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55-백패커의 냉장고에서 사라진 우리의 달걀과 치즈

프라우지니 2018. 3.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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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4월은 비수기입니다.

 

뉴질랜드의 여름에 해당하는 12월~1월이 지나면서 계절은 점점 겨울 쪽으로 가까워지죠.

 

 

 

우리가 투랑기 시내를 오가던 길에 낙엽이 우거져서 “가을”같은 분위기는 물씬 풍겼지만.

체감온도는 가을과 겨울의 어디쯤에 있었지만 백패커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꽤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여행을 마치고 떠날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왕이면 조금 더 싼 가격에 오래 머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비수기에 여행을 하면 더 싸게 여행할 수 있는지라 오는 여행자도 있었습니다.

 

렌터카의 경우도 성수기인 여름보다는 비수기에 렌트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고,

일단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차량이 해결되면 나머지 여행경비는 가벼워지니 말이죠.

 

투랑기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이 코앞에 있는 지역이고, 가을이나 겨울같은 비수기에도 “통가리로 크로싱”을 가능한지라, 통가리로 크로싱을 하러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지라 어느 날은 백패커가 미어터지게 꽉 차는 날도 있었습니다.

 

백패커나 홀리데이파크 같이 여러 사람과 함께 주방을 사용하고 공용 냉장고를 사용하는 경우는 물건 도난사건이 꽤 자주 일어나는지라 스스로 단속을 잘해야 합니다.

 

수준(?)이 있는 백패커 같은 경우는 주방 냉장고 앞에 CCTV를 설치 해 두고는 “촬영 중”임을 표시해놓는 곳도 있지만, 그렇다고 100% 도난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죠.

 

평소에는 한가했던 백패커에 2박 3일 동안 단체손님들이 왔었던지라, 냉장고 안에 있던 우리 식료품 가방을 치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단체손님을 위해서 냉장고를 비워 주는 건 좋은데, 우리 물건을 넣어놓을 또 다른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우리 물건을 어디다 넣으라는 것인지..

우리물건은 단체손님이 갈 때까지 그냥 밖에다 놓으라는 이야기인 것인지!

 

우리가 장기 투숙중이고 방보다 더 저렴한 캠핑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고객이 아닌 건 아니죠.

 

고객한테 다른 고객을 위해서 우리 물건을 치워달라는 주인의 요청도 웃기고!

 

이때쯤 유난히 백패커 주인이 유난히 나에게 삐딱하게 굴어서 나만 느끼는 “인종차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오래 머물러서 주인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닌지,

남편이 숙박비를 7일이나 안 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며칠에 한 번씩 내는지라..)

 

사실 우리가 오래 머물러도 숙박비는 꼬박꼬박 내는 고객인데, 백패커 주인이 주는 스트레스는 또 처음인지라 빨리 떠날 날만 꼽으며 살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냉장고가 터져라 요리 해 먹을 고기들을 꽉꽉 채워놓는가 싶었었는데..

 

 

평소 냉장고 안의 풍경

 

단체손님이 빠져나가고.. 냉장고 안, 우리 가방 속에 있던 물건이 사라졌습니다.

길 위에 생활을 꽤 한지라 우리는 나름 물건을 보관하는 요령도 남다른디..

 

우리 물건은 전부 가방 안에 넣어놔서 위에서는 안 보이는데..

우리 물건은 가방 안에 다 넣어서 위를 묶어놓는지라 꺼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작정하고 열지 않는 이상 없어질 리는 없는데.. 우리는 한 번에 1kg짜리 치즈를 사는지라 꽤 많이 남아있는 치즈와 달걀 한 줄이 몽땅 없어졌습니다.

 

엊그제는 있었는데, 하루 확인 안 했다고 물건이 통째로 없어졌네요.

 

남편은 치즈와 달걀이 없어진 것을 알고 열 받아 한동안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싸구려 백패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을리 만무하고, 그것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들,

누군가 이미 가져가 버린 것을 찾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죠.

 

지금까지 이렇게 가격이 나가는 물건이 통째로 없어지는 경우는 없었는데..

하필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없어진 거 화 낸다고 물건이 다시 오남? 그냥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가져갔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기분이라도 조금 나아질 거 아니야.”

 

마눌이 남편을 타일러 보지만 그저 흘러듣는듯 했습니다.

사실 치즈도 달걀도 다시 사야하니 돈이 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죠.

 

이때쯤 저는 백패커 주인이 은근히 하는 인종차별을 느끼고 있었고, 주인을 봐도 안면 까고 지내고 있던 지라 분실사고에 대해서 아예 말을 하지 않았고, 남편은 주인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냉장고에 있던 우리 물건 분실사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남의 것임을 알면서 가방을 열고 물건을 가져간 사람 또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먹고 싶다는 마음에서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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