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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한국인이 외국에서 조심해야 하는 말

by 프라우지니 201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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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간만에 등산을 했습니다.

 

산에 오르는 길에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 2분도 봤습니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대뜸가서 “어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한국사람이예요!” 는 쌩뚱맞죠! 기회가 돼서 말을 하게 된다면 내가 한국인인걸 밝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칩니다.

 

남편은 (지금 우리가 오르고 있는)산에 있는 스키리조트 관리인이라는 사람과 한동안 수다삼매경에 빠진지라... 저는 한쪽에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내 곁을 지나치면서 두 아저씨들이 대화를 하셨습니다.

 

“지금 시간이 9시 30분 이네..”

 

아마도 아저씨들이 리프트에서 내리는 시간을 확인하시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희가 오른 산에 해발 2700m가 넘는 산(Mt. Ruapehu)이고, 저희는 주차장(해발1600m)에 차를 세워두고, 두 시간 걸려서 이곳(해발 2020m)까지 걸어왔지만,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리프트타고 올라오거든요.(참고로 이곳은 겨울에 스키장으로 변하는 산인지라, 겨울철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리프트를 여름에 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왕복30불이라는 금액으로..)

 

그렇게 한국 아저씨 두 분은 올라가시고..

조금 더 기다린 후에 수다를 마친 남편과 함께 등산을 했습니다.

 

해발 2700m짜리 산답게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오르고 있는 산은 제대로 된 이정표도 없는지라,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올라가다보면 정상이 나오는 거죠!

 

저희도 없는 길을 만들어가면서 힘겹게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침 8시에 주차장에서 출발을 했는데, 이곳에 올라오니 오후 1시입니다.

 

참으로 기나긴 등산이였습니다.

물론 오르는 내내 숨을 쉴틈없이 헐떡거렸고 말이죠!^^;

 

정상이라고 해서 산꼭대기는 아니고, 산위에 움뿍 패인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고, 위급한 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는 산장(헛)이 하나 있었습니다.

 

산장 옆에는 밑에서 봤던 한국아저씨 두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내가 아저씨들이 계신 산장쪽으로 채 가까이 가기도 전에 아저씨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시는 걸 들었습니다.

“우리 얘한테 호수가 나오게 사진 찍어달라고 합시다!"

위 대화에서 는 저를 두고 말하는 것이였죠!

 

나를 한국 사람이 아닌 일본,중국 혹은 다른 나라사람으로 생각하신 아저씨들이 생각없이 나누신 말씀이였는데..“얘”라는 단어가 제 뇌리에 딱 박힘과 동시에 기분이 무지하게 나빠졌습니다.

 

“우리 저 사람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시다.”

혹은 “저 여자”, “저 아줌마” 라고 했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텐데..

최소한 “저 인간” 이라고 해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거 같은데..

 

왜 조금 합당한 의미의 단어를 두고, “얘” 라는 단어를 썼을까요?

 

기분이 상한 나는 아저씨들이 원하시는 대로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한 아저씨는 콩글리쉬 발음의 영어로 “풍경이 멋있지요?”하는 멘트를 날리셨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지라, 대충 영어로 대꾸해주고 남편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한국 사람들 있는데, 당신 마눌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마!”

상대방이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면 대뜸 “안녕하세요!”을 외치는 남편인지라 미리 주의를 주어야 했습니다.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왜?”
“나 지금 기분이 무지하게 나쁘거든. 그래서 저 사람들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으니깐, 그냥 모른 척 해!”
“왜 기분이 나쁜데?”
“저 사람들이 나에게 쓴 단어 중에 한마디(얘)가 영 기분이 나빠! 나는 그 단어(얘)를 들을만한 나이도 아닌데 말이야. 저 사람들이 말 실수를 했지만, 내가 한국인인걸 알면 상대방들도 무안할테니 아무 말도 하지마!”

 

그리고 아저씨들을 지나쳐서 산장의 아래쪽으로 남편과 내려가려는데..

두 아저씨가 또 우리 뒤에서 한마디 하십니다.

 

“쟤네들 아래로 내려 가려나봐!”

 

아까는 혼자였으니 “얘”였고, 둘이 되니 “쟤네들” 로 바뀌네요.

 

이 아저씨들 아무데서나 “얘,쟤”로 외국 사람들을 지칭하시는 건 아니겠죠?

 

 

위 사진에 등장한 인물들은 본문과 상당한 관계가 있습니다.

 

왜 아저씨들의 “얘”라는 말에 내 기분이 그리 나빴던 것인지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혹시나 내가 “얘”란 단어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사전에서 찾은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부르거나 같은 또래끼리 서로 부르는 말, “이 아이”가 준말

- “저 아이”가 준말

중년의 아낙한테 “얘”라니요.

제가 기분 나쁠만 했습니다. 중년아낙을 아이 취급했으니 말이죠!

 

외국에 사시는 분이나, 외국으로 여행을 나가시는 분들이 이런 사실을 아신다면 좋을 거 같아서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기분이 상당히 나쁘거든요.

 

외국에서 만나는 혹시나 한국인일지도 모르는 검정머리의 이방인의 옆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십시요!

 

“우리 얘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하자!”

보다는..

 

“우리 이 사람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자!”

(“우리 이분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자”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가 그 부탁을 듣고, 사진을 찍어주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부드럽게 응할 수 있고, 기분좋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내가 생각없이 내뱉는 한마디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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