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이유

프라우지니 2018. 2. 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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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러시아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사다준 모자가 있습니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연상하게 하는 심하게 북실북실한 러시아 털모자, 샤프카.

 

평년의 겨울 이였다면 오스트리아서는 절대 쓸 일이 없는 모자인데..

한동안 기온이 많이 내려간지라 독일어 학원을 다닐 때 쓰고 다녔습니다.

 

내기 이 모자를 쓰고 거리를 나서면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동작 그만 자세로 쳐다봅니다. 설마 내가 멋있어서 쳐다본다고 생각 하시는 건 아니시죠?

 

모자가 털이 북실한 것이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모자가 예쁘고 탐난다고 쳐다보는 건 아니죠.

 

동양 아낙이 시베리아에서나 쓰고 다닐 모자를 쓰고 다니니..

저만 지나가면 사람들의 쳐다봅니다.

 

“뭐래? 여기가 시베리아 인감?” 하는 표정으로 절 빤히 쳐다봅니다.^^;

쉽게 말해서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는 거죠.^^;

 

 

요양원 출근길에 모자를 쓰고..

 

참 불편함이 많은 모자입니다.^^

 

모자를 쓰면 모자의 여우털이 자꾸 앞으로 내려와서 내 시야를 가리고, 날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유난히 따가운데, 그렇다고 안 쓰고 다니면 남편이 섭섭해 하는 거 같고!

 

젊은 며느리보다 옷에 더 관심이 많으신 시어머니 우리건물에 지하실에 오시다가 현관에 놔준 털모자를 보시고는 관심을 보이십니다.

 

“이거 완전 멋있다. 니꺼냐?”

“그거 당신 아들이 러시아에서 가지고 온 거에요.”

 

아들이 러시아 출장에서 엄마꺼라고 가져온 것은 달랑 양념 통이었는데..

며느리 것은 가격이 나가 보이는 털모자 라니 엄마가 서운하셨을 거 같은데 말은 안하십니다.

 

사실 털모자는 엄마가 탐을 내실만한 아이템입니다.

 

(시어머니는 멋 내고 가실 곳은 없는 분이시지만,) 며느리는 집에서 입던 옷 입고 가는 동네 쇼핑몰에 가실 때도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시는데, 이런 털모자 하나 패션아이템으로 갖춰놓으면 좋죠.

 

그렇다고 남편이 선물이라고 사다준 모자를 내 맘 맘대로 시어머니 드릴수도 없는 일이고..

 

“왜 모자는 하나만 사왔어? 2개 사왔음 좋잖아. 엄마도 하나 드리고..”

 

하나만 사온 털모자 앞에서 엄마 것은 왜 안 사왔냐고 투정을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마눌만 생각하고 산 모자여서 그런 것인지 남편은 댓구를 안했습니다.

 

털모자를 처음보고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내가 생각했던 것은..

“엄마가 좋아하겠다.”

 

마눌 바라기여서 이 모자를 보고 마눌 생각만 난 것인지, 아님 엄마까지 사주기는 가격이 부담이 됐는지는 알 길에 없지만, 분명한건 남편이 사온 모자는 한 개뿐이라는 것.

 

그리고 마눌이 이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면 남편이 엄청 좋아한다는 것.^^;

(마눌은 밖에서 원수이가 되거나 말거나...^^;)

 

2월 중순이여서 마당에 봄꽃이 올라오나 싶었는데, 요 며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있는 상태이고,

다음 주는 영하 14도 까지 내려간다니 바짝 추울 때 털모자를 많이 애용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살짝 남편도 꼬셔봐야겠습니다.

 

“남편, 나 이 모자 엄마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완전 마눌꺼라고 생각하고 산 물건이면, 마눌이 이렇게 말하면 무언으로 대답할 것이고,

누가 쓰던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마눌의 말에 “그러던가!”로 대답을 하겠지요.

 

내년 겨울은 오스트리아가 아닌 곳에서 머물 테니 내가 없는 동안은 엄마가 쓰시라고 잠시 빌려드려고 괜찮을 거 같기는 합니다. 엄마도 한번쯤 써보고 싶어 하는 눈치시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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