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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우리집 정치 이야기

by 프라우지니 201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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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우리 집은 한 지붕 두 정당이었습니다.

 

정당이야기만 나오면 시아버지가 언성을 높이시고 당신의 생각을 말씀 하셨습니다.

 

 

대통령 후보는 녹색당의 70대 경제학 교수님과 40대의 파란당 후보.

 

시아버지가 선택하신 파란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국인 적대당”

 

남편과 시누이가 선택한 녹색당은 외국인 우호당.

 

이때쯤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두 정당으로 나뉘어져있었습니다.

 

이때 신문에서 두 정당을 따르는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구분했는데..

그중에 가장 확실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학벌이 낮고 수입이 낮은 사람들은 파란당.

학벌이 높고 고수입의 사람들은 녹색당.

 

파란당에서 내세운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영세민(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 감면 에 물밀듯이 들이닥치는 (외국인)난민 금지“

 

외국인들 중에서도 아이들만 비엔나 소시지처럼 주렁주렁 낳아서 나라에서 주는 이런 저런 복지혜택으로만 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외국인들이 다 범법자는 아닌디..

 

고수입을 올리면서 월급의 4~50%를 나라에 세금으로 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가만히 있는데,

저수입으로 내는 세금도 코딱지 만한 서민들이 “왜 우리가 낸 세금을 외국인 복지에 쓰냐”고 합니다.

 

파란당에서 내세운 “외국인 적대”는 서민들 사이에 팽배 해 있었고,

시아버지 또한 그쪽 이였습니다.

 

한번은 시누이랑 다 앉아서 점심을 먹던 주말에 정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법대를 나와서 대학협회에서 법에 관한 일을 하는 시누이가,

두 대통령후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 파란당에서는 외국인들이 일은 안하고 아이만 주렁주렁 낳아서 복지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외국인만 그런 건 아니야. 오스트리아 청년들도 일은 안하고 노동청에서 주는 실업연금으로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 사람들은 오스트리아 사람이잖아.”

 

아빠가 이상하게 말씀하십니다.

오스트리아 사람은 낸 세금이 없어도 복지혜택을 받아도 당연하고, 외국인은 안 된다니.

 

이 말에 시누이가 발끈했습니다.

 

“아빠, 그런 아니지. 외국인에게는 안 되고, 내국인이 된다니.

어차피 둘 다 세금을 안 내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한쪽은 되고 한쪽은 안 된다는 거야?”

“그거야.. 세금을 내 사람들이 다 오스트리아 사람이니..

내가 평생 낸 세금을 외국인들이 놀고먹는데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지.”

“아빠 같은 서민이 평생 낸 세금은 사실 얼마 안돼. 실제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나나 오빠 같은 고수익자 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 나라가 지탱되는 거야.”

“....”

 

시누이는 70대의 경제학 교수님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제학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더 이 나라에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파란당의 40대는 개뿔도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저 “외국인 적대”를 무기로 서민들의 표를 끌어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대통령을 하게 되면 히틀러의 “나치시대”가 돌아온다고 독일의 신문에서 풍자만화도 나왔었죠.

 

시누이와 말씀하시는 도중에 아빠가 얼굴까지 벌개지시면서 “외국인이 이 나라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말씀하시는지라 외국인은 며늘이 발끈 했었습니다.

 

“ 아빠, 당신 며느리도 외국인이예요.”

“....”
“그리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이 나라에 악영향만 끼치는 건 아니죠.”

“....”

“우리 요양원에 있는 50대 청소부 아낙은 20대인 자기 며느리도 요양원 청소직으로 취직시켰어요.

 

정작 외국인인 나는 더 배워서 요양보호사가 되려고 공부중인데,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더 배울 생각은 없고, 평생 청소나 할 거면서 자기들보다 더 등급도 높고, 월급도 많이 받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더라구요.

 

이건 아니지 않나요? 외국인이라고 해도 성실하게 일하고, 배우면서 이 나라 사람들보다 세금도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구요.“
“물론 너 같은 외국인도 있지만, 와서 범죄만 저지르는 외국인도 있잖아.”

“아빠, 파란당이 대통령을 하게 되면 이 나라가 외국인이 살기에 위험한 나라가 될 거예요.”

“...”

 

우리 집을 2개의 정당으로 나눠서 토론하게 만들었던 대통령 선거는..

아주 소소한 차이로 다행히 녹색당의 70대 경제학 교수님이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지난번 선거를 지나면서..

나에게는 친절하신 시부모님이 외국인을 탐탁지 않게 생각 하신다는 것을 알게 습니다.

 

이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 중에는 이 나라에 악영향을 끼치는 범죄자 외국인들도 있지만,

당신들의 며느리처럼 성실하게 이날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외국인들이 더 많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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