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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94-주인 많은 홀리데이파크, Hawke's Bay Holiday Park,

by 프라우지니 2018.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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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사는 우리 부부가 홀리데이파크를 찾아가는 경우는 두 경우입니다.

첵인 하는 시간도 판이하게 다르고, 찾아가는 목적도 다르죠.

 

(보통은 첵아웃하는 시간인) 이른 오전에 첵인 하는 경우,

 

노숙을 며칠한지라 밀린 빨래를 해서 널어 말려야하고,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아야 하고,

전기도 충전하고 물도 보충하고 등등과 더불어...

 

다음 노숙 때 쉽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하기도 하고,

잡은 송어나 쇼핑한 육류 등을 홀리데이파크의 냉동실에 얼려서 앞으로의 3박 4일을 대비하죠.

 

꽁꽁 얼린 고기 같은 경우 냉장고의 젤 아래 넣어놓으면 3일 정도는 괜찮거든요.

송어도 얼리면 이틀까지는 괘 단단하게 얼어있습니다.

 

 

주위가 어둑해져서 첵인 하는 경우,

 

이 경우는 노숙해도 되고, 노숙할 곳이 없으면 달리다가 홀리데이파크로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보통 저녁 8~9시 정도에 첵인을 하죠. 이때는 잠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빨래도, 샤워도, 요리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혹스베이 홀리데이파크가 후자의 경우인 늦은 첵인입니다.

 

에스크데일에서 네이피어는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이지만...

 

하루 종일 에스크강의 여기저기서 시간을 보내고, 달리는 길에 만난 뉴질랜드 노란색 슈퍼마켓, Pak&Save 팍엔세이브에서 장도 보고,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사온 것 중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잠잘곳을 찾아서 달리다가 우리 눈에 딱 들어온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이곳을 치니 이렇게 3D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앞쪽에는 기존에 살고계신 분들(?)의 캠핑카가 주차되어있고,

우리같이 하루 묵어가는 뜨내기 관광객들인 뒤쪽에 널따란 공터로 안내 받습니다.

 

1박에 34불이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대도시인 네이피어 근처이다 보니 아무래도 변두리에 비해서 쪼매 비쌉니다.

그래도 34불에 전기도 쓸 수 있다니 그냥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대도시에 가까울수록 길거리 노숙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단돈 34불 일찌감치 하늘나라로 직행 할 수도 있으니 아끼지 말아야 할 숙박비입니다.

 

 

 

이곳은 일반 손님들을 받는 그런 홀리데이파크는 아닙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이곳에 꾸며놓은 것들을 보면 구분이 됩니다.

 

캠핑버스 옆으로 연결된 저 나무마루나 테이블 그리고 옆으로 심어놓은 나무들.

일반 캠핑장에서는 볼 수 없는 "내 집"의 흔적인거죠.

 

 

 

일명 "장기 캠핑"이라고 불리는 시설들입니다.

캠핑카 옆에 천막으로 주방이나 거실을 만들고는 이곳에 사는 거죠.

 

유럽 같은 경우도 호숫가나 바닷가의 캠핑장에 연단위로 계약을 하면서 이런 시설을 해놓은 캠핑카들이 꽤 있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라면 "별장"정도로 생각하고 주말이나 휴가 때마다 오는 거죠.

 

 

 

뉴질랜드에 그런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버스캠핑카로 항상 떠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땅을 사서 함께 삽니다.

 

어차피 있는 땅이고, 어차피 있는 캠핑장 시설이니 영업신고를 한 후에 손님을 받으면서 생기는 이익으로 캠핑장 시설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세금들을 내면되니 이분들에게는 꽤 괜찮은 장사입니다.

 

물론 이곳의 거주민들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수도 있고,

이곳에 당신들의 지분이 있는 한 다시 돌아올 집 같은 곳인 거죠.

 

여기서 잠깐!

뉴질랜드는 연세가 드셔서 은퇴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집을 팔고는 그 돈으로 버스를 사서 개조한 후에 버스캠핑카로 전국을 떠돌며 사십니다.

 

물론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집을 팔지 않고 여행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여유가 안 되시는 분들은 집을 팔아야 하는 거죠.

 

"왜 집을 팔고 여행을 하세요?"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 같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제가 많이 들었던 대답은..

 

"젊었을 때는 사는 것이 바빠서 내 나라 구경도 못하고 살았어. 이제는 일을 안 해도 연금이 나오니 집 팔고 그 돈으로 버스사서는 내가 못 본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보려고.."

 

듣기에는 참 낭만적이고 좋아 보이지만..

집을 팔고 나면 이분들은 집시가 됩니다.

 

자식들 집에 가도 주차장에 차대고는 거기서 주무시고,

집이 없으니 버스를 주차할 곳도 없습니다.

 

뉴질랜드 여행도 날씨가 좋은 봄에서 가을, 길면 6개월 정도이니, 나머지 6개월은 한 곳에서 겨울은 나야하는데, 한겨울 버스 안에 그리 살기 녹녹한 곳은 아닙니다.^^;

 

 

 

눈치 삼백단인 마눌이 이 캠핑장에 들어서면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여기 집시 어르신들이 모여사시는 거 같아.

주차된 캠핑카 주변으로 잘 보면 당신들 집 꾸미듯이 해놓으셨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부부가 주방에 들어서니 이 동네(?) 할매들이 한 두분 들어오셨습니다.

새로 여행객이 왔으니 구경 오신 거죠.^^

 

 

 

이 캠핑장은 따로 야채를 심을만한 공간을 못 봤는데..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포도와 토마토.

 

"help yourself 헬프 유어셀프"

 

아시죠? 공짜니 먹으라는 이야기죠.^^

 

여기 사시는 어느 분이 화분에 키운 토마토를 이곳에 갖다놓으셨습니다.

하룻밤 머물고 가는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로 말이죠.

 

 

 

이곳이 일반 홀리데이파크와 틀린 점을 샤워 실에서도 만났습니다.

 

보통의 홀리데이파크는 샤워 실이건 화장실이건 남녀 구분을 해 놓는데,

이곳은 남녀가 함께 샤워 실을 사용하고, 샤워 후에 몸무게까지 잴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매일 몸무게를 확인해야 하는 어르신 중에 한 분이 가지고 다니시기 번거로우니 갖다놓으신듯 한데, 덕분에 저희부부도 간만에 몸무게를 확인했습니다.^^

 

늘그막에 하는 집시생활이 생각보다는 더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함께 모여 살면서 겨울도 함께 나시는 걸 보니 참 좋아보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전부 "내 것"이라고 생각하시니 오가시면서 한 번 더 닦고, 더 쓸고 하는지라 작지만 참 깨끗하고 정겨운 곳, 혹스베이 홀리데이파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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