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나도 몰랐던 남편의 영화 취향

프라우지니 2018. 9.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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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극장에 갔습니다.

결혼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남편의 친구가 극장에 가자고 해서 같이 간 적이 있었지만,

그건 남편이 가자고 해서 간 것이 아니니 빼고!

 

필리핀 여행 중에 시간이 있어 극장에 간적이 있었지만,

그건 일상에서의 일이 아니니 그것도 빼고!

 

남편이 먼저 극장에 가자고 해서 우리 둘만 간 것은 처음입니다.

 

남편이 극장에 가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제 귀를 의심했었습니다.

농담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서 대형 TV로 보는 “안방극장”을 더 좋아 하는 인간형이거든요.

 

 

 

남편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던 날은 시누이가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날.

 

시누이가 마당에서 파티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여름에는 마당에서, 겨울에는 우리 주방이 있는 이층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파티를 해도,우리부부는 꿋꿋하게 방을 지켰습니다.

 

시누이는 가끔 우리도 같이 와서 동참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고, 괜히 생뚱맞게 오빠부부가 끼여서 파티의 분위기를 깨느니,  그냥 우리끼리 방에서 노는 것이 속이 편하죠.

 

가끔 우리 집 구조를 모르는 시누이 파티 참석자들이 화장실을 찾는 것인지 1층에 있는 우리 부부방문을 덥석 열어서 한두 번 당황한 후로는 파티 중에는 우리 방문을 잠그고 지냈는데...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마눌에게 “영화를 보자!”니 마눌은 열심히 상영 중인 영화를 찾았습니다.

 

 

 

요즘 상영 중은 영화중 제일 인기가 있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6", ”이퀄라이저2“에 ”맘마미아2“도 있고!

 

난 독일영화인 “Sauerkrautkoma 사우어크라우트 코마”도 관심이 갔지만.

(이건 독일의 절인 (신)양배추를 먹고 코마에 빠진 이야기인 것인지..)

남편이 보자는 영화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남편이 가자고 했던 극장이니 말이죠.

 

워낙 잡식으로 영화를 보는 남편인지라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액션영화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극장에 가서 남편이 고른 영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독일어로는 “die Farbe des Horizonts 디 파f베 데스 호리존트”

해석하자면.. “수평선의 색“

 

남편이 극장에 도착해서 대충 짧은 영화해설을 읽고 선택한 영화.

 

어떤 영화인지 마눌도 후딱 뛰어가서 영화해설을 읽다가 눈에 걸린 단어 하나.

“타. 히. 티”

 

남편이 타히티로 여행을 가서 그 주변 섬들을 대충 다 돌아봤었죠.

이 작품을 고른 것이 배경이 타히티여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 극장은 엄청 오랜만입니다.

 

아주 오래전에(한 10년 되가나?) 남편 친구랑 한번 간적이 있기는 한데..

그건 기억도 안 나는 아득한 옛날이고!

 

우리 동네 (엄청나게 큰) 쇼핑몰 안에 있는 열 댓개의 상영관 중에 하나인데..

좌석이 널따란 것이 오페라를 상영하는 비싼 오페라극장보다 더 좋습니다.^^

 

한국에 갔을 때 이런저런 개봉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

한국의 괜찮다는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의자요, 스크린입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독일어권에서는 “수평선의 색”으로 번역된 이 작품도 한국에서 개봉을 했네요.

“Adrift 어드리프트”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극장에 가기 전에 다른 액션 영화들은 대충 어떤 내용인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 갔었는데..

이 영화는 남편이 보자고 할 영화목록에 들어가지 않은지라 모르는 상태에서 봤습니다.

 

독일어로는 “수평선의 색”인지라,

타히티 섬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 주인공, 태미는 태풍을 만났을 때 부상을 당한 남친과 함께 49일간 바다를 표류합니다.

 

그 긴 시간을 배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견디는 내용들인데,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 관객들은 알게 됩니다.

 

부상 당해 다리가 썩어가는 상황에서도 그 긴 시간 태미 곁을 지켜준 그녀의 남친이 사실은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에는 실화의 주인공 태미도 등장합니다.

현재도 그녀는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잘 봤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로맨스도 있고, 감동도 있고!

딱 제가 좋아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같이 봤던 영화가 당신 맘에도 들었는지..”

 

남편도 나름 괜찮은 영화라고 하는걸 봐서는 남편 취향이었던 거 같습니다.

 

몰랐습니다.

남편이 여자취향의 “로맨스, 감동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결혼 11년만의 알게 된 초특급 놀라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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