 넣는 남편인지라 “조리법”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창의적인 요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지만..

 

남편의 오늘 반응으로 봐서는 “자신도 결과를 알 수 없었던 음식이 의외로 맛있게 나온“사람의 표정 이였거든요.

 

모양은 조금 볼품이 없었지만, 맛 맛은 근사했던 남편의 요리가 다음번에도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도 하고, 다음번에는 어떤 모양을 한 요리를 만들어낼지 살짝 기대도 됩니다.

 

언제 또 남편이 요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이번처럼 맛있는 요리였음 좋겠습니다.^^

 

그때는 어디서 본 것인지, 혹은 먹은 것인지 남편이 대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이 이번에 만들어낸 요리는 아무리 봐도 자신의 창작품인거 같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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