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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숫돌에 칼가는 내 외국인 남편

by 프라우지니 201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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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당하게 되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죠!

 

"내가 살다 살다 별 꼴을 다 본다"

 

제 남편은 외국인임에도 한국인과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고 (어디서 배운 것인지 원!^^;), 가부장적이셨던 아빠 같은 모습을 종종 보여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한마디로 남편은 나에게 날마다 "별꼴"을 보여주시는 아빠 같고, 때로는 아들 같은 기능을 가진 남편이죠!^^

 (네? 세상의 모든 남편이 다 이 세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거라구요?^^;)

 

낚시를 사랑하고, 회를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회를 썰 때, 칼이 안 든다고 궁시렁 거리는 것도 종종 듣기는 했지만..

 

남편이 설마 숫돌을 사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마눌은 남편이 아주 자랑스럽게 숫돌을 들고 주방에 나타났을 때, 정말로 "얼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뭐시여? 지금 들고 온 그거 숫돌 아닌가베? 그건 어디서 났데?"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받았어. ㅋㅋㅋㅋ"

 

남편은 평소에는 짠돌이 모드인데,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지름신이 강령하시는 조금은 특이한 성격입니다.

 

칼을 새로 사는 거 보다는 숫돌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래, 그 인터넷으로 주문한 숫돌의 가격은 얼마인고?"

"30유로!"

 

헉^^; 숫돌을 30유로나 주고 샀다니 기가 막힙니다.

칼을 얼마나 갈아보려고 그 거금을 투자한 것인지..

 

사실 유럽에도 숫돌이 있기는 합니다.

 

어머니가 안 드는 칼을 작은 숫돌에 가는 걸 본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안 드는 칼은 전문인에게 가서 갈아오시더라구요.

 

"그래서? 칼은 어떻게 가는 줄을 알고 있고?"

"...."

 

아이고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은 잘 드는 칼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숫돌을 구매한 모양입니다.

 

포장지 안에 사용설명서를 이리저리 읽는가 싶더니만,

 남편은 숫돌을 물에 담가놓고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10분 만에 나타난 남편이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제가 알고 있는 칼 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보통은 칼을 45도 각도로 쥐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갈아야 하는데..

남편은 칼을 앞에서 뒤로 일방통행으로 갈고 있습니다.

 

숫돌의 표면도 마른 상태입니다.

 

"여보세요? 칼을 갈 때는 숫돌 표면에 물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일방통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왕복 운동으로 가는 거거든요?"

 

원래 마눌의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인간형인 남편이 이번에는 마눌의 말에 솔깃한 모양입니다.

 

"그래? 그럼 숫돌에 물을 더 부어봐!"

 

 

 

 

 

원래 처음 산 것은 사용하는 재미가 있죠!

남편은 이 날 주방에 있는 칼들을 다 갈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남편이 왜 숫돌을 샀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회라고 한두 번 썰었던 것은 냉동됐다가 해동된 참치 밖에 없는데, 그것 썰기 힘들어서 칼을 갈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님 그냥 심심해서 사본 것인지..

 

그 후 심심할 때마다 칼을 갈아대던 남편은 자신이 갈아놓았던 잘 드는 칼에 손가락을 베는 일도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잠시 휴식시간인지 칼을 갈지 않고 있습니다.

 

숫돌의 두께로 봐서는 남편이 평생 칼을 갈고도 남을 것 같은데..

시어머니가 칼이 안 든다고 하시면 남편은 시어머니께 출장 보내도 될 거 같습니다.

 

아들이 공짜로 갈아주는 칼을 쓰시는 기회를 시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기회니, 시어머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같습니다.

 

아닌가요? "내 아들" 부려먹는다고 싫어하시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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