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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주 어르신께 받은 자랑스러운 선물

프라우지니 2018. 5.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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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 새로 입주하신 부부어르신이 계십니다.

 

오늘 그 방에 들어갔는데, 할매가 나에게 오시더니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저희는 선물을 받을 수 없어요.”

“아주 작은 건데...”

“아주 작은 거 라면..받아도 되니 주셔도 되요.^^”

 

 

 

Kleines Dankeschoen 클라이네스 당케쉔(작은 감사 라는 뜻)

 

할매가 저에게 내민 것은 작은 초콜릿 박스였습니다.

많고 많은 직원들 중에 유독 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으셨나봅니다.^^

 

보통 초콜릿을 받으면 사무실에 가져가서 직원들이랑 먹습니다.

사무실에 초콜릿 포장을 벗겨놓으면 직원들이 오고가면서 훌러덩 다 먹어버리죠.

 

할매가 특별히 나에게 주신 것이신지라...

직원들이랑 나눠먹는 대신에,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간만에 받은 선물을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말이죠.^^

 

새 입주민에 대해서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초콜릿을 받은 김에 쓰기로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요양원 입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요양원 입주가 어르신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충격은 상당히 크답니다.

 

“요양원 입주”는 “배우자의 사망”만큼 상당히 큰 심리적 충격입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젊을 때는 신나고 즐거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는 것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자기 몸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게 되는 “요양원 입주”는 거의 절망에 가까운 현실입니다.

 

부부가 우리 요양원에 새로 입주하시면 두 분이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으십니다.

 

식사도 방에서 하시고, 햇볕 좋은날 다른 분들은 정원에 앉아계시는데..

부부 어르신들은 방에 딸린 베란다에 나가서 햇볕을 즐기시죠.

 

새로운 세상인 요양원에 오시기는 하셨지만, 다른 어르신들과의 접촉도 꺼리시고,

그 방에 들어간 직원들하고만 대화를 하실 뿐이죠.

 

그나마 부부가 함께 요양원에 입주를 하시면..

두 분이 서로 의지를 하시고 사십니다.

 

하지만 혼자서 오시는 어르신, 특히나 할매들은 처음에 적응하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몇날 며칠 우시기만 하시죠.

집에 가시고 싶다고 말이죠.

 

집에서는 더 이상 살지 못해서 요양원에 오시기는 했는데..

처음 와서는 어디 마음 붙일 때도 없고,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시기입니다.

 

2인실 같은 경우는 옆 침대를 사용하는 할매가 계시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치매인지라 서로 동문서답하기 일쑤이고, 치매가 아니라고 해도 서로 비슷한 취향이여야 대화가 되는 거죠.

 

가끔씩 우시는 할매를 달래드려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어르신, 이제 그만 우세요.”

“나 집에 갈래.”

“안돼요. 여기가 이제는 어르신 집이니 여기서 사셔야 해요.”

“내가 살던 집 근처에 내 며느리도 살고 있어서 나는 집에서 살고 싶은데..”

“어르신은 도움이 필요하니 여기서 사셔야 해요.”

“나 집에 갈래.”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러신 거예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실꺼예요.”

“나 무서워.”

“무섭긴요. 저도 여기서 살고, 항상 웃는 얼굴로 도움을 주는 친절한 직원들도 다 여기서 살잖아요.”

 

웃으면서 이렇게 달래드린 어르신들이 꽤 됩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요양원에 완전히 적응하시고 나면..

요양원 초기의 “적응 에피소드“ 가끔씩 말씀하시죠.^^

 

며느리가 근처에 사는 “내 집으로 보내 달라”고 몇날 며칠 우셨던 어르신.

직원들이 달래다 달래다 결국은 그 “며느리”에게 전화를 해야만 했습니다.

 

혹시나 할매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까봐 며느리가 말하는 자신의 처지도 들어야 했습니다.

 

“아니, 내 남편도 벌써 오래전에 죽고, 더 이상 시어머니라고 할 수도 없는 사이인데,

우리 집 근처에 살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는 오라고 하는데..

사실 나도 이제는 조금 지치거든요. “

 

이해는 갑니다. 시어머니도 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시어머니인 것이지, 친정엄마도 아니고 사별한 남편의 어머니를 옆에서 모시고 사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죠.

 

며느리도 나이 70살을 바라보고 있는데,

언제까지 90대 시어머니를 돌봐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힘들다고 판단해서 직접 오시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자식 혹은 타인에 의해서 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오시죠.

 

요양원이라는 곳이 적응한다고 적응이 되는 곳도 아니고, 마음 붙일 데도 없는 곳인지라,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듯 한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

 

바쁘게 돌아가는 일의 연속이지만, 무뚝뚝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로,

쓱 지나치지 않고 한마디라도 대화를 해서 “어떠신지?” 여쭤 보고,

 

복도를 지나면서도 방에 계신 어르신들의 방문을 두드리고는 활짝 웃으면서..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물어봐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지만,

 

그것에 감사를 표현 해 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편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마음 붙일 곳 없는 어르신들에게 “까만 머리, 둥글한 얼굴에 납작한 코를 가진 동양인 직원”이 꽤 힘을 드리고 있고,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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