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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오스트리아 대학시험을 본 자랑스러운 나

by 프라우지니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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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오스트리아에서 공짜공부를 꿈꾸며 FH 팍혹슐레(Fachhochschule=technical college)에 입학시험을 잘 치뤘습니다.

 

필기시험 유형을 살짜기 공부하고 시험장에 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문제의 유형이나 시험시간은 알고 갔지만, 그 문제가 몇 개나 나오는지는 생각을 못 한거죠!

8분(그중 젤 짧은 시험유형)동안 25문제를 풀려면 대충 후다닥 한번 읽고는 답을 찍어야 가능한거죠!

 

“5분 남았습니다...” 

 

엥^^; 문제 반 풀었는디....뭐시여? 나머지는 풀라는 얘기여 뭐여????

 

독일어 지문이 길게 나와 있는 건 내 독일어실력이 딸려서 그렇다고 치고..

9개의 제각기 다른 도형에 들어있는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른 거 하나 고르는 문제는 그나마 쉬운거였는데,  이 도형문제도 시간이 딸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별난 시험도 많이 봤고, 오스트리아에 와서도 독일어 시험을 2번이나 봤지만,

이렇게 시간이 딸리게 시험을 본적은 한번도 없었는디....

 

우리 회사 사무실 직원도 자기 딸이 나랑 같은 대학교에 지원했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나서, 사무실에 갔을 때 살짝 물어봤습니다. (이분의 따님은 작년에도 다른 대학에 “사회복지”과에 시험을 봤다가 떨어졌다네요. 여기도 재수는 있는거죠!)

 

“근디.. 나는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하던데, 따님은 시험을 잘 봤데요??”했더니만, 그 분의 반응이..  원래 입학시험은 원래 그렇게(시간이 부족하게) 보는 거여~~

 

아니, 입학생들의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고 순발력을 보는 것인감요?

 

그렇게 필기시험을 보고, 난 지난 금요일에 면접을 봤습니다.

 

작년에는 600여명의 인원이 몰렸다고 했었는데(내가 아는 이라크아낙의 친척(오스트리아 거주10년이상)이 작년에 이 학교에 시험을 봐서 붙어서 지금 2학년에 다니고 있거든요.) 

올해는 4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왔다고 합니다.

 

면접시간은 20분이며, 적어도 15분전에는 도착하라는 안내에 따라서 전 40분 먼저 면접시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 앞에 면접 볼 청년이 면접장 앞에 앉아있더라구요.

(나는 3시40분, 이 청년은 20분 전인 3시20분이 면접시간)

 

이 청년은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시험을 보러왔답니다.

 

독일대학에는 입학시험이라는 제도가 없다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오스트리아가 독일보다는 더 기회가 좋은거 같아서 오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 청년이랑 짤막한 대화를 하는 도중에 3시에 면접에 들어갔던 청년이 나오면서 문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를 향해서 “재미있게 봐!”하고는 사라집니다.

 

엥^^; 면접을 재밌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내가 면접 볼 시간이 됐습니다.

 

면접장에는 면접관 2분이(2분 중에 한분은 심리학 전문가라는 사실은 나중에 들었습니다.) 앉아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류에 이미 이력서랑 여러 가지를 넣었는데, 면접관은 저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이 종이 한 장에 내 신상에 대해서 묻고는 열심히 기록을 하십니다.

 

이런저런 물어보시는 질문에 대답을 열심히 했습니다.

(저 솔직히 질문 하는거 못 알아들어서 동문서답할까봐 걱정했습니다.^^;)

 

면접을 잘보고 면접관과 악수를 하고 면접장을 나서서 열심히 건물을 벗어났습니다.

사실 면접 보면서 식은땀이 조금 났었답니다.

 

가장 기억이 나는 질문은 “이번에 떨어지면 뭘 할 껀가요??”하는 질문에..

“열심히 독일어 공부해서 내년에 또 올 겁니다.“했답니다.

(나중에 남편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다른 걸 하겠다고 해야지 왜 또 온다고 했냐고???)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까지 보고나니 내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더라구요.

 

버벅대는 실력으로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는 대학에 가서 정보 얻고, 서류 넣고,

시험까지 본 것이 합격여부를 떠나서 내 자신이 대견하더라구요.^^

 

집으로 돌아가는 채비를 하면서 남편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방금 면접보고 나왔는데,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운거 있지!”했더니만,

이 양반 하시는 말씀!!“ 합격을 해야 자랑스러운거지!!”

너무 큰 걸 바라시는 분입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자기 수준에도 어려운 시험을 외국인인 마눌이 어찌붙을꺼라고 생각하시는지 원... 제가 시험에 붙으면 그건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정말로~)

 

저는 제가 오스트리아의 대학에 지원을 해서 입학시험을 봤었다는 경험만으로도 만족합니다.(정말???)

 

물론 기적이 일어나서 붙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로또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걸 압니다.

(어떤 유형의 시험이였는지는 나중에 블로그에 정보차원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한 고개(입학시험)을 넘었고, 다른 고개(운전면허시험)를 넘을 준비를 슬슬 해야겠습니다.

넘을 고개가 많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날입니다.

(근디.. 사실은 별로 열심히 안 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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