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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20유로짜리 부부싸움

by 프라우지니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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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20년 만난 마눌보다

더 오래된 여사친이 있습니다.

 

사실 여사친이라고까지 할 사이는 아니지만,

20대 후반에 만난 사이라고 하니 햇수로 따지면

마눌보다 훨씬 더 오래된 사이죠.

 

해마다 일본의 풍경이 담긴 달력에

소소한 초콜릿을 보내오는 그녀에게

남편 또한 이곳의 달력과 초콜릿을 보내줍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67

 

남편의 일본인 그녀!

올해도 그녀가 보낸 우편물이 12월이 오기 전에 벌써 도착했습니다. 해마다 보내오는 우편물! 그녀는 해마다 정성스럽게 예쁜 우표들을 붙어서 보내옵니다. 아무래 생각해도 정성이라고 밖에

jinny1970.tistory.com

 

 

 

평소에는 연락을 안하고 살다가

일년에 딱 한번, 서로에게 달력을

보내주는 사이지만 이것이 20년을넘긴 것도

그들의 국민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다른 듯 닮은 일본과 오스트리아의 국민성이죠.

 

혼네와 다테마에

 

구글애서 검색

 

마음은 안 그런데 겉으로는

아닌 척, 다 괜찮은 척, 모든 것을

용서하는 척 하는 거죠.

 

한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걸 찾아보자면

충청도 사람들의 체면

 

체면상 먹고 싶은데 사양하고,

받고 싶은데 거절하고..

뭐 이런 종류죠.

 

오스트리아에서도 본심을 제대로

대놓고 밝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이고, 내 옆의 남편이나

시어머니도 본심을 숨기는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사람입니다.

 

본심을 숨기는 것이 나쁜 건 아닌데

가끔은 그들의 행동에서 가식이 보이죠.

 

 

 

올해도 남편은 일본인 그녀에게

보낼 달력을 샀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찍은 오스트리아의

사계절을 달력으로 제작하려는 듯이

모든 풍경사진들을 확인 하는듯 했는데,

거기에 내가 찍힌 사진들도 있었죠.

 

내 모습이 들어간 풍경 사진이라니

한국에 있는 울 언니에게도 보냈음

하는 마음에 이왕에 달력을 주문하려면

2개를 하라고 했더니 남편이 했던 말.

 

당신 달력은 당신이 직접 주문해.”

 

남편은 항상 이런 식이죠.

 

이왕에 하는 주문 2개 해서

한국에 있는 처형한테도 마눌 몰래

하나 보내줬다면 마눌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텐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을

몰라도 전혀 모르는 남편.

 

너도 직접 달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진 고르고, 디자인 골라서 주문하라

말에 남편이 달력을 주문하는 사이트를

살짝 보니 쪼매 어려웠습니다.

 

사진만 고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어떻게 세팅할 지와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의 날짜(숫자)

고르는 것도 단순하지 않는 홈페이지.

 

남편 옆에서 잠깐 지켜 보다가는

그냥 돌아섰었죠

 

그리곤 잊었습니다.

 

남편이 쇼핑몰에 있는 서점에

찾을 것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남편은 자신의 사진을 넣어서

달력을 주문제작하는 대신에

점에서 나오는 달력을 주문 했었나 봅니다.

 

그걸 찾으러 가는데 마눌과 함께 간 거죠.

 

 

 

달력을 찾아 오는 과정에

마눌이 폭발했습니다.

 

남편이 혼자 조용히 갔다 왔다면

마눌이 몰랐을테고 그랬다면 조용히

넘어갔을 일인데 괜히 마눌을 데리고

갔다가 날벼락을 맞은 거죠.

 

너는 인간이 왜 그러니?”


 

이왕에 오스트리아의 멋진 풍경이

담긴 달력을 사면서 네 일본인 친구만

생각이 나고 한국에 있는

처형은 생각이 안 나디?”

 

“….”

 

내가 네 식구에게 얼마나 잘하는데,

도대체 넌 내 식구한테 해준 게 뭐냐?”

 

(남편도 잘 압니다.

마눌이 자기 부모님과 시누이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또 노력도 한다는 걸)

 

”…”

 

울 언니한테 놀러가면

고급스런 호텔도 잡아주고,

밥도 사주고 심지어 용돈까지 주는데,

넌 도대체 왜 그러니?

20유로짜리 달력 값이 아깝디?”

 

http://jinny1970.tistory.com/2025

 

남편이 놀란 한국인 처형의 선물, 용돈

이제 필리핀으로 갈 준비를 하다 보니.. 지난 2014년에 필리핀에서 있었던 일들 중에 "포스팅 해야지.." 해 놓고 못했던 것들이 있어, 이제 슬슬 그때의 일들을 몇 회에 걸쳐서 해 볼 생각입니다.

jinny1970.tistory.com

 

 

인생은 기브엔 테이크이건만,

그건 일본인 친구에게는 해당이 되고,

아낌없이 돈도 주고 사랑도 퍼주는

한국인 처형 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것인지..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뭘 보낸다고

할 때마다 남편이 했던 말.

 

뭘 번거롭게 보내, 한국에서 다 있을 텐데,

그냥 소액 계좌이체를 해!”

 

정말 욕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G, 울 언니가 돈이 없어서 소액을 보내냐?

여기서 물건을 사서 포장하고

보내는 것도 정성이고 사랑인데,

그런 거 생략하고 달랑

선물 값을 보내라고?”

 

국제 우편이라 배송료가 비싸니

차라리 그 돈(배송료)까지 보내서

한국에서 뭘 더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 일수도 있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꽤나 섭섭한 말입니다.

 

보통 명절 때는 아내의 집도

신경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국제결혼을 한 경우는 아내의 친정이

보이지 않으니 그냥 건너뛰기 일쑤죠.

 

평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매번 마눌은 가족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이번에는 제대로 꼬리를 잡혔습니다.

 

한국에 물건을 보낸다고 하면

그냥 돈으로 보내라등의

잔소리만 쏟아내는 남편이라

한국에 물건을 보내도 남편 몰래

조용히 보내곤 했었는데,

처형을 위해서 달력 하나도 추가로

주문하지 않는 남편이 괘씸하고

또 괘씸했던 날.

 

뿔난 마눌을 다룰 줄 아는 남편은

꼬리를 내리고는 다 잘못했다고

지금이라도 달력을 주문하면

자기가 돈을 낸다고 하는데,

 

지금 마눌에게 그깟 달력 값이

중요한 건 아니죠.

 

단돈 20유로짜리 달력 때문에

시작된 작은 다툼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눌의 화만 더 돋울 뿐입니다.

 

 

 

우리 식구가 자기를 얼마나 예뻐하고

또 뭐라도 챙겨주고, 보내주려고 하는데,

한국에서 뭔가를 보내왔다고 하면

감사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귀찮다는 듯이

반응하는 남편이 이번에는

심하게 재수가 없었습니다.

 

나 한국 갈 때 넌 따라오지 말고

그냥 여기에 있어. 혹시 한국에 와도

넌 방 얻어서 따로 자.

울 언니네 서 자는 건 꿈도 꾸지마!”

 

열 받은 김에 나중에 지키지도

못할 협박을 마구 해보지만,

남편은 화난 마눌을 달래는 중이라

전부 알았다고만 합니다.

 

사실 사람을 감동시키는데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닌데..

 

마눌이 화를 낸 이유가 단지 20유로짜리

달력 때문이라 생각한 남편은 달력만

사주면 마눌의 화가 풀릴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지만,

 

마눌이 화가 난 것은 20유로짜리 달력이 아닌

아내의 친정은 없는듯 염두에 두지 않는

남편의 마음이라는 걸 알 길이 없는 남편.

 

 네 가족은 네가 챙기고, 내 가족은

내가 챙기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며느리 된 입장이라 시부모님을

안 챙길 수 없는 것이

제 입장이기도하죠.

 

 

 

 다음에 한국에 물건을 보낼 때는

내가 돈을 낼께!” 하면서 마눌을 달랬지만..

 

마눌이 물건을 보낸다고 하면

어떤걸 보내는지 검열을 할 때고,

이거 빼라, 저거 빼라~”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을 테니 다음 번에도

저는 남편 모르게 또 물건을 보내겠죠.

 

달력 때문에 시작된 싸움이기는한데,

결과는 흐지부지가 됐고,

남편이 이번에 어떤걸 깨달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죠.

 

다음 번에도 이번같은 문제가

발생할테고, 그때도 남편은

무조건잘못했다하겠죠.

 

내가 큰 것을 바라는 건 아닌데..

 

가끔은 남편에게 너무 큰걸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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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남편과의 출퇴근길. 

싸울때도 있지만 서로를 챙기는 우리는 15년차 부부입니다.^^

 

https://youtu.be/B8jaobPUn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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