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부모님은 휴가 중

by 프라우지니 2015. 8. 15.
반응형

이번 주는 시부모님이 휴가를 가셨습니다.

“아니 은퇴하셔서 하루하루가 휴가이신 분들이 뭔 휴가를 가시남?” 싶으신가요?

 

오스트리아의 연금자들은 매달 받는 연금 외에 여름휴가비도 받는지라 휴가를 따로 가십니다.

 

물론 형편이 어려워서 휴가비로 받은 돈도 생활비로 써야하는 상황의 사람들이면 못 가는 휴가지만, 제 시부모님은 알뜰하게 평생을 살아오신지라, 여름이면 여름휴가를 겨울이면 스키여행(아빠만) 가십니다.

 

휴가라고 해서 달랑 2분만 떠나시는 건 아니구요.

매년 시아버지의 형제(자매)분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십니다.

 

여름휴가라고 해서 바닷가로 가시는 건 아니구요. 오스트리아의 호숫가 마을에 콘도나 호텔(숙박과 1식 혹은 2식이 포함된)을 함께 예약하셔서 휴가기간 동안 함께 뭉쳐서 지내시죠.

 

늦은 아침을 드신 후에는 자전거로 머무시는 마을의 여러 레스토랑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시고, 저녁이면 모여서 카드게임도 하시고 말이죠.

 

사실 시아버지께는 형제, 자매들이니 참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시어머니께는 “시”자가 붙은 사람들이라 별로 편하시지 않다고 하십니다. 휴가까지 시댁 사람들과 뭉치는 건 결사반대 하시지만 어머니가 안 가시겠다고 하시면 시아버지가 심하게 버럭을 하시는지라 해마다 빠지지 않고 가시죠!

 

형제분들이 모두 부부동반으로 오시는지라, 얼마 전에 이혼하신 시삼촌은 참가하지 않으시죠!

 

 




 

 

 

 

 

 

 

 

 

 

 

 

시아버지는 휴가를 가시면서 며느리인 저에게 숙제를 주셨습니다.^^

 

시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신 동안 마당에 가꾸고 있는 야채들에게 물을 잘 주라는... 사실 시간이라면 며느리보다 아들이 더 많지만, 아빠는 무뚝뚝한 아들보다는 며느리랑 더 친하신 관계로 며느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종류의 파프리카, 고추류, 여러 종류의 토마토, 오이. 상추류 등등등.

 

먹을 때는 좋았는데, 사실 마당에 물주는 것이 노동 아닌 노동입니다.

통에 받아놓은 빗물을 물 조리개가 달린 통에 옮겨서 온 마당을 다니면서 물을 줘야 하거든요.^^;

 

시아버지는 아침, 저녁으로 2번씩 물을 정기적으로 주셨었는데...

시간이 없는 며느리는 저녁에만 물주기가 가능합니다.

 

 

 

사실 카리타스 학교는 7월 9일이후로 방학을 했지만, 학교를 안 가는 기간에는 제 실습요양원으로 1주일 40시간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신분인지라 방학을 했지만 사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하필 부모님이 휴가를 가신 이번 주는 제가 1주일에 4일이 아닌 5일을 근무하는 주인지라, 시간이 더 없습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가서 저녁 7시에 와서야 겨우 마당에 물을 줄 수 있죠.

 

하루 2번씩 물을 받던 야채들에게 저녁에만 물을 준다는 이유로 제 딴에는 넉넉하게 물을 준다고 줘도 그 다음날 저녁이 되면 마당은 쩍쩍 갈라져있는 상태입니다.

 

휴가를 가시기전에 시아버지가 하신 말씀!

 

“이번 주에 소나기가 한두 번 온단다. 그럼 마당에는 물을 따로 안 줘도 대고, 유리하우스랑 비닐하우스에 있는 것들한테만 물을 주면 된다.”

 

시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소나기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빠가 하는 일에 원래 관심이 하나도 없는 남편은 그나마 마눌이 잔소리 하니 마당에 물 줄때 함께 하는 정도이지, 먼저 나서서 물을 주는 법도 없고..^^;

 

 

 

 

여름 샐러드는 이미 한번 거둬들인 마당에 가을, 겨울용 샐러드를 심으신 시아버지의 샐러드 밭입니다. 저녁마다 갈라진 밭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전 밭을 가꿔본 적도 없고, 심지어 집에 있는 화분도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너무 안 줘서 죽인 경험이 많은 인간형인지라..

사실은 무섭습니다.

 

시아버지가 안 계신  그 1주일동안에 저는 정말로 열심히 마당에 있는 야채들을 살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습니다. 자꾸만 잎들이 말라가고 있는지라 시아버지가 오셔서 “아가야~ 넌 마당에 물주라니 뭐했냐?”하실까봐 살짝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화초나 야채 가꾸기에는 젬병인 며느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물을 줍니다.

물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야채들에게 한마디씩 말도 해가면서 말이죠.

 

“아그들아! 너희 자꾸 마르면 안 된다. 물 많이 먹고 싱싱해야 한다!

제발 시아버지 오실 때까지만 잘 견뎌다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