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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만난 오스트리아 한류팬

by 프라우지니 201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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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이라 제 실습요양원에 꽤 많은 단기알바들이 왔다가 가곤 합니다.

 

짧게는 한 달, 혹은 두 달 일하게 되는 단기 알바생들은 일을 익힐 만하면 가는지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손이 딸리는 요양원에서는 감사한 존재들입니다. 그나마 단기 알바들이 없었다면 실습생인 제가 해야 하는 일들이기도 하니 저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어느 날 단기 알바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가 일을 하는 내 앞에 나타나더니만 한마디 했습니다.

 

“니가 신 X 진”이지!“

“응”

“너 한국 사람이야?”

“응!”

 

깜짝 놀랐습니다. 제 남편도 제대로 발음이 안 되는 내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발음한 것도 훌륭한데, 단번에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아맞히다니요!

 

제 동료들은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뿐더러 해 보라고 하면 “씬땡진”혹은 “씬떵찐” 비스 무리한 요상한 중국 발음 식으로 하거든요.

 

“어떻게 알았어.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직원 명단에 보니 니 이름이 눈에 딱 띄더라! 한눈에 네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았어.”

 

내 이름 석 자로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차렸다는 조금은 심상치 않은 그녀!

 

시간이 날 때 그녀에게 물어봤습니다.

 

“너 혹시.. 한류 팬이야? 한국 드라마나 가수 좋아하니?”

“응”

“린츠에 한류팬 많아?”

“아니, 린츠에는 별로 없어. 나랑 내 동생. 비엔나에는 조금 있지.

그나저나 나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는데..”

“그래, 나중에 휴식시간에 물어봐!”

 

그리고 그녀는 휴식시간에 나를 찾아와서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어떤 질문을 가지고 올지는 몰랐지만, 한국어에 대한 질문일 것이고, 얼마나 어려운 질문일까? 하는 만만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질문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습니다.

 

“조사 "이, 가” 와 “은, 는”은 어떨 때 쓰이는지 설명“ 해 달라는 그녀!

 

제 생각보다 수준이 한참 높은 질문이라 한 번에 대답을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대충 둘러댈 수도 없는 질문인지라, 다음날 알려주겠다고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가”는 주격조사이고, “은, 는”은 보조사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다 한국어 문법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니..

이 아낙의 무식하다고 지금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한류팬 덕분에 저도 오래전에 배웠겠지만 까먹었던 조사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적어온 쪽지를 그녀에게 줬습니다.

 

쪽지를 건내 받으면서 그녀는 자신이 봤던 20여 편이 넘는 한국드라마의 목록을 보여주고,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도 보여줬습니다. 물론 영어로 써진 제목이고, 한국 드라마를 볼 기회가 없는 저에게는 “봐도 모를 제목들”이지만, 그녀가 본 드라마가 20여 편이 넘었고, 지금도 보고 있는 드라마가 꽤 있다는 그녀를 보니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 방학이 끝나면 대학을 간다는 19살 그녀는 내가 만난 오스트리아의 첫 한류 팬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넘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부딪치는 문법까지 하나씩 배워가는 그녀를 보면서 저를 한번 돌아봤습니다.

 

앞으로 모르는 문법이 나올 때마다 질문을 하겠다고 페이스북 친구신청까지 한 그녀는 두 달의 알바를 끝내고 갔습니다.  저는 페이스 북을 통해서 그녀의 근황을 확인하고, 그녀가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게 페이스 북에 올라오는 “한국어 강좌” 같은 것은 공유로 올립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그녀가 한류 팬으로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드라마가 좋고, 한국 가수가 좋아서 한국어 공부까지 시작한 그녀는 내가 만난 최초의 오스트리아 한류 팬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류 팬들을 오스트리아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하면서 이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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