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부부가 샤프산 정상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났었습니다.
저는 한국을 떠나서 살고 있는 아낙이여서 그런지 어디를 가도 한국어는 소곤거리는 소리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잘 들립니다.
남편 또한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 하지만, 최소한 그것이 한국어인지는 구분이 가능하죠.
어디선가 들리는 한국어 소리.
두리번거리고 찾아보니 중년의 한국인부부가 저희 근처에 계십니다.
스마트폰을 길게 연결해서 셀카봉으로 사진를 찍으시는걸 보니..
관광객인듯도 보이는 커플입니다.
저희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있는 아터쎄가 제일 잘 보이는 곳까지 오셔서는 저희부부 근처에 서 계시니 남편이 영어로 그분들에게 저희부부의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사진을 찍어준 그분들도 저희부부가 사진 찍은 장소가 명당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남편도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줬죠.
상대방이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주책스럽게 아는척 하는걸 저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기회가 돼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면 또 모를까, 한국어가 들린다고 달려가서는..
유럽 여행하면서 적지않는 한국사람들을 만난 상태에서 이런 주책 아줌마를 만나면 별로 반갑지 않죠.
이런 주책스런 아줌마가 되고 싶지 않는 탓에 저는 상대방이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선뜻 한국어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맘을 이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한국인 부부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현장입니다.^^
이분들의 사생활보호를 위해서 얼굴은 방글이로 살짝 가려 드렸습니다.^^
이분들이 한국 사람인줄 뻔히 알면서도 남편은 이분들께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고,
이분들은 당연히 한국에서 왔다고 했죠.
그분들이 한국인이라는걸 확인하자마자 남편은 한국어를 한마디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진을 찍어줬으니) 감사합니다."
"어디서 한국어를 배우셨어요?"하셨다면..
남편이 저를 가리키면서 "제 마눌이 한국사람이예요." 했을텐데..
인사를 받은 그분들은.. "아! 예~" 뭐 이런 반응이였습니다.
하긴, 유럽 여행하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할 때마다 어설픈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을 만나왔다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분들과 헤어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남편은 왜 나에게 한국어를 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습니다. 마눌이 간만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한 이유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 사람들 한국사람들인데 왜 한국어로 말을 안 했어?"
"당신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했지?"
"응"
"그분들 반응이 어땠어? 반가워하면서 어디서 한국어 배우셨어요? 내지는 뭘 물었어?"
"아니!"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뭔가를 물어왔다면 나도 함께 대화에 끼여서 한국인인 걸 밝혔겠지만, 그분들은 당신이 한국어를 해도 시들한 반응을 보였어.
그럴 경우는 아는 체를 안 하는것이 좋아!"
"왜?"
"유럽 여행와서 멋진 풍경 속에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왠 반갑지 않은 한국아낙이 끼여들어서 수다를 떨어대면 그분들은 좋아할까?"
"..."
"한국인도 상대방의 반응을 봐가면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거야."
모르겠습니다. 저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같은 한국인이라고 해도 외국에서 한국어만 들리면 달려가는 그런 향수병에 젖은 아낙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신나게 수다 떨다가 돌아서는 내 뒷통수에 대고 "정신없는 교포 아낙"이라는 딱지를 받고 싶지도 않은 저의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저는 제 귓전에 한국어가 들릴 때마다 말이 들리는 쪽을 한번 정도 쳐다보며,
상대방이 여행자인지 이곳에서 사는 사람인지를 확인합니다.
기회가 돼서 대화를 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쪽을 보고 그냥 미소 짓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여행 오셨나봐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이런 의미로 말이죠.
혹시 여행 중에 어설픈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이 있다면 반갑게 반응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 어설픈 한국어의 주인이 한국인 아낙을 두고 있다면, 그 집에 초대를 받으실 수도 있고,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많은 여행정보를 얻으실 수도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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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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