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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01-유키 이야기

by 프라우지니 201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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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는 일본사람입니다.

뉴질랜드에 이민 온지 12년이 됐다는 올해 30대 후반의 아저씨(?)입니다.


12년 전에는 일본사람들의 “뉴질랜드이민”이 쉬웠다고 합니다.

그때는 일본에서 대졸학력이면 다른 특별한 조건없이 뉴질랜드로 쉽게 올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뉴질랜드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모양입니다.


작은 소도시에 식당을 하고 있는 유키는 보통의 조용하고 자기 감정을 잘 내보이지 않는 일본인과는 조금 다른 타입이였습니다.

 

아마도 오래 일본을 떠나있었고, 식당을 하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싶지만.. 모르죠! 원래 그런 성격이였는지도!


크리스마스 겸 새해맞이 여름휴가로 5일정도 테카포로 온 유키!

오면서 이곳에 머물 동안 먹을 것들을 모두 싸왔습니다.


“ 음식 배달 왔어요 아님 여기 놀러 온 거예요? ”

 

주방에서 짐을 풀어서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 넣는 유키를 보고 한 제 첫마디!


삼각 김밥, 볶음밥, 파스타 등등 음식에..

맥주, 와인에 한국산 포장 김치까지...


모든 음식들은 5박6일 동안 전자렌지나 오븐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6일 동안 2명이 먹을 분량이니 정말 “배달”왔냐고 물을 정도의 양입니다.

 

 


 

테카포로 휴가를 왔다는 유키는 그 휴가기간 내내 테카포의 유스호스텔에서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비가 온 날은  거실에서! 맑은 날에는 밖에서!


다리도 심하게 절고! 머리도 한쪽 부분이 깍인 상태!


같은 기간에 호스텔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관계로 이래저래 그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깍인 머리는 얼마 전에 일본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통은 머리를 다 밀텐데, 이 사람은 한쪽만 밀고 수술을 한 모양입니다.


다리는 저는 것에 대해서는 물어보기 전에 남편과 토론 아닌 토론을 했습니다.

 

“뇌출혈 수술을 했는데, 다리는 왜 절어?”

 

“뇌출혈 올 때는 보통 몸의 절반이 마비되잖아! 그때 마비된 거 아닐까?”


남편의 특징은..

마눌의 말이라면 일단 안 믿습니다.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안 믿습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당신 마눌 말이 맞아!” 해야 믿습니다.

증거가 필요한 것인지, 증인이 필요한 것인지 원!^^;


결국 마눌 말을 안 믿는 남편 덕에 마눌이 다시 유키한테 물었습니다.

(이런 질문하는 건 실례가 아니냐구요? 그 전에 그의 이혼 및 여러 가지 개인적인 얘기를 했던 터이고, 뇌수술도 이미 얘기를 했던터라 별로 실례가 되는 질문은 아니였습니다.)


“뇌수술 했다며 다리는 왜 저는지..”

 

역시 마눌의 생각대로 뇌출혈이 올 때 몸의 한쪽이 마비되었던 거죠!

 

다행히 뇌수술은 잘 됐지만, 마비된 몸은 시간이 두고 열심히 운동을 해서 풀어야 하는거죠!

그래서 틈틈이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그렇게 나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라고 하는데..

그 파라다이스에 살아도 스트레스는 쌓이는 모양입니다.

아직 마흔도 안 된 청년이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이민 12년차인 그를 보니 이민이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일본인임에도 그가 하는 식당은 일식당이 아닌 중식, 한식, 일식을 짬뽕한 국적불명이고!


하긴 싸고, 양 많은거 좋아하는 키위(뉴질랜드 사람)들한테 수준 있는 일식요리는 사실 무리입니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말이죠!

그저 볶음밥이나 볶음국수 혹은 우동 같은 간편하고 값싼 음식이 잘 먹히죠!


뉴질랜드에 함께 왔었던 부인과 이혼하고, 지금은 여자친구랑 살고 있는 유키!

 

(워킹홀리데이비자로 뉴질랜드에 들어온 그의 여친은 조만간 비자 만기가 되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뉴질랜드에 머물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되면 유키가 워킹비자를 내주거나, 결혼 혹은 파트너 비자를 만들어줘야 둘의 관계는 계속 되겠죠! )


사람은 저마다의 삶의 목적이 있고, 삶의 기쁨을 찾는 기준도 다릅니다.

조금 더 안락한 혹은 여유로운 삶을 찾아서 조국을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일본인 유키의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무채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가 뇌수술을 해서도 아니고, 그가 그 때문에 다리를 절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내가 느낀 그의 삶은 뉴질랜드의 초록빛 싱그러운 색이 아니였습니다.


사람은 어디에 사는냐 보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거 같습니다.

내가 가진 환경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내 나름의 채색화를 만드는 비결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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