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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by 프라우지니 201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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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의 뜻이 조금 이상하지만... “시부모님과 놀아드린다.”는 차원이였죠.

 

식사 후에 남편은 벌떡 일어나서 방으로 쑥 가버리지만, 며느리도 벌떡 일어날 수는 없는지라 식사 후에 테이블 치우고, 그릇 정리하고 하다보면 나중에 시부모님과 저만 남거든요.

 

그때쯤에는 시어머님이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 놀아야지?”

 

테이블위에 시아부지와 엄마 그리고 며느리인 저 이렇게 셋이 카드놀이를 시작합니다.

 

 

 

 

Romme-karte 로메-카르테라고 불리는 3명에서 6명이 하는 게임인데, 다른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카드놀이가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Gin 진”이라는 게임과 같은 형식이지만 점수를 내는 방식이 조금 틀리죠!

 

한번 해보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고, 카드놀이임에도 남녀노소가 모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이죠!

 

오스트리아에서는 은퇴하신 분들의 전유물이기도 하구요.

카드놀이가 끝나고 나면 또 다른 게임에 들어갑니다.

 

 

'Halma 할마'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게임으로 게임을 하는 중에는 서로를 봐주는 법이 절대 없습니다.

 

자기가 갈 길만 보고 남의 길을 방해하게 되는 건 기본이죠!

 

시어머니는 어머니가 갈 길을 방해받으시면 가끔씩은 탄식을, 가끔씩은 짜증섞인 말을 하셔서 티를 내시지만, 며느리는 제 길에 시아부지나 엄마가 방해를 하셨다고 해서 티를 내면 안 되는 거죠! 다시 다른 길을 만들어서 가야하죠!

 

카드놀이 한 시간, 할마 한 시간, 도합 두 시간이 필요합니다.

 

며느리로서 시부모님과 놀아드리는 차원이지만 절대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게임을 하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죠!

 

처음에는 며느리로서 시부모님과 놀아드리는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부모님도 독일어 잘 못하고(물론 일상생활은 문제가 없지만..^^;)

타국살이 힘든 며느리를 위해서 놀아주시는 것이 아닐까?”

 

시부모님은 며느리랑 놀아주신다는 생각에 게임에 하시고, 며느리는 시부모님과 놀아드린다는 생각에 서로 게임을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 볼 수도 없는 문제죠!

단지 남편에게 지나가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습니다.

 

“나 매일 (시)부모님이랑 게임을 하잖아. 처음에는 내가 부모님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날 위해서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누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임인지 모르겠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질문이 질문 같지 않아서인지, 자신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여서 인지 알 길은 없지만,

남편은 그냥 씩~ 웃고 맙니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오늘도 시부모님과 게임을 합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시부모님이라고 봐드리는거 절대없이 집중해서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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