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산토리니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이곳의 석양이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산토리니 석양”을 치니
“세계 3대 석양”중 한 곳이
산토리니라니 엄청난 석양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었죠.
산토리니외 다른 두 곳은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인데,
내가 피지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피지 근처에 있는 쿡아일랜드의
석양을 본적이 있는데,
정말 남태평양은
석양 맛집이 맞습니다.
쿡아일랜드의 석양은
지금까지 내가 봐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죠.
단 몇 분이 지났을 뿐이데,
해가 지고 난 후 바다는
다양한 색으로 변하면서
우리를 유혹해와서
아주 짧은 시간임에도
우리는 사진을 엄청
찍어 댔었습니다.
숙소에서 단 몇 분만 걸어가면
해변이라 우리가 원하면
우리는 이런 멋있는
석양을 매일 볼 수 있었지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작정하고
제대로 석양을 본건 딱
하루뿐이었습니다. ㅠㅠ
다음에 다시 쿡아일랜드를 간다면
매일 저녁 해변에 앉아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석양을
관찰해 볼 생각입니다.
제가 산토리니 석양 사진을
보여준다며 갑자기 쿡아일랜드
석양 사진을 투척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세계 3대 석양”
수준을 알려 드리는 거죠.
산토리니섬의 대표 마을인
피라는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엄청난 관광객들이 석양을
보겠다고 몰려들었죠.
값비싸 보이는 식당이나
카페중 석양 명당으로 소문난 곳은
이미 빈자리가 없었고,
알뜰한 여행자들은 거리에 서서
혹은 남의 영업 집 대문을
막아가면서 피라의
석양을 보겠다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는 해를 기다렸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피라의 석양을 그들이 카메라에,
기억에 담느라 바빴는데,
정작 나는 이곳의 석양에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설명이 될 듯..
“세계 3대 석양”치고는
너무 수수한 것 같기도 하고..
해가 조금씩 더 내려가면서
오렌지 빛이 물들기 시작했는데,
거리가 너무 먼 것인지
해가 콩알 만하게 보이니
그저 해가 지는구나 싶었죠.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그래도 오렌지 빛이 조금 더
짙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볼 때는 오렌지 빛이
희멀건 상태라 정말로
“해가 지는구나”외에
다른 건 느껴지 못했죠.
내가 너무 표현에
인색한가 싶기도 한데,
사실 저는 매일 걷는
우리동네 들판의 석양을
보면서도 감동할 때가 있거든요.
제가 감동하는 우리동네 석양은
나중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첫날은 피라에서
그저 덤덤하게 지는 해를 봤었고,
둘째 날은 선셋맛집이라는
이아 마을의 아무디 베이에서
봤습니다.
이아 마을의 바다 위에는
선셋투어를 온 보트들이
한가득이라 그 보트들 뒤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죠.
이아 마을은 석양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이아 마을의
식당이나 카페도 석양을
보는 관광객들이 넘쳤지만
아무디 베이어도 다양한 크기와
회사의 요트, 보트들이
석양맞이를 하느라
넘쳐나고 있었죠.
산토리니 6월의 해는
원래 이렇게 작은지 모르겠고,
해가 워낙 작게 보이니
당연히 해가 져도 바다 위로
반사되는 색은 희미하고
그걸 보는 나는 그냥
“해가 지네”입니다.
위에도 언급을 했지만,
그나마 사진으로 보니
오렌지 빛이 짙은 상태입니다.
실제로 보면 흐린 오렌지 빛이라
석양의 감동은 안 느껴지죠. ㅠㅠ
내가 이곳에 석양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니 다행이지,
정말 석양을 볼 목적으로 왔다면
성질나서 돌아가셨을 듯..ㅠㅠ
아무디 베이에서는 이 정도의
사진은 찍을 수 있습니다.
해가 점점 더 내려가면서
빛을 잃으면 콩알만해지지만,
아직 그 빛을 발하고
있을 때는 그래도 근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행지 해질녘
기념사진 정도는 건질 수 있죠.
다음 날은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라는
115유로짜리 선셋투어를
예약해서 배 위에서 보게 될
석양이라 아주 살짝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나 “해가 지네.”
같은 석양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을 하는데,
나만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
왜 이 동네 해는 우리 동네에서
보는 것보다 해가 더 작아
보이는 것인지..
산토리니의 석양은 별로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해가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쪽, 섬 뒤로 떨어져서 생각만큼
아름다운 석양이 아닐수도 있다고..”
그건 그렇다치고 콩알만한 해는
어떻게 설명이 되누?
다행히 선셋 투어는
선셋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영도 하고, 밥도 주고
거기에 음악까지 시끄럽게
틀어놔서는 먹은 거 소화될 만큼
궁디를 흔들 시간을 주니
선셋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본전을 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만,
그렇다고 남들 다 1인분 먹는데,
2인분을 먹지는 못합니다. ㅠㅠ
선셋투어를 가면 보트 위에서
이정도의 석양 사진은
건지실 수 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50명은
넘다보니 이것도 경쟁률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잠깐 자리가 비었을 때
얼른 뛰어가서 후딱 찍고
달려 나오는 순발력이 필요하죠.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동쪽이라 지는 해 대신에
이번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겠다고
아침 잠도 설쳐가며
바다로 나가봤습니다.
아침 해가 6시에 뜬다니
혹시나 해를 놓칠까 싶어서
새벽 5시 반부터 일어나서
부랴부랴 바다에 나가
떠오르는 해를 보기는 했는데..
역시나 “해가 너무 작다.”
아침 해 뒤로는 이른 아침에
산토리니로 들어오는
비행기도 보이고,
나름 아름다운 풍경이기는 한데,
해가 너무 작아서 그런지
그냥 “해가 뜬다.”
내 스마트폰이 꼬져서
사진이 이모양일수도 있지만,
내가 실제로 본 풍경도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그리 나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럼 내 눈도 꼬진건가??
이른 해를 보면서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했던 날은
스쿠터를 빌려서는 버스로
못 가는 곳을 열심히 다녔죠.
저녁에 스쿠터를 타고
석양을 보러 간 곳은
산토리니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엘리야 수도원”
이날도 수평선 뒤로 구름이
내려온 상태라 석양을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젤 높은 곳으로 놀라간 김에
그곳에 앉아서 지는 해를
봤습니다.
이곳의 석양이 감동을 주는
그런 종류는 아니란 걸
이미 몇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도 지는 해를
바라봤었죠.
바다 밑으로 해는 사라지고
석양도 멀건 색을 띈
풍경을 보면서
내가 남편에게 한말은..
“오늘 돈 주고 선셋투어
간 사람들 열 받겠다.
그나마 지는 해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우리가 선셋투어를 했던 날은
콩알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가 바다 뒤로 넘어가는
그 과정을 다 볼 수 있었는데,
구름이 낀 날은 그나마도
불가능하니 본전 생각이
절로 날 거 같았죠.
다음 날은 스쿠터를 타고
이아 마을과 피라 마을을 갔다가
숙소로 오는 도중에
블리차다의 베이에서
우연히 찾은 맛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지는
해를 봤습니다.
이날도 구름이
많이 내려온 상태라
수평선 뒤, 구름 속으로
해가 숨어버려 제대로
석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식사를 끝내고 마리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중이라
“오늘도 해가 지는 군”하면서
이 풍경을 지켜봤었죠.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석양은
이아 마을에서 피라마을까지
10km정도 하이킹을 하던 날,
이메로비글리 마을의
스카로스 (성 인지)바위 앞쪽에서!
산토리니에 가면 꼭
해야한다는 것이 바로
이 두 마을 사이를 걷는 것인데,
우리는 6월이라
그래도 괜찮았지만,
한여름에 이곳을 걷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글지도에서는 두 마을은
10km의 거리이고 걸으면
3시간이면 된다고 하지만,
여기저기 구경하고,
어슬렁 거리며,
중간에 쉬어가며 걷는
여행자들에게는
그 두배의 시간이 걸렸죠.
우리 같은 경우도
이아 마을에서
오후 4시에 출발했는데,
8시경에 이메로비글리
마을을 지나 스카로스 바위 쪽으로
나와서는 지는 해를
이곳에서 기다렸죠.
이아 마을이나 피라 마을은
석양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으로 넘쳐나니
그냥 한가한 스카로스 바위에서
석양을 보고 천천히
피라로 가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스카로스 바위 앞에 앉아서
석양을 보고는 슬슬 피라 마을로
가는 중에 본 풍경입니다.
해가 지고 나면
원래 바다 위에 멋지고
아름다운 색의
여운이 남아야 하는데,
해가 콩알만 해서 그런가
해가 지고 나면 남겨지는 석양도
없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죠.
사진 속에 좌측에 보이는
저 앞의 언덕이 바로
“스카로스 바위”입니다.
전에 건물이 있었던
폐허들과 이런저런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기는 한데,
해가 지고 있는 중이고,
우리는 이곳에서 석양만
볼 예정이라 이번에는
그냥 눈 꾹 감고 지나치기.
마지막 날은 저녁 9시가 넘어서
출국을 하니 공항에서
지는 해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하다보니 이미 어두운 상태라
마지막 날 석양은 보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왔죠.
이쯤 되면 “남들은 아름답고,
평생 잊지못할 산토리니
석양”이라고 하는데,
왜 당신은 실망스럽다 말하냐!”고
따지실 분도 있을 거 같습니다.
나는 실망한 산토리니의
석양을 보고 눈물 뚝뚝 흘리면서
감동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이곳의 석양은 각자의
입맛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 3대 석양’이라는
산토리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을 나는 일상을 살고있는
요즘 저녁에 운동 삼아 도는
들판 한바퀴에서 가끔씩 느끼죠.
매일 석양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유난히 더웠던 날이나,
흐렸던 날, 혹은
전혀 기대를 하지않고
나갔던 들판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면 황홀 해집니다.
나에게는 산토리니가 아닌
우리동네 들판이
“세계 3대 석양”이
되는 순간이거든요.
우리 동네는 근처에는
호수도 없어서 해는 저멀리
보이는 산 뒤로 사라지지만,
해가 사라진 후에 하늘에
물드는 노을 빛을 보면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산토리니의 석양이 생각했던,
아니 그곳에 가기 전에는
그곳의 석양이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으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었고,
기대하지 않았으니
사실 실망할 것도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네요.
제가 이런 포스팅을 했지만
산토리니가 절대
실망스러운 곳은 아닙니다.
눈부시게 하얀 건물 사이로
교회의 파란 건물이 이색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네라
한 번 정도는 충분히
가 볼만한 가치가 있죠.
우리는 이곳에서
7박이나 했었지만,
그렇다고 산토리니 완전
정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곳을 짧게 다녀온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섬을 돌아봤고,
우리만의 현지인 맛집을
찾은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다음 번에도
기회가 되면 또 산토리니를
가지 싶습니다.
다음 번에 보게 될 석양은
콩알이 아닌 세숫대야만해서
넘실대는 바다 위로 진하게
반사된 저녁 노을에 혹시 내가
감동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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