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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김치 만들어주고 손해본 느낌.

by 프라우지니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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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한 아낙이 내가 “한국사람” 이라고 하자 다짜고짜 “니네집에 김치 만드는 거 배우러 가도 되지?”하면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 (동남아) 아낙은 독일어학원에서 만난 다른(나라)아낙의 친구입니다.

-여기서는 이아낙다른아낙으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아낙은 각각 아시아의 나라에서 온 아낙입니다.여기서 나라이름이 나오면 안 좋을거 같아서..두 나라의 아낙을 각각 다른으로 명명했습니다.^^;

사실 다른아낙은 전에 본국에서 선생님으로 일을 했었다고 하는데, 수업태도가 상당히 불량한 것을 봐서는 전혀 아닌거 같기도 한 아낙입니다.  (수업태도가 어찌 불량하냐구요? 수업시간에 늦게 오는 건 기본에 수업 중에 과자 꺼내놓고 바싹거리는 소리까지 내면서 먹고, 의자에 거의 반은 뒤로 드러누워서 수업을 합니다.  옆 의자가 비어있으면 발까지 의자로 올려놓고, 오죽하면 선생님이 “피곤하세요?”하고 묻을 정도이고, 같이 수업듣는 사람들도 “뭐 저런인간이 있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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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아낙과 이아낙은 이미 몇 년 전에 독일어 학원에서 처음 말 트면서 친구가 된 모양인데, 나는 다른아낙이랑도 별로 안 친한데, 내가 다른아낙이랑 말 몇 마디 하는걸 보고는 이아낙이 말 걸어오면서 김치운운 합니다.

그때는 “시간있음 오던가..” 로 마무리를 하고 얼른 그 자리를 떴었는데...

 

며칠 전에  이아낙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뭐해? 시간있어?” 하는  이아낙에게 나는 별 생각없이  “집에 있는데, 왜?” 하고 물었습니다.

“낼 집에 있음 내가 김치하러 가려고! 낼 오후 1시에 니네집에 갈께! 하면서 전화를 끊습니다.

 

에궁^^; 이거 쫌 황당한 상황인거죠!

내 친구도 아니고, 오다가다 한 두번 얼굴보고 말 몇 마디 주고 받은거 밖에 없는데, 우리집에 오겠다니!!

 

일단 사건은 일어난 것이고..

그렇다고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낙이랑 둘이서 있는다고 생각하니 쫌 뻘줌해서,

평소에 김치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 S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 김치 만드는 거 배우고 싶다고 했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이아낙이 김치 만들겠다고 우리 집에 온단다. 둘이 있기 뭐하니...너도 시간있음 와! 와서 김치 만드는거 배워!” 했더니, 마침 시간이 있다는 친구가 오겠다고 합니다.

“낼 오후 1시까지 와! 그 아낙이 1시에 온다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후다닥 아침 차리고, 먹고, 7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 하는 것이 평소의 생활인데, 연말인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져서리 시시때때로 근무시간이 길어지기도 하는지라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빨리 퇴근해서 집에 와야 아침에 난장판 쳐놓고 간 것 정리도 조금 하고, 청소도 조금 해놔야 할 것 같아서요.

(친구라면 조금 지저분한 내 집 보여주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지만, 타인이 온다니...)

 

다행이 11시에 퇴근해서 후다닥 청소하고, 점심도 대충 해 치우고 오후 1시에 온다는 그 태국아낙을 기다렸습니다.

1시가 조금 넘으니 전화가 옵니다.

“난데, 지금 점심 먹고 있는 중이거든! 점심먹고 갈께! 근데 내가 뭐 사가면 돼?”

허허허 1시에 온다고 해 놓고, 그 시간이 밥 먹고 있다니...

“고추가루, 젓갈이랑 우리집에 다 있으니 그냥 배추만 사와!”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때 슈퍼에서 배추가 1키로에 36센트(540원?)으로 세일하는 기간이였네요. 그래서 이 아낙이 김치를 하러 온다고 했던거죠! 평소에는 1키로에 1유로 호가하는 배추가 싼 시기이니.)

 

전화를 끊고 나니 친구 S가 “내가 늦었지?”하면서 달려옵니다.

“늦긴? 1시에 오겠다던 태국아낙은 지금 밥 먹고 있단다.” 하면서 조금 미안해 했습니다.

사실 친구 S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별로 낼 수 없는 친구거든요.

둘이서 이아낙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크리스마스가 코앞인지라 같이 과자하나를 구울 준비를 해서 구웠답니다.

 

태국아낙은 오겠다던 시간에서 1시간 40분이 지난 2시 40분에 왔습니다.

(사실 남편이 오후4시 넘어서 퇴근하는데, 이 시간에는 모든 아낙이 다 집에 가야 하는거죠!)

이아낙이 사온 배추(우와! 나는 평소에 김치해도 쪼맨한 배추 한통으로 하는데, 이 아낙은 우리나라 김장철에나 볼 수 있는 무지하게 큰 배추를 2통이라 사왔습니다.)을 썰으라고 시킨 후에 소금물에 절였습니다.(소금왕창 넣었답니다. 빨리 절이려고)

 

배추 절이고는 찹쌀풀 쑤고, 양념준비 하는데, 이아낙은 할 의지가 전혀 안보입니다.

계속 의자에 앉아서 식탁위에 놓여있는 호두만 연신 주어먹기만 합니다.

당근, 파를 썰으라고 줘도 써는지 노는지 하도 노닥거리니, 보다 못한 친구 S가 같이 거들어줍니다.

 

그렇게 저렇게 해서 오후 5시가 다 되갈 무렵에 다 절여지지도 않은 아직 싱싱한 배추로 김치를 마쳤습니다.

사온 배추의 양이 있는지라 김치의 양은 상당했습니다.

(물론 내 피같은 고춧가루(비싼디^^;), 젓갈은 거의 거덜이 난 상태이구요^^;)

 

커다란 비닐봉투에 두 봉지가 나온 김치 중에 한 봉지를 이아낙이 나에게 “가져!” 하면서 내밉니다.

(배추만 사오고 나머지 비싼 양념은 내가 나 냈는데, 만들어낸 김치는 본인 것으로 생각한거죠!)

“아니야! 그냥 니가 다 가져가!” 하면서 빈말을 했더니만, 내친구 S에게 “니가 가져갈래?” 물어봅니다.

S도 “아니야!” 하자, 이아낙이 얼른 김치 2봉지를 가져온 가방에 챙겨넣습니다.

(난 놔두고 갈 한 봉지는 친구S에게 주려고 했었는데...^^;)

 

이아낙보다 먼저 자리를 떠야하는 S에게는 한참 전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김치 한 병을 내밀었습니다.

그렇게 두 아낙이 떠나고, 김치하고 남은 그릇들을 씻고, 정리하느라 약간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아낙이 너무 괴씸했습니다.

내가 “양념은 우리 집에 있어!” 했던 것은 작은 배추 한통 사들고 와서 어떻게 김치를 만드는지 배우려고 오는 줄 알았지,

완전 한달 분 김치를 담으려고 오는 줄 몰랐었거든요.

 

나도 인간인지라 본전생각이 났습니다.

그 김치양념에 들어간 고춧가루 가격으로 치자면, 배추의 10배는 넘는 가격인거죠!

거기에 와서 김치 할 생각없이 내내 의자에 앉아서 궁디 밍기다가 내가 만들어놓은 김치 얼른 담아서 사라진 아낙!!

 

한국음식 좋아한다고 하니, 김치 만드는 거 배우겠다고 하니, 좋은 의도로 “와서 배워!”했던건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심하게 손해봤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생각이 너무 삐딱한걸까요?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안 되네요.

내 친구였다면 아무리 비싼 양념을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을 텐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양념에 내 수고까지 더해졌다고 하니 내내 속이 쓰립니다.

 

나는 12월을 이렇게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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