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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시어머니와의 쇼핑

by 프라우지니 201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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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쇼핑 하는 걸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쇼핑가서도 지름신이 강림하는 일은 없는걸 보면..

물건을 사들이는 것보다는 그저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맞는 단어인거 같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시댁 근처에는 엄청나게 큰 쇼핑몰이 있습니다.

느긋하게 걸어가면 5분, 자전거타고 열나게 페달을 밟으면 1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죠!

 

린츠(오스트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 가 포함된 연방주에서 제일 큰 쇼핑몰이다 보니 오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쇼핑몰이 집 가까이에 있다보니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요리하던 중에 필요한 것을 사러 수퍼마켓에 가는데,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지라, 쇼핑몰 안에 들어서야 내 옷차림이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는 걸 종종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쇼핑몰에 온다고 완전 차려입고 오는데, 저는 집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이니 참 비교가 되지만, 그렇다고 동네 수퍼마켓 가면서 옷 차려입고 가는 것도 우스워서 얼굴에 철판 깔고는 그냥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네 시장 나오듯이 나다니는 쇼핑몰도 차려입고 올 때가 가끔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나오면 일단 차려입게 되더라구요.^^

 

이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신발을 사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몇 년을 잘 신었던 검정 가죽단화 밑창의 생고무가 너덜너덜해져서 버리는 걸 보신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 말씀하신 모양이였습니다.

 

얼마 전에도 시어머니가 신발을 두 컬레 사주셨는데..

그때 며느리는 정말 곤욕스러웠습니다. 

 

시어머니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젤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960

시어머니가 사주신 신발 두 컬레!

 

버린 신발의 디자인을 이미 알고계신 시어머니는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이 있는 쪽으로 가시는데.. 가죽재질의 신발은 가격이 100유로를 훌러덩 넘습니다.

 

제가 버린 가죽신발은 재질은 훌륭한 가죽 단화인데, 덤핑으로 처리되서 저렴하게 판매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닌 녀석을 동대문 일요시장에서 단돈 삼 천원에 건진 보물이였습니다.

 

단돈 삼천원이였지만, 가죽 단화였고, 백유로짜리보다 훨씬 더 품위있는 디자인이였습니다.

(제가 좋은 품질의 비싼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아주 비상한 재주가 있는 아낙입니다.^^)

 

며느리한테 비싼 신발을 사주시려고 작정하신 모양인데, 그렇다고 그걸 받을 며느리는 절대 아닌거죠! 며느리가 직접 신발을 사서 신을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앞서 가시는 어머님의 뒷모습

 

결국 며느리 신발 사 주시는 걸 실패 하신 어머니 이번에는 옷가게로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쇼핑몰 안에서도 젤 비싼 브랜드만 파는 가게로 들어가십니다.

옷 살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는 며느리지만, 일단 시어머니 뒤를 따라는 다녀야 하는거죠!

 

어머니는 이 옷, 저 옷을 자꾸 며느리 몸에 갖자 대십니다.

 

“이 옷의 색이랑 디자인이 너랑 잘 맞는 거 같다. 한 번 입어볼래?”

 

시어머니가 내미시는 옷의 가격표를 한번 살짝보고 며느리는 옷을 얼른 제자리에 갖다 걸어놓습니다. 시댁이 갑부여서 유명브랜드 옷을 마구 사 입을 수 있는 수준의 아니고!

 

몇 백 유로 주고 옷을 산다고 해도 그 옷을 입고 갈만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쇼핑몰 두어시간 도는 동안에 “NO" 만 외치는 며느리가 미우셨나봅니다.

 

“너는 며느리가 왜 시어머니 말은 하나도 안 듣니? 나 화났어!”

 

그렇게 말씀하시고 돌아서서 가시는 시어머니!

 

“엄마, 옷이나 신발이나 제가 필요하면 살께요!”

“왜 나는 니 신발이나 옷 사주면 안 되냐?”

 

며느리 뭐라도 사 주시고 싶으신 시어머니의 그 마음은 잘 알지만, 얼마 안 되는 연금 받아서 생활하시고, 저금하시고 알뜰하게 사시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며느리인데, 사 주신다고 넙죽넙죽 받을 수 만도 없는 것이 며느리 마음입니다.^^;

 

쇼핑 나왔다가 토라져서 빠른 걸음으로 몰을 나서시는 시어머니의 뒤를 며느리는 오늘도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따라가면서 오늘의 쇼핑을 마칩니다.

 

엄마, 당신이 며느리를 생각 해 주시는 그 마음만 받아도 며느리는 행복하답니다.

하지만 쇼핑은 오지 말자구요! 시간 낭비에 체력낭비이니 말이죠!

 

며느리는 주시고 싶어 하시는 그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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