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남편이 회사동료들에게 사오는 것들

프라우지니 2018. 8.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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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이 가방에서 뜬금없는 치즈를 꺼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면서 장을 봐온 것이 아니고 회사에서 바로 왔는데 말이죠.

 

 

남편이 사온 제품과 비슷한 포장.

 

“이거 어디서 났어?”

“회사동료한테 사왔어.”

“아니 그 친구도 당신 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엔지니어 아니야?

“맞아!”

“그런데 양젓 치즈를 팔아?”

“집에서 만들었대!”

“그 친구네 집에 양이 있어?”

“응, 농장을 하나봐!”

“그럼 퇴근해서 집에서 농장 일을 하는 거야?”

“그런가봐!”

"이건 얼마주고 사 왔는데?“

“3.70유로라고 해서 4유로 줬어.”

 

남편이 지금 출근하는 곳은 작은 소도시에 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다 그 주변의 농가에 사는 모양입니다.

 

“당신 동료들은 다 석사학위 엔지니어들 아니야?” (박사도 있죠.)

“맞아.”

“그런데 집에 가서 쉬지 앉고 농장 일을 하는 거야?

“그런가봐!”

 

남편은 퇴근하면 피곤하다고 침대에 누워 TV를 보거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하루를 마감하는데,

 

퇴근해서는 양들을 돌보고 우유를 짜서 치즈를 만든다니 참 부지런한 동료인 모양입니다.

 

농장을 하고 우유를 짜서 치즈를 만드는 일을 농장을 (사서) 살면서 배웠을 수도 있지만,

농장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어릴 때부터 해왔던 일이니 어렵지 않을 거 같기도 한데..

 

농장에 살아본 적도 동물도 키워본 적이 없는 우리부부는 못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회사동료가 파는 양젖치즈를 사들고 오고는 했었습니다.

(생각 해 보니 요즘은 안 사들고 오네요.)

 

 

 

최근에 남편이 뜬금없는 알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마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이죠.

 

“이건 무슨 알이야?”

“칠면조 알”

“이건 어디서 났어?”

“동료가 줬어.”

“그 친구네 집에 칠면조가 많아?”

“응”

전에 양젖치즈 팔았던 친구야?
아니야, 다른 친구야.

 

남편 동료들은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농장을 하나씩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 덕에 보게 된 칠면조 알입니다.

 

타조 알은 여기저기서 많이 봤었는데, 칠면조 알은 어디서도 볼 기회가 없었죠.

 

칠면조알은 달걀보다 얼마나 큰지 살짝 비교 해 봤습니다.

달걀보다는 쪼매 더 큰데, 껍질은 꽤 두껍게 느껴집니다.

 

남편이 칠면조 알을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놓으면서 하는 말.

 

“안에 병아리가 들어있으니 깔 때 조심하고 반 먹고 내 것도 남겨놔!”

 

 

 

남편의 말이 농담인줄 몰랐던지라 정말 안에 병아리가 다 된 상태 일까봐..

껍질까지 통째로 반을 갈랐습니다. ^^

 

칠면조알의 맛은..

노른자가 달걀보다는 조금 더 큰 것 같았고, 맛도 조금 담백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 동료는 왜 뜬금없이 칠면조 알을 준거야?”

“내가 맛보고 싶다고 했어.”

“그 친구는 칠면조 알을 판데?”

“아니, 안 물어봤는데..”

“그럼 왜 달라고 했어?”

“...”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남편은 칠면조 알을 가지고 왔습니다.

 

농장에서 키우는 칠면조들이 낳은 알이니 당연히 유정란이고,

이 알들을 따뜻한 온도에 놓으면 부화되어 아기 칠면조가 나오겠지만..

 

우리는 그냥 먹어치우기로 했습니다.^^;

 

칠면조알 10개를 가지고 왔으니 얼마에 샀는지 궁금한지라 물었습니다.

 

“얼마 냈어?”

“안 냈는데?”

“그 친구가 얼마라도 돈 달라는 소리 안 해?”

“그 친구도 말을 안 하고, 나도 안 물어봤어.”

 

물건을 가지고 오면 얼마인지 물어보고 계산을 하는 것이 정상인데..

판매용 칠면조 알이 아니어서 판매자도 가격을 모르는 것인지..

 

다음에서 검색 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칠면조알이 개당 4천원에 거래가 된답니다.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요리용으로는 가격이 겁나 비쌉니다.

타조 알처럼 거대해서 한번 요리하면 10명 이상이 먹는 양도 아닌디..

 

남편이 사온 칠면조알의 가격은 얼마나 할지 궁금한지라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칠면조알 10개값 냈어?”

“아니.”

“그 친구는 돈 달라는 소리를 안 해?”

“안 해”

 

이쯤 되면 ‘선물로 준거 아니야?’ 하실 수도 있지만,

이곳의 인심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료 간에도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들이니 말이죠.

 

칠면조알 하나야 맛이나 보라고 줄 수도 있지만,

10개씩을 그냥 줄 리는 없죠.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남편에게 칠면조알의 가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칠면조 알 10개 값을 4유로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칠면조 알 한 개에 4천원이라고 하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10개에 4유로(x 1300원=5,200원)를 냈습니다.

 

달걀은 10개에 2유로 선인데, 칠면조 알이 10개에 4유로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농장을 하는 동료가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것인지 아님 원래 이 가격인 것인지..

궁금해서 독일어로 검색창에 “칠면조 알”이라고 쳐봤는데,

이리저리 찾아다녀도 제대로 가격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검색해서 알아낸 것은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알이 아닌,

이미 속이 비어있는 공작용 칠면조 알.

 

속이 빈 칠면조 알은 귀해서 그런 것인지 한 개의 가격이 1.50유로였습니다.

 

남편은 속에 알이 들어있는 칠면조알을 10개에 4유로에 사왔는데..

속이 빈 칠면조알이 1개에 1.50유로라면, 10개에는 15유로.

 

남편이 사온 칠면조 알을 쪼맨한 구멍 내서 요리 해 먹은 후에,

속이 빈 알을 잘 씻어 말린 후에 팔아도 될 거 같고..

 

내가 잘 보관했다가 부활절에 그림을 그려서 장식을 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자! 그럼 지금처럼 삶아서 껍질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구멍을 내서 내용물만 잘 꺼내는 방법을 한번 모색 해 봐야겠습니다.

 

부화기를 사서 칠면조를 부화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우리 집이 농장처럼 크지도 않고, 또 칠면조 키워서 나중에 잡아먹는 것도 못하는지라,

우리가 부화시켜 키우는 건 무리가 있고!!

 

넓은 마당이 딸린 집을 사서 공사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친구가 가을쯤에 이사를 들어간다니, 입주선물로 칠면조알 10개를 준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칠면조 알 10개를 부화시켜 마당에 풀어놓으면 알아서 잘 자랄 테고,

아침마다 주인에게 알을 제공 할 테니 완전 대박 선물이 될 거 같습니다.^^

 

남편이 동료에게 어떤 것을 사올 런지 다음이 기대되는 남편의 쇼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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