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남편이 잡아온 연어 한 마리

프라우지니 2018. 1.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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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낚시꾼이었던 남편이 잡고 싶어도 못 잡은 바다생선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놈을 잡으려고 꽤 긴 시간을 투자하고, 하루 종일 강어귀에서 낚시를 하는 정성까지 보였지만..

낚싯대에 걸리는 운까지는 잡았는데 막판에 다 잡은 그놈을 놓쳤죠.

 

이 말을 남편이 했다면 “낚시꾼의 허풍”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남편 주변에서 낚시를 했던 여러 낚시꾼들이 마눌에게 증언을 해온지라, 남편이 참 많이 속상했겠다 했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한 달 반 정도의 기간 중,

한 달 정도 낚시꾼들은 강어귀에서 연어를 잡을 수 있죠.

 

남편도 그 기간에 전부 현지인인 강어귀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어 낚시를 했었지만..

아쉽게도 연어를 직접 잡는 행운까지는 없었습니다.

 

남편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사란들이 잡은 언어를 구경하는 운은 있었지만 말이죠

 

그렇게 낚시를 할 때도 연어하고는 영 운이 없는 줄 알았던 남편이었는데..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은 낚시도 안하는데, 갑자기 연어 한 마리를 잡아왔습니다.

 

 

 

퇴근해서 주방으로 올라오면 남편이 하는 말.

 

“빨리 테이블 싹 치워!”

 

보통 테이블에는 마눌의 노트북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것을 치우라는 이야기입니다.

연어를 눕힐 테이블이 필요하니 말이죠.

 

“아니, 낚시할 때도 못 잡은 연어를 왜 잡아온 겨?”

“....”

“어차피 이건 회로도 못 먹는 품질이잖아.”

“....”

 

 

 

낚시 해 온 세월이 있는지라, 연어 해체작업은 직접 하십니다.

 

우리가 강어귀에서 봐왔던 연어보다는 심히 작지만 그래도 5kg은 족히 넘는 크기입니다.

 

가끔 회가 먹고 싶으면 참치를 사들고 와서 썰어먹는 남편이기는 하지만,

연어는 회로도 못 먹는 걸 왜 통째로 사온 것인지..

 

 

 

낚시꾼치고 포 뜨는 실력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일단 마눌을 시키지 않았으니 패스.

 

마눌은 옆에서 잔소리만 합니다.

 

“연어는 살 때 배를 살짝 열어보고 색을 보고 사와야지.”

“아니, 살을 그리 많이 삐져내면 어떻게 해!”

 

“사시미 칼은 뜨기 전에 갈았남?”

 

 

 

마눌의 잔소리는 안 들리는지 정신집중하고 연어를 손질하던 남편의 작업이 끝났습니다.

회로는 못 먹는 연어인지라, 스테이크용으로 잘라서 냉동하려고 포장을 했습니다.

 

포를 뜨고 남는 머리랑 뼈로는 육수를 낼 수 있는데..

남편은 연어머리는 버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는 동안에 한 일없던 마눌이 손 걷어 부치고 나섰습니다.

 

 

 

남편은 살이 많이 붙어있는 생선뼈로 스프를 만들고,

마눌은 남편이 버린다는 머리랑 생선뼈만 모아서 육수를 끓였습니다.

 

마눌은 물에 양파, 파등을 넣어서 생선머리랑 뼈를 넣고 그냥 푹 끓이지만..

남편이 만드는 육수는 다진 양파를 기름에 달달 볶다가 거기에 생선뼈를 놓고는 푹 우립니다.

 

이렇게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달랐던 부부의 스프는..

 

 

 

이렇게 완성이 됐습니다.

 

마눌은 생선육수 그대로의 맛을 즐기려고 약간의 소금만 넣어서 양념을 했고,

남편은 약간의 야채를 추가하고 파프리카 가루까지 풀어서는 색감 있는 스프가 됐습니다.

 

내 생선육수는 남편의 비해서 생선살도 많이 부족하지만..

머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으니 나름 진한 육수는 된 것에 만족합니다.

 

남편이 잡아온, 아니 사온 연어 한 마리 덕에 부부가 주방에 나란히 서서,

서로의 스프를 끓이면서 저녁시간을 보냈고, 완성한 서로의 스프를 먹어보라고 권해도 보고,

자기가 끓인 스프가 더 맛있다는 억지도 부려가며 그렇게 저녁의 한때를 보냈습니다.

 

남편이 뜬금없는 사들고 온 연어 한 마리 덕에 우리부부는 나름 재밌는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은 엉뚱한 행동이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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