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별일이 없는 한 매일 쇼핑을 갑니다.
쇼핑이라고 해서 뭐 대단하게 가는 건 아니고,
배낭 메고 가뿐하게 동네 한 바퀴.
베낭메고 자전거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슈퍼마켓 두어 개를 둘러봅니다.
매일 점심을 싸가는 남편을 위해
과일/야채가 많이 필요하니 말이죠.
저는 유행에 별로 신경 안 쓰는 중년아낙인지라
옷 쇼핑이나 이런 건 잘 안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옷 쇼핑을 위해서 쇼핑몰에 가는 일도 없죠.
평소에는 쇼핑몰에 가도 슈퍼에 들렀다가
산책 삼아서 한 바퀴 둘러보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제가 간만에
하루 종일 “쇼핑”을 했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게 말이죠.
자! 이제부터 저의 하루쇼핑을 여러분께만 공개합니다.^^
쇼핑몰에 가도 슈퍼만 들렸다가 돌아오는데,
이 날은 쇼핑몰의 다른 쪽을 가야했습니다.
인터넷 주문을 하고 3주가 지나도 무소식인
외장하드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을 받았거든요.
4TB 외장하드를 저렴한 99유로에
특가상품 세일을 했었는데..
상점에는 이미 재고가 없는 상태라
인터넷 주문을 오래 기다린 끝에 받았습니다.
외장하드는 이미 3개나 있지만
다 1TB라 조금 더 용량이 큰 것이 필요했거든요.
여러 군데 복사 해 놓으면
더 확실하게 내 데이터를 지킬 수 있으니..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벼룩시장에서
한 달째 보기만 했던 노트북용 배낭도 샀습니다.
“몇 번만 사용한 노트북용 배낭 20유로 판매”
20유로에 판매하는 이 가방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새것은 40~50유로선, 중고는 30유로선.
갑자기 왜 노트북 배낭을 사냐구요?
이제는 내가 장볼 때 가지고 다니던 배낭과
안녕을 고할 시간이 됐거든요.
(사용 해 보니 일반 배낭보다
노트북 배낭의 사용하기 더 편합니다.)
처음 남편이 버리는 중고 노트북 배낭을 갖고
엄청 신나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2016.12.31 - [일상이야기] - 새로 생긴 내 가방
망가진 부분을 꿰매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2016년 12월이네요.
버릴 걸 고쳐서 1년 6개월 사용했으니
이제는 버릴 때도 됐기는 했네요.
출퇴근할 때 메고 다니면서
가방이 터져라 장을 보고,
그 외 자전거를 타게 되면
항상 이 배낭을 메고 다니면서
야채며 과일과 여러 가지 식료품을
지퍼가 터져라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니만...
이제는 닫아도 지퍼가
안 닫히는 부분이 생긴 상태입니다.
그래도 이걸 버리면 만만하게 메고
다닐 것이 없는지라 한동안 사용했었는데..
내가 페이스북 중고시장에서
눈여겨봤던 노트북 배낭.
몇 번 사용해서 거의 새것에
가깝다고 하고 가격도 반값인지라..
한 달 넘게 이 광고를 보고 있다가
살짝 문의를 넣었습니다.
“15유로에 가능?”
“가능, 택배비 5,80유로 별도”
15유로에 사는 중고배낭인데
택배비로 6유로를 내면 엄청 아까운거죠.
“만나서 상품교환 가능?
나 그 동네 쇼핑몰까지 자전거타고 갈 수 있는데..”
“Ok. 그럼 이따 오후 3시”
그래서 오후에 열나게 자전거 페달을 저어가면
집에서 30분 거리의 쇼핑몰에 갔습니다.
배낭을 파는 그 아낙이 사는 동네가 그 근처였거든요.
서너 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아낙을 쇼핑몰에서 만났습니다.
가방을 사기전에 이미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던지라
이 가방의 가격/품질은 알고..
만났으니 가방의 상태를 보면서 말을 걸어봤습니다.
“이 배낭은 노트북 살 때 같이 받은 건가 봐요?”
“네, 노트북을 집에서만 사용하는지라
이 배낭을 쓸 일이 없어서요.”
그녀의 말처럼 완전 “새 것 같다“는 약간의 뻥이었고,
중고치고는 나름 괜찮은 상태라..
15유로를 내고 노트북배낭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판매하는 광고에는 없었는데..
배낭 안에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이 따로 있었네요.
나름 기분 좋게 배낭을 둘러매고는
이 쇼핑몰에 가면 내가 자주 가던
가게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맘에 쏙 드는 신발을 봤습니다.
(저는 날 잡아 쇼핑하는 것보다 지나가다나
맘에 드는 것을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름에는 발에 땀이 차니
대부분을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지만,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저는
샌들보다는 운동화나 모카신을 신습니다.
운동화는 양말을 신어야 하지만,
모카신은 맨발로 신어도 되니
요새 모카신에 꽂혀서 매일 신고 다니거든요.
진남색을 제일 먼저 그리고 최근에
검정색 모카신을 샀었는데..
이번에 하얀색 모카신도 장만했습니다.
가죽 모카신 3총사입니다.
어떤 색의 옷차림을 해도 이 신발 3개면
대충 코디는 될 거 같습니다. (내 생각에^^)
그리고 쇼핑몰을 나오면서 심심해서 들어갔던 옷가게.
가게 전체에 세일한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서 “혹시나”해서 들어가 봤는데..
정가의 30%도 안 되는 가격에
옷을 2개나 건졌습니다.
여름이라고 해도 햇볕이
뜨거워 긴팔이 필요했던 차였는데..
디자인도 맘에 들고, 품질도 훌륭
거기에 가격도 내 스타일.
그래서 하얀 것과 진남색
두 가지를 골랐습니다.
하얀색은 오페라극장 갈 때
입어도 좋을 거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은
마눌이 벌이는 작은 패션쇼를 관람했습니다.
“남편, 이거 봐! 완전 괜찮지?
이건 저녁에 극장갈 때 입고 가려고!“이거 정가보다 완전 저렴하게 팔아서 얼른 업어왔어.
잘했지?”
그리고 이번에 알았습니다.
남편은 마눌 앞에서만 자신의 속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는 남자라는 것을.
쇼핑몰에 가면 홍보 차원으로 나눠주는 무료제품도
창피해서 못 가져오는 충청도 양반이
마눌이 15유로 주고 샀다는 중고배낭에 딴죽을 겁니다.
“원래 얼만데?”
“20유로.”
“그럼 절반인 10유로 내려 쳤어야지.”
“에이 그건 너무 한 거지.”
“당신이 10유로 했으면 그쪽에서 ‘그건 안 된다. 조금 더 줘’ 했을 거 아니야.”
“이왕에 살 것을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해.
그냥 적당히 깍는것이 좋지.”
남편은 5유로 더 줬다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거래이지만..
저는 만족스러운 거래였습니다.
딸아이와 (아이)옷가게로 들어가는
젊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15유로가 어떻게 쓰일지 알아서 그랬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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