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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어쩔수 없는 나의 오지랖,

by 프라우지니 2017.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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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년 만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3년 전 카리타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녔던 Maiz에서 만났었죠.

 

Maiz에서 배운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6개월 동안 독일어나 배우자 하는 마음에 다녔던 곳입니다.

 

마이스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18

지금은 Maiz 교육중

 

거기서 만난 나와 동갑내기 2명중 한명입니다.

 

Maiz의 강의가 끝나기 전에 저는 카리타스 학교에 입학을 하느라 나왔지만, 나와 동갑이던 태국아낙(대졸), 티키와 아르헨티나 아낙인 마리아는 “중학교 과정”을 배우겠다고 했었습니다.

 

태국에서 미대를 나왔지만 독일어가 유난히 어눌했던 티키는 독일어를 배울 생각으로 오스트리아 (무료) 중등과정에 등록을 했고, 아르헨티나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마리아는 오스트리아에서 학력을 만들려고 중등과정을 등록한다고 했었습니다.

 

출신국도 다르고, 학력도 다른 두 아낙은 그렇게 오스트리아의 중학교과정을 1년 동안 다녔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두 사람 다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로 소식이 없었던 2년 동안 저는 카리타스 학교를 졸업해서 “요양보호사”가 되었고,

그녀 또한 중학교 과정을 1년 동안 잘 마쳤고, Heimhilfe 하임힐페(도우미) 직업교육을 받으려고 시도는 했었지만 입학시험에 떨어져서 아직도 (불법)청소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임힐페는 일종의 가정도우미로 이론200시간/실습 200시간의 소정의 시간을 마치면 요양원이나 일반가정의 “(살림)도우미”로 취직이 가능한 나름 전문직종입니다.

 

하임힐페 입학시험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그녀의 독일어나 일반상식 수준이 조금 빈약했던 모양입니다.

 

 

채식을 한다던 그녀와 함께 먹은 슈니츨과 샐러드

 

간만에 만나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또 할 말도 많았습니다.

 

전에 그녀의 남편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본 나에게 “전직이 선생님이냐?”고 했던 직업이 정말 선생님이었죠.^^;

 

이제는 거의 3년 전이 되가는 그때 만났던 마리아는 정보가 아주 많이 부족한 아낙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항상 웃고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귀고 싶은 아낙이었죠.

 

오래전 그녀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67

남편도 안 가르쳐주는 정보

 

오스트리아에서 남자들의 정년퇴직은 65세인데,

이제 환갑을 거의 넘긴 그녀의 남편이 벌써 은퇴했다는 소식에는 조금 황당했습니다.

 

보통 환갑 전에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어야 은퇴 연금으로 사는 것이 수월한데,

월세를 내고 사는 환경에 은퇴라..^^;

 

“아니, 너 남편 올해 61세 아니야? 원래 65세가 정년이잖아.”

“번 아웃 증후군으로 거의 1년 동안 일을 못하고 병가상태였는데, 이번에 은퇴하게 됐어.”

“그럼 네 남편은 요새 집에만 있어?”

“응, 자기 방에 짱 박혀서 지내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이번에는 미국에 2달 동안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난 안 간다고 혼자 가라고 했어.”

“남편이 정상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인데 마눌인 네가 같이 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난 여기서 일(청소)도 다녀야 하고.”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청소일이 2달 후에 다시 온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남편 옆에서 남편을 지켜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너희가 사는 집 월세가 900유로 아니었어?”

“맞아, 아직도 내고 있어.”

“네 남편은 시부모님께 물려받은 집이 없어?”

“시부모님 집은 막내도련님한테 물려주기로 했다나봐.”

“그럼 너 남편 은퇴연금 받아서 그걸로 월세내고 살아야겠네.”

“그렇지.”

“그럼 월세가 부담이 되겠다.”

“응?”

“보통 공무원이면 손에 쥐는 연금이 월 1500유로라고 쳐도 월세 900유로내면 남는 것이 별로 없잖아. 이런 이야기는 남편이랑 안 해?”

“우리는 그런 이야기 안 해. 집세랑 세금 같은 건 남편이 다 내고,

난 식료품비를 계산해서 딱 반만 내거든.”

 

내 집 마련이 한국 사람들만의 꿈인 줄 알았었는데, 전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내 집 마련”이 그들이 꿈이라는 걸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보고 알았습니다.

 

실제로 집 마련을 위해서 2세 계획까지 미루는 오스트리아 사람도 봤고,

최근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내 동료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린츠에서 50km떨어진 곳에 혼자 살기 아담한 크기의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50대 후반의 아낙.

나도 집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살짝 물어봤었습니다.

 

“네가 산 그런 아파트는 얼마면 사?”

“둘까지 살 수 있는 크기인데 6만 유로 정도 줬어.”

“전에는 어디서 살았는데?”

“전에는 린츠 근방에서 한 달에 700유로 월세를 내고 살았거든.”

“왜 그렇게 멀리 이사 갔어?”

“이제 은퇴하면 연금으로만 살아야 하는데, 월세내면서 사는 건 부담이 되지.

그래서 은퇴하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려고 노력했지.

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빛내서 샀는데, 이제 은행이자 많이 갚아가고 있어.”

“그럼 지금 이사 가서 이자내면서 살고 있는 그 집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나 돼?”

“지금은 이런저런 세금해서 한 달에 100유로 내고, 은행에 내는 이자랑 원금은 월세 사는 셈치고 갚아가고 있지. 10년 후에는 다 갚으니 그때는 정말로 내 집이 되는 거지.”

“그럼 10년 후에는 한 달에 100유로정도가 집에 관련된 지출로 나가게 되는 거네?”

“그치, 내 집에 없이 월세를 산다면 연금이라고 1200유로 받는다 치면 집세 700유로 내고 나머지 500유로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그런 처지가 될 뻔했지.”

 

오스트리아의 최저 연금은 760유로입니다.

 

만약이 이 연금을 받는 사람이 700유로짜리 월세를 산다면..

월세를 낸 나머지 60유로가 한 달 식료품가격이 되는 거죠.

 

물론 이런 열악한 환경이면 복지청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튼 연금을 타서 월세를 내고 산다는 건 힘든 환경입니다.

 

만나자마자 그녀 남편의 병 때문에 이른 퇴직, 그리고 아직도 월세를 내야하는 상황.

거기에 그녀는 아직도 불법으로 청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왕에 하는 일 등록된 업체에서 일하면 아파서 일을 못가도 돈이 나오고, 모든 보험같은것이 다 적용되니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난 괜찮아. 안 아프면 되지 뭐!”

 

전에는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이 좋아보였는데, 긍정도 초긍정이 되니 이것도 문제입니다.^^;

 

그녀와 집에서는 스페인어로 대화를 한다던 그녀의 오스트리아 남편.

정년퇴직을 하면 아르헨티나에 가서 사는 계획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제대로 취직해서 일을 하지 않아서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나오는 연금은 못 받거든요.

하지만 남편이 정년퇴직을 했음에도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오스트리아에서 살 예정이라고 합니다.

 

남편이 남미에 가서 살 계획을 세우면 남편 혼자 보낼꺼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그냥 이곳에서 살겠다고 말이죠.

 

이곳에 계속 살 계획이었음 아무도 없는 빈집만 찾아가서 청소를 하는 대신에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면서 사교성과 독일어 능력을 더 키우고,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면서 4대 보험도 제대로 냈어야 했는데, 그래야 나중에 연금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데...

 

갑자기 그녀의 미래가 걱정이 됩니다.^^;

오스트리아는 남편 혼자의 연금으로 부부가 사는 것이 조금 버거울 텐데..

 

우리 집의 경우도 평생 자영업을 하셨던 시아버지가 받으시는 연금액 900유로 남짓,

시어머니가 받으시는 최저 연금액 760유로입니다.

 

시어머니가 받으시는 금액이 없으셨다면 시아버지 연금으로 두 분이 사셔야 하는데, 집이 있어서 집세는 따로 안낸다고 쳐도 두 번이 900유로정도면 사실 살기는 빡빡한 상황이 되죠.

 

나 같은 경우는 남편이 결혼초기에 제대로 “계획”을 잡아준 경우죠.

 

“오스트리아는 15년 이상 일을 해야 최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그러니 당신은 일을 해!

당신이 일을 하는 이유는 연금보험 때문이야.

그러니 풀타임이 아닌 주 15~20시간 정도만 일을 해."

 

그렇게 얼마 안 되는 연금이라도 꾸준히 들어가면,

나중에 최저연금(2017년은 760유로 정도)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이래저래 따져보니 전 이미 5년 정도 연금보험을 납부한 상태입니다.^^

 -직업교육 받는 2년 동안에도 노동청에서 제 연금보험을 납부해줬거든요.^^)

 

오스트리아 정부는 연금보험의 금액에 상관없이 일단 15년 이상 일을 하면 최저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죠.

 

물론 월급 액이 많은 사람들은 높은 금액을 받겠지만, 저처럼 소일거리로 일을 해서 내는 연금보험 액수도 쥐꼬리만 한 인간들에게도 최저 연금은 지불합니다.^^

 

그녀를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그녀의 환경이 걱정이 되고, 그녀 남편의 건강이 걱정이 되고,

아무 계획도 없는 그녀의 미래가 걱정이 돼서 잔소리하는 잔소리만 하다가 헤어졌습니다.

 

원래 이러려고 그녀를 만난 것은 아니었는데..

오지랖이 지나쳐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이놈의 성격은 조금 고쳐야 하는디..

이 넘치는 오지랖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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