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들

시어머니가 더 이상 하시지 않는 말씀

프라우지니 2018. 3.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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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와서 몇 년째 시어머니께 듣던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 집을 유산으로 남기면 네 남편은 팔 생각이라니?”

“모르죠, 설마 팔겠어요?”

“와서 안 살면 팔아야지 뭐...”

 

아직 정정하신 시부모님이고, 집도 아직 시부모님 명의인데 주시지도 않은 집이야기를 시시때때로 하셨습니다.

 

집 이야기는 시어머니께 듣기 전에 이미 남편에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연애초기에 남편이 했던 뜬금없는 집 이야기.

 

”부모님이 지어주신 (새) 집이 한 채 있다.“

 

이때는 남편을 알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그의 뜬금없는 집이야기에..

“서양인들도 여자 꼬실 때 ”나는 살 집이 있다.“고 하나?” 했었습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셨다던 아들 몫의 집은 그 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 지은 우리 옆집 (참조용)

 

새로 지은 우리 옆집같이 지어진 이층집이었습니다.

마당에 사과나무 네그루도 있고, 지은 지 4년이 되었다고 했지만, 아무도 살지 않아 새집이었죠.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에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그 집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참 많이 섭섭했습니다. 결혼도 하기 전이였는데도 왜 그리 섭섭하던지..^^

 

그리고 나중에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아들 몫이라고 했던 집은 사실 부모님이 사시려고 손수 지으셨던 집이라는 걸.

 

16년 동안 주말이나, 휴가철에 쉬지 않으시고 지으신 두 분의 세월과 정성이 들어간 집이였습니다.

 

두 분이 사시던 부모님(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집에서 나오려고 열심히 집을 지은 16년 동안.

아버지(시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시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시아버지는 다른 형제들에게 부모님(시할아버지)의 집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1/N으로 모든 형제들에게 지불한 뒤에야 집주인이 되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는 장남이라고 집을 물려받고, 아들이라고 물려받고 하는 일은 없습니다.

 

부모의 재산은 모든 자식들이 동등하게 나눠 갖죠. 자식중 하나가 부모님의 집을 갖으려면 나머지 자식들에게 집값을 지불해야 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형제들이 한사람에게 “부모님 집은 네가 가져라.”하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요.

 

 

 

나를 그렇게 서운하게 했던 남편 몫이라던 집을 팔아버렸고, 지금 남은 집은 이 건물입니다.

한 집, 두 건물이죠.

 

아들 몫이라고 하셨던 집은 왜 파신 것인지..

(새 집을 지어놓고 들어가서 살지 않기는 했지만..)

 

궁금한 것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니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몫이라던 집은 팔고 집 판 돈은 어디 있어?”

“그건..부모님 돈인데 왜?”

“그 집은 당신 몫이라며?”
“.....”
“집 판돈은 어디 있냐고?”

“두 분이 여행 다니시면서 다 썼어. 그건 더 이상 묻지 마.”

 

집은 사람이 들어가서 살지 않으니 판 것이고,

집 판 돈은 부모님이 갖고 계신 거라고 생각했죠.

 

남편 몫의 집을 판 직후부터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네 시누이가 사는 건물은 시누이 몫이고, 너희는 나중에 우리가 사는 이 건물을 물려줄 생각이다.”

"...."
“집을 물려줘도 너희들이 들어와서 안 살 테니 나중에 팔겠지?”

“모르죠. 설마 팔겠어요. 주말에 들리곤 하겠죠.”

 

남편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그라츠 공대로 가서는..

대학원까지 졸업 한 후에도 그라츠에서 직장생활을 하는지라, 집 떠난 지 20년이 넘었고!

 

린츠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시누이는 서른 살 무렵까지 집에서 살다가..

취직 때문에 비엔나로 간지라 집 떠 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부모님의 자식들은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번 정도 주말에 들리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휴가철이 되어야 두어 주 집에 와서 머물곤 했었습니다.

 

그랬으니 부모님이 집을 물려줘도 자식들이 와서 살 희망이 없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시어머니는 며느리만 보면 “너희들은 이 집을 팔겠지?”

 

처음에는 “아니예요.”하면서 성의껏 대답을 했었는데..

이것이 열 번이 넘고 백번도 넘어가니 나중에는 대답하는 것도 짜증이 났었는데..^^;

 

며느리 직업교육 때문에 린츠로 들어와서 아들부부는 4년째 시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라츠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그곳이 아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 하셨던 지라,

아들이 린츠에서 살 일은 없을 줄 아셨을 겁니다.

 

그러니 집을 물려줘도 와서 살지 못 할 테고, 당연히 팔아버릴거라 생각을 하셨던 모양인데..

시부모님의 예상을 깨고 아들은 린츠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며느리 귀에 딱지가 앉게 하셨던 말씀.

 

“이 집을 물려주면 너희들은 팔겠지?”.

 

시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이 말씀을 하시지 않습니다.

 

아들내외가 린츠에서도 일할 수 있고, 또 집에 들어와서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셨으니 말이죠.  하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다고 “(노래를 하시는) 집”을 아들부부는 사실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60대 후반의 연세이시니, 적어도 2~30년은 앞으로 더 사실 테고..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일이니 물려준다고 하셨다고,

 

“저걸 언제 주실까?”하고 턱 받치고 기다리는 일은 아들도 하지 않고,

며느리도 바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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