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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반평생 살아도 외로운 타국살이

by 프라우지니 201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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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격이 조금 급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 다닐때는 누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빨리 걷는지라, 누군가 말을 걸고 싶어도 걸지 못한다고 합니다.

내 속도로 걸으면서 말을 붙이려면 상대방은 뛰어야 하니 말이죠!^^;

 

나랑 쇼핑을 가도 뒤에 따라오는 남편이 항상 하는 말!

 

“왜 자꾸 뛰어가? 그냥 걷자구~~”

 

빨리 걸으려고 작정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정말 뛰는것은 아니고, 보통보다는 쪼매 빨리 걷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내가 빨리 걸으니 거리에서 말 붙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어디를 가도 후다닥거리면서 다니는 제가 슈퍼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평소는 슈퍼도 후다닥 필요한 것만 사가지고 나오는데, 그날은 뭔가를 찾느라 카트를 끌고 코딱지만한 슈퍼를 두세바퀴 돌다보니 나를 닮은 동양인 아줌마나 자꾸만 날 빤히 쳐다봅니다.

 

그 아줌마를 쳐다보면서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아줌마가 나한테 말을 시키고 싶은 모양이구나!”

 

오스트리아에도 꽤 많은 동양인들이 살고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대부부의 동양인은 중국인이였고, 예상치 않게 많은 베트남,미얀마등등의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꽤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래전에 보트피플로 유럽에 입성했던 난민들의 후예인거 같습니다.

 

보통의 중국인들은 많이 살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뭉치는지라 슈퍼에서 다른 동양인은 아는체 하는일은 없는데, 이 아줌마는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꾸 날 빤히 쳐다보니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아줌마는 내쪽으로 와서 아는체를 했습니다.

 

“어디서 왔수?”

“한국에서 왔는데요.”

“아~ 난 중국인인줄 알았지.”

“아주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난 베트남에서 왔어.”

 

그렇게 아주머니는 내 앞길을 막고 대화를 시작하셨습니다.

 

엉성한 독일어 발음의 아주머니를 나는 자식 집에 방문차 온 부모인줄 알았습니다.

아님 자식들이 초청비자를 보내줘서 노후를 유럽에서 보내시는 남루한 차림의 동양여성.

 

그 아주머니는 당신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온지 30년이 되었고, 지금은 은퇴해서 은퇴연금을 받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식 3명은 다 분가해서 다른 도시에서 잘 살고 있고, 지금은 남편이랑 큰 정원이 있는 집에 살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원에 수박을 심었는데 잘 자랐다고 당신집으로 방문하러 오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주소도 주시지 않으면서 말이죠!^^;)

 

그 아주머니를 만나고 나니 조금 겁이 났습니다.

 

“나도 아주머니처럼 30년후에도 여전히 엉성한 발음으로 문법도 하나도 맞지않게 말하면 어떻하지..”

오스트리아에서 30년을 사셨다고 하셨지만, 옷차림이나 말씨등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생활 30년의 세련됨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외국인 티는 덜나는 차림이여야 하고, 말투여야 하는데, 그 아주머니는 아직도 오스트리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조차 배우지 못한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 아주머니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평생을 외국에서 살아도 타국살이는 어쩔수가 없구나...”

 

오스트리아에 나오는 은퇴연금으로 아주머니의 고향인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사시는 것이 훨신 더 좋은 방법일거 같은데, 왜 아주머니는 노년에도 이곳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외국인으로 이곳에서 살아갈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긴 오스트리아 국적을 이미 취득하셨을테니 이제는 베트남을 외국인 관광객 신분으로만 갈수있겠네요.

 

사람들은 유럽생활을 꿈꿉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좋은 환경, 여유로운 복지시스템까지.

하지만 사람들이 꿈꾸는 그 조건 속에는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조국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이 느끼고 당하게 되는 그런 것들은 안 보이니 말이죠!

생각조차 하지못한채 그저 탈출만을 꿈꾸게 되죠!

 

하지만 외국에서 노년을 보내는 외국인의 삶은 사실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크고 좋은 집에서 많은 돈을 가지고 산다고 한들, “외국인”으로 보이는 외모는 변함이 없고, 외모 때문에 당하게 되는 차별도 바뀌지 않을테니 말이죠!

 

오늘은 곰곰이 내 30년후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곳에서 내가 가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까..

 

그 아주머니를 봤던 나의 시선처럼 나를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없도록 조금 더 내가 사는 곳의 언어를 배우는데 힘쓰고, 이곳에서 친구를 만드는데 조금 더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친구없는 노년을 정말 외로울거 같거든요.

 

반평생 살아도 여전히 외로운 타국살이라면 전 그냥 한국을 택할 거 같습니다.

반평생 살아도 여전히 날 차별하는 그런 곳이라면 전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산다고 해서 외롭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모양새여서 당하는 그런 차별은 없을테니, 내 발음이 어눌해서 당하는 차별은 없을테니, 차별없는 곳에서 섞여서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방법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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