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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며느리가 도와드리는 시어머니 숙제

by 프라우지니 20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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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한 달에 2번 “두뇌 운동” 강좌를 다니십니다.

 

몇 년째 다니시고 계신걸 봐서는 나름 재미도 있으신 거 같기도 합니다만,

저도 바쁜지라 시어머니가 다니시는 강좌에 대해서 여쭤보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시어머니가 강좌에서 한 거라고 가끔 이것저것 보여주시기는 하지만, 마음 놓고 그걸 보면서 시어머니와 대화할 여유가 학기 중에는 정말로 없었습니다.

 

같이 산다고 해도 어떤 날은 얼굴 한 번 안 보고 지나게 되는 날들도 꽤 많은 한 집 살이입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저희 건물로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시부모님이 가끔 저희 건물로 오십니다.

그래봤자 바로 옆이지만 말이죠.

 

한국의 “두뇌운동 강좌”에는 어떤 것들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하는, 시어머니가 배우시는 것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중에 시어머니 혼자서 해결이 못하신 것을 들고 오셨습니다.

 

모든 단어에 E I S 라는 스펠링을 뺀 부분이 다 빈 공간이고, 거기에 답을 찾아서 넣는 거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놓고 가신 종이를 디밀었습니다.

 

“엄마가 이거 놓고 가셨어. 다음번 시간에 가져가셔야 하는 숙제인데 다 못 푸셨대,

당신이 인터넷 검색해서 답 좀 찾아봐!”

 

남편 책상 위에 나둔 종이는 그 후 며칠 동안 그대로 있었습니다.

 

평소에 엄마 건강에 관한 거라면 바로 반응하는 남편 이였는데,

엄마 숙제는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엄마 다음 주에 강좌에 가셔야 하는데, 이거 가져가야 한다고!”

 

몇 번을 잔소리 해 봤지만 남편은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죠, 엄마 숙제는 주식처럼 돈이 벌리는(혹은 잃는) 중대한 일도 아니고,

남편이 하고 있는 웹사이트의 자료들을 업데이트 하는 것처럼 재미도 없죠.

 

그렇다고 해도 어찌 이리 엄마의 숙제는 무관심 할 수 있는 것인지..

엄마는 “아들”이라고 하면 어떤 일이 됐건 발 벗고 나서시는데...^^;

 

결국은 성질 급한 며느리가 나섰습니다.

남편처럼 모국어가 독일어는 아니지만, 일단 풀 수 있는데 까지 해 보자해서 말이죠.

 

인터넷 검색창에 설명글을 쳐서는 비슷한 단어가 나오는지를 찾았습니다.

 

검색창에 설명글을 치기 전에 제가 먼저 답을 발견한 것도 있습니다.^^

36번. Zirkulaion des Blutes im Koerper 몸의 혈액순환

 

이건 학교에서 줄기차게 배우는 것이니 바로 답이 나오죠!

KREISLAUF 크라이스라우프 (혈액)순환.

 

문제의 답을 거의 다 찾아서 시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엄마, 당신 아들은 이거 찾을 시간이 안 되서 제가 했어요.”

 

사실 시어머니가 도움을 청해온 사람은 남편이었죠.

 

똑똑한 아들이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줄 아셨겠지만..

무심한 아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인지라 며느리가 해야 했구요.^^;

 

사실 이때 며느리도 시험기간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시어머니가 강좌를 가실 날이 코앞이라 모른 체할 수가 없어서 시간을 쪼개서 해 드린걸 시어머니도 아시는지라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남편은 그 후 한동안 마눌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인간아~ 그러고 싶냐? 엄마가 항상 뭘 부탁하시는 것도 아닌데, 그러고 싶었어?”

 

 

“인간아~ 시험공부 하느라 바쁜 마눌이 엄마숙제를 하는데 니는 모른 체 하고 싶었냐?”

 

 

“인간아~ 그러지 마라, 엄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그러냐? 있을 때 잘해드려라!”

 

남편은 안 듣는 척 무관심하게 행동해도 다 새겨듣는 인간형인지라...

다음번에는 조금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곁에 사는 동안에는 시부모님이 우리를 필요로 하실 때 우리가 도움이 됐음 하는 것이 잠시 함께 살고 있는 며느리의 마음입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해 드릴 수 있었는데, 못 해 드려서 가슴 아픈 일”이 남편에게는 없었음 하는 마음에 하는 잔소리라는 걸 남편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안내 말씀드립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이 "인간아~"에 어떤 단어를 쓰시는지 문의를 하셨었는데...

 

제가 쓰는 "인간아" 에 해당하는 단어는 "Mensch"입니다.

사전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Mensch  (1) (종으로서의) 사람 ,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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