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뉴질랜드로 가기 전에 남편이 마눌에게서 챙겨 받은 돈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길 위에 사는 2년 동안 발생하는 모든 경비는 다 남편이 부담하고, 마눌은 그 외 부분을 담당하기로 했었습니다. 남편이 부담스러워서 못하는 외식이나 관광 같은..

 

남편은 뉴질랜드 계좌가 있으니 남편이 마눌에게 유로를 달라고 했었죠.

그러면 뉴질랜드에서 마눌이 필요할 때마다 뉴질랜드 달러로 주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마눌이 남편에게 받아서 챙긴 돈은 3,000유로.

이 정도면 2년 동안 길 위에서 외식도 조금 여유롭게 하고, 구경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죠.

 

하지만 실제 생활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는 매번 변두리로만 돌아다니니 외식할 기회는 드물어지고...^^;

그나마 외식이라고 해봐야 5불짜리 피자에 피쉬엔칩스.

 

5불짜리 외식도 남편이 거절할 때가 더 많은지라 그나마 기회도 희박.

 

이래저래 내가 남편에게 맡겨놓은 돈을 쓸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부부간이라고 해도 남편의 성격상 금전 계산은 철저하게 합니다.

 

이제 길 위에 생활이 끝나가니 마눌에게 알려줍니다.

 

“당신이 나에게 맡긴 돈 3,000유로에서 당신이 가져간 돈 빼니 이정도 남았네.”

 

나도 일기장에 남편에게 받았던 돈을 적기는 하지만,

이렇게 엑셀파일로 만들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계획 철저한 남편답게 지난 2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남편에게 받아쓴 돈은 100불씩 9번이니 900불에,

남편에게 이런저런 조건으로 걸었던 잔돈 몇 항목.

 

남편이 마눌에게 돈을 건넸던 지역 이름까지 써놓으니 기억이 새롭습니다.

 

다 계산하니 저는 지난 2년 동안 남편에게 635,25유로를 받아썼네요.

남편에게 3,000유로를 맡겨놨었는데, 반도 쓰지 못했습니다.

 

다 남편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극 절약생활”이었습니다.

 

“남편, 평소에 마눌이 외식하자고 할 때 좀 따라오지 그랬어.

싸구려 5불짜리 피자 외식도 그리 거절을 하시더니만..

고마워! 당신이 마눌 돈을 심하게 아껴줘서!”

 

마눌이 비꼬듯 하는 말을 모를 리 없는 남편은 그냥 웃기만 합니다.

 

 

 

남편은 마눌이 출국하는데 공항에 함께 가는 대신에 버스표를 예약했습니다.

 

마눌이 집만 나서면 걱정이 산더미 같은 남편인데 마눌을 혼자 보낸다니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남편,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마눌이 출국하는데 공항까지 안 따라 온다고?”

“지금은 아직 이동할 생각이 없는데, 지금 오클랜드에 가면 머물 곳도 마땅치 않고..”

 

하긴 비수기에 투랑기이니 1박에 10불이 가능하지 이 지역을 떠나면 있을 수 없는 가격이기는 하죠.

 

“그래도 마눌이 간다는데 그러고 싶냐?

글고 마눌이 그 무거운 짐을 다 들고 어떻게 공항을 가?”

 

이렇게 투정을 부렸지만, 마눌도 혼자서 잘 하는 타입인지라 혼자서도 잘 다니죠.

 

그리고 마눌 때문에 남편이 투랑기에서 오클랜드 공항까지 6시간 넘게 운전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갈 때야 둘이 간다고 쳐도 마눌 보내놓고 혼자 다시 투랑기로 돌아오기 위해 남편이 장시간 운전하는 것도 애처로운 일이니 말이죠.

 

내 무거운 짐들은 투랑기에서 남편이 버스 아래에 실어주고,

오클랜드에 도착하면 기사가 짐을 꺼내주죠.

 

오클랜드에서 버스를 내리면 거기서 바로 공항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마눌 혼자 보내도 나름 안전한 길입니다.

 

물론 마눌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틈틈이 문자를 보내서 지금 어디쯤인지 알려줘야 하는 귀찮음이 있기는 하지만, 남편이 준비한 버스 덕에 혼자 편안하게 공항까지 갈수 있습니다.^^

 

꼼꼼한 남편의 성격 덕에 부부사이에 투명한 금전관계가 성립되는 거 같고,

마눌 배려하는 남편 덕에 마눌은 편안하게 뉴질랜드에서 마지막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편!

지난 2년동안 뉴질랜드 길위에서 우리가 지냈던 모든 날들이 당신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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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3.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