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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잠자리 쟁탈전

by 프라우지니 201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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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요양원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틀립니다.

 

3 교대하면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가 실습을 다니는 요양원은 하루 10시간 근무를 합니다. 점심시간 1시간까지 더하면, 저는 요양원에서 11시간을 머물게 됩니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어르신들 아침을 나눠드리고, 씻겨드리고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을 나눠드리고, 다 드신 점심 식기를 다 거둬드린 다음에는 직원들의 회의가 있습니다.

 

그 층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앉아서 어떤 어르신은 어떤 증상이 새로 생긴 것인지, 뭐 이런저런 밤새 일어난 일들이나 건강이 좋아진, 혹은 악화된 어르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치매를 가지고 계신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어떤 증상이 새로 생겼는지 (계속 악화되는 증상)를 기록하면서 이야기하는 회의를 마치고 나면 드디어 점심시간!

 

점심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어르신들 점심을 나눠드릴 때, 뭔가를 먹은 후라 점심시간 1시간은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되면 제가 달려가는 곳은 잠자기 위한 공간입니다.

 

직원들마다 쉬는(=자는) 공간이 다른지라, 서로가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실습생이여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잠을 잔답니다.

 

아침 6시부턴 부산하게 하루를 시작했으니, 점심시간인 오후 1시에는 내 몸을 조금 쉬어 줘야하고, 계속 서서 돌아다녔으니 다리로 몰려있는 피가 다시 온몸으로 돌 수 있게 누워서 보냅니다.

 

누워있는 1시간 동안 잠을 푹 자는 경우도 있지만, 잠이 안와서 몸을 몇 번 뒤척이다보면 훅~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중요한건 내가 누워있는 다는 것!^^

 

항상 점심시간 되기가 무섭게 달려가는 취침공간이 사실은 저만을 위한 공간은 절대 아니랍니다. 저 말고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10여명이고, 누군가 나보다 조금 더 먼저 그곳에 도착한다면..

제가 쉴 공간은 없게 되는거죠!^^

 

그래서 항상 1시가 되기가 무섭게 뛰어갔었는데..

두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는 내 동료들. 난 3분이 늦었을 뿐인데...^^;

 

혹시나 싶어서 그 다음날은 1시가 되기 전에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1시 5분전에 그곳에 도착했건만.. 이미 누워있는 인. 간. 들!!

 

분명히 점심시간은 오후1시~2시 이건만!

이 인간들은 근무시간도 안 지키는 것인지..^^;

 

잠자리 쟁탈전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저도 누울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누워서 다리를 쉬어주지 않으면, 나머지 근무시간에 다시 팔팔하게 뛰어다닐수 없으니 말이죠.^^;

 

 

 

결국 저는 또 다른 공간을 찾았습니다.

 

세탁한 수건, 이불같은 것들을 넣어두는 창고 바닥에 놓여있던 커다란 소파겸용 받침대.

 

어르신들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을 대비해해서 침대아래에 놓아두는 용도로 쓰이는 것인데, 맨바닥에 누워서 자는것보다는 훨씬 더 푹신하고, 세탁된 담요도 있는지라 덮고자면 짧은 낮잠을 자기도 좋고 말이죠.^^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던 공간인데, 이곳에 석수도 있는지라 석수를 가지러 왔던 어르신의 휠체어 소리에 잠을 깨고, 이곳에 뭔가를 가지러 왔던 직원의 발소리에 잠을 깨다보니 내가 빼앗긴 침대만큼 편안한 잠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몸을 잠시 뉘여 주는 것이 절실한지라, 잠을 자고 있지 않음에도 눈을 꼭 감고 보내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요양원 실습이 아닌 치매어르신들이 낮에만 오시는 “데이센터”에서 실습중입니다.

이곳은 점심시간이 30분이여서 낮잠을 잘수가 없지만, 요양원만큼 일이 힘들지도 않아서 나름 편안하게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요양원으로 실습을 나가게 되면 그때는 잠자리쟁탈전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거 같습니다. 창고의 소파에서 자는 것보다는 아늑한 방안에서 편안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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