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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아직도 어려운 남편의 대화법

by 프라우지니 2017.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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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도 어느 정도 빠르고, 살아온 경험도 꽤 되는 아낙이고..

결혼 10년차임에도 남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끔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마눌이 뭔가를 조금 과하게 샀다 싶으면 남편에게 항상 듣는 말!

 

“이거 당신이 다 먹어.”

 

그래놓고도 살짝 맛을 보고 맛이 있으면 본인이 다 먹어치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맛이 없으면 마눌의 몫입니다. 샀다는 이유로 말이죠.^^;

 

슈퍼에 갔다가 양념된 립을 샀습니다.

 

조금 양이 많기는 했지만, 구워놓으면 식어도 먹을 수 있는지라,

항상 그렇듯이 “세일”에 눈이 멀어서 샀습니다.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립을 구워 놓으니..

배가 고픈 남편의 오자마자 앉아서 립을 먹는데..

먹으면서도 궁시렁 거리십니다.

 

“왜 이리 많이 구운 거야?”

“세일도 하고, 1kg짜리 포장이라 잘라내지도 못하니 들고 왔지.”

 

실컷 먹고도 남은 립을 보면서 주방을 벗어나며 남편이 하는 말.

 

“이거 당신이 다 먹어.”

 

오븐에 구웠다가 식혀놓은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임에도..

한번 먹고도 남은 분량을 산 마눌의 탓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마눌은 적당히, 남편은 실컷 먹고 남은 립은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당신이 다 먹어.” 했으니 마눌이 책임지고 다 먹어야 하는 거죠.^^;

 

다음 날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고..

남은 립을 보면 남편이 또 잔소리를 할 거 같아서..

마눌은 주방에서 열심히 식은 립을 먹어치웠습니다.

 

마눌 혼자 먹기에는 과한 분량이었지만, 남편의 잔소리는 듣기 싫은지라..

남은 것을 열심히 먹어치웠습니다.

 

남편은 평소에는 입을 다물고 사는 인간인데..

마눌만 보면 왠 잔소리가 그리 늘어지는 것인지...^^;

 

“수다스러운 동네아낙“ 은 저리가라 수준인지라...^^;

왠만하면 안 듣고 싶어서리 남편에게 “먹을래?”는 하지 않았었죠.

 

“먹을래?” 했다가는 남편의 잔소리 폭탄을 맞을까 봐서리...^^;

 

혼자서 꾸역꾸역 다 먹어 치우고 나니 주방에 등장하신 남편!

냉장고를 열더니만 뭔가를 찾습니다.

 

“뭐 찾아?”

“응?”

“뭐 찾냐고?”

“어제 먹다가 남은 립.”

“그거 내가 방금 다 먹었는데?”

“왜?”

“어제 당신이 나보고 다 먹으라며?”

“....”

 

한 번에 다 못 먹을 분량임에도 남편의 잔소리가 두려워서 배를 두드려 가면서 다 먹어치웠건만..

 

어제는 마눌보고 “다 먹어”라고 해놓고 오늘은 어찌 립을 찾으시는 것인지..

 

나눠먹었음 적당했을 분량이건만 혼자 다 먹어치워서 마눌은 배가 부른데,

배 고파서 먹을 것을 찾은 남편의 반응을 보니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인간아, 그러게 말을 왜 그렇게 했어?”

“.....”

“어제 나보고 남은 건 다 먹으라며? 왜 이렇게 많이 샀냐며?”

“....”

“다 안 먹어치우면 나보고 립 값 내라며?”

“....”

 

남편은 어제 자기가 한 말이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마눌을 쳐다봅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았을 때 나오는 남편의 반응이죠.

 

남편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마눌의 본분이거늘..

이번에 마눌은 개떡같이 알아들었습니다.^^;

 

얼마나 더 살아야 남편의 개떡 같은 말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으련지..

10년을 살아도 안되는 걸 보니 앞으로 10년은 더 연구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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