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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는 시아버지 점심 식사

by 프라우지니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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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사는 시부모님과는

그저 이웃같이 지냈었습니다.

 

시부모님이 옆집에 산다고 해도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가지도 않고,

마당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라,

마당에서 만나지 못하면 며칠씩

얼굴을 못볼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사는 가족이라

각자의 끼니는 알아서 해결하고 살았었는데,

시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었죠.

 

시아버지가 내 남편처럼 요리도 알아서

해결하는 남자형이면 좋았으련만..

 

아빠는 한평생 엄마가 해 주시는

요리만 먹고 사신 분이시죠.

 

 

 

솔직히 말하면 진상 남편이십니다.

 

마누라가 해준 요리를 먹으면서

맛있다는 말은 한번도 하지않고,

음식의 모자란 점만 지적하는 남편이죠.

 

말 한마디로 천냥을 갚을 수도 있는데,

말 한마디로 그동안 쌓아놓은 것을

홀라당 까먹어버리는

스타일의 남편입니다.ㅠㅠ

 

마누라의 요리를 타박하려면

스스로 요리를 하던가..

 

요리도 못하시면서 엄마의 맛있는

요리를 타박이나 하시는 시아버지!

 

아빠가 하실 수 있는 요리라고

자부하시는 것이 &에그”.

 

달걀프라이에 햄 넣으면 완성되는

아주 간단한 요리만 가능하시죠.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신 10일동안

아무도 네가 챙겨라!”하지는 않았지만,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점심은

마눌된 도리로도 당연히 하는 일이니,

옆집에 요리 못하시는 시아버지까지

챙기게 되었죠.

 

이곳의 며느리들은 시부모라고 해도

네 부모지, 내 부모냐?”하는 문화라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요리 못하는 시아버지를 챙기지는 않습니다.

 

 

 

요리를 못해도 햄, 치즈나 빵을 먹으면 되고,

정 요리가 먹고 싶으면 슈퍼마켓 냉동 코너에 

해동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수두룩 빽빽하죠.|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병원에 계신 동안만 시

아버지의 끼니를 살짝 챙겼던 것인데..

 

https://jinny1970.tistory.com/3577

 

가정주부만 아는 스트레스, 한끼 식사

내가 “오늘은 뭘 해먹지?” 혹은 “오늘은 어떤걸 뭐 먹고 싶어?” 하면 남편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아무거나 해!” 속 시원하게 어떤걸 먹고 싶다고 그냥 말을 하면 요리를 하기 수월 하건

jinny1970.tistory.com

 

 

퇴원 후 집에 계셨던 시어머니가

3주간의 재활훈련을 가시면서 또 다시

시아버지의 점심을 책임지게 된 며느리.

 

한 번, 두 번 해드리다 보니 이제는

당연하게 며느리가 해 드리는

점심을 기다리시는 아빠.

 

처음에는 드실래요?”나도 먹을 거 있다.”

하시며 약간 사양을 하시는 듯 했었는데,

 

이제는 드실래요?”하면

하시는 시아버지.

 

 

 

이럴 때 감사한 것이 냉동고에

넣어뒀던 대량 생산 음식들.

 

간고기 2kg 사다가 만들어줬던

볼로네제 소스로 파스타를 해서

하루 해결 했었고!

 

 

 

냉동 해 놨던 라자냐를 해동해서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은 냉동 해놨던 것을 이용한다고

사이드로 나가는 샐러드가 매번 같으면

안되니 다른 야채들을 모아서 조합하기!

 

냉동실에는 딱 2인분씩 냉동을 해놨었는데,

내 몫을 시아버지께 양보하니

점심을 두 남자에게 주고 나면

나는 먹을 것이 없는 상황. ㅠㅠ

 

 

 

그렇게 점심 준비를 한다고

부산을 떨어서 두 남자에게 갖다 주고

난 후에 내가 먹은 건  오늘의 요리”하고는

거리가 먼 음식들이었죠.

 

나는 잡곡밥에 김치찌개에

호두, 멸치볶음까지 건강에 좋은 것만 먹는다

위안을 해보지만, 사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먹는 한 끼죠. ㅠㅠ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해다 드리는

점심을 즐기시는 듯이 보였습니다.

 

시부모님께 햄버거는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음식.

 

패스트푸드점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햄버거인데, 며느리는 이렇게 근사한

햄버거도 점심으로 갖다 줍니다.

 

패티가 워낙 뚱뚱해서 도저히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없는 버거지만,

그래도 일단 햄버거!

 

시아버지께 점심을 해다

드리는 날이 늘어날수록 며느리의

부담감은 더 커집니다.

 

오늘 슈니첼 하는데 드실래요?”

그래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점심을 해 드린다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시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며느리가 밥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신 걸까요?

 

시어머니는 식비를 아끼시려고

고기 대신에 야채나

밀가루 요리를 많이 하시는데,

 

며느리는 항상 고기는 기본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는 요리를 하니

아빠가 더 만족하시는 거 같기도 하고..

 

 

 

다음날 근무가 있으면 전날은 다음 날

드실 수 있게 음식을 더 넉넉하게 드렸죠.

 

고기 1kg 사다가 두드리고,

펴서 다 튀긴 다음에 시아버지 접시에는

슈니첼 한 덩이 추가.

 

요새는 집에 있는 것이 무섭습니다. ㅠㅠ

 

아침에 일어나서 장보고 온 후에

요리해서 두 남자 갖다 주고,

설거지하고 나면 오후 2.

정말로 하루가 다 간거 같은 느낌이죠.

 

남편은 돈 버느라 하루를 보내는데,

나는 무보수로 두 남자의 끼니를 만들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짜증도 납니다. ㅠㅠ

 

남편도 마눌이 아빠까지 챙겨주니

고마워하는 거 같기는 한데,

이런 날이 길어지니 마눌의 눈치를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요새는 아빠가 내가 해 드리는 점심을

당연한 듯이 받으시는 거 같아.

그냥 하루 이틀 건너뛰어 볼까?”

 

그러던가

 

이건 말뿐인거죠.

정말로 아빠의 점심을 건너뛰면

남편도 섭섭할 겁니다.

 

 

 

오늘은 아침에 요양원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들리고, 방사선과에 들려서

진료 받은 후에 집에 오면서

닭한마리를 사 들고 왔습니다.

 

양념 대충 문질려서

오븐에 2시간 넣어놓으면 되죠.

 

아침에 나가면서 마당에 있는

아빠와 마주치며 인사를 했고,

장봐서 들어오면서 아빠를 마당에서

또 봤는데, 날 쳐다보시는 아빠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아빠의 마음이 보였거든요.

 

며느리가 장을 봐왔구나.

오늘은 뭘 한다고 할까?”

 

아빠가 뭘 원하시는지 알고 있으니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오늘의 구운 닭은 점심시간인

12시가 넘어서야 완성이 됐고,

오늘은 샐러드도 건너뛰었습니다.

 

닭다리 하나는 남편의 점심으로 갖다 주고,

나머지 닭다리는 시아버지 접시에 담은 다음에

시아버지께 점심 드시겠냐?”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십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니 아빠의 차가

마당에 들어오길래 창문을 열고

아빠께 여쭤봤죠.

 

아빠, 닭 구웠는데 드실래요?”

 

그래

 

대답을 하시니 닭다리 하나는 아빠께 배달.

 

 

 

요리를 갖다 드려도

고맙다, 맛있게 잘 먹었다.”

는 말은 잘 안하시니 솔직히 요새는

짜증도 나고 후회가 듭니다.

 

애초에 점심을 갖다 드리지 말 걸

 

생활비 분담을 하시는 시부모님 댁의

식비는 시어머니가 책임을 지십니다.

 

아들네도 식비도 며느리가 책임지고 있다

생각하실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며느리가 해 드린 점심 한끼

재료비도 생각해보셨을만한데..

 

네 엄마 없는 동안에 네가

내 점심을 챙겨줘서 내가 너무 고맙다

며느리 에게 용돈(재료비)를 챙겨줄주실만도 한데..

 

(사실 돈보다는 내가 해드린 음식에 대한

시아버지의 마음이 보고 싶은 거죠.)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요리가

공짜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평소에도 내 요리에 대한 감사함따위는

표현을 안 하시는 시아버지께 오늘은

요리에 대해서 살짝 여쭤봤습니다.

 

테오가 오늘 닭 구이는 조금 짜게

간이 되었다고 하던데..

 아빠도 짰어요?”

 

나는 후딱 먹느라 짜다고 못 느꼈다.”

 

역시나 접대용 멘트인

나는 맛있게 잘 먹었다가 아니라,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맛이야 뭐…”

시아버지다운 멘트십니다. ㅠㅠ

 

 

 

근무가 없어서 집에 있다고 해도

사실 남편을 위해 매일

요리를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내가 귀찮을 때는 건너뛰고,

남편이 알아서 찾아 먹을 때도 있었는데..

아빠의 끼니까지 챙기는 요즘

저는 매일 요리를 하고 있죠.

 

엄마가 오시려면 앞으로

9일이나 남았습니다.

 

그중 3일은 근무가 있으니

집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머지 6일은 내 안의 나와

갈등을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마음이 아니라면

시아버지께 요리를 해 드리지

않는 것이 맞는데..

 

매일 점심때만 되면

며느리의 음식을 기다리시니

모른 척하기도 힘든 요즘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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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이 점심메뉴에 나왔던 볼로네제 소스와

라자냐를 만들었던 날의 장보기 영상입니다.

 

https://youtu.be/PqoZgfOdE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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